[일요서울 | 장성훈 국장] 얼마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어떤 목사의 설교를 보았다. 설교 제목은 ‘성경에는 여자목사가 없다’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성경에 여자목사라는 말이 없다. 따라서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다.”

언뜻 타당해 보였다. 그러나 곧 이 논증이 논리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성경에 여자목사라는 말이 없다”는 사실과 “따라서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다”는 주장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왜 없을까? 철학자 툴민(Toulmin)의 논쟁평가 기준에 따르면, 이 논증 속에 “성경에 없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라는 법칙이 있게 된다. 따라서 이 논증이 타당하다면, “성경에는 한국인 목사라는 말이 없다. 따라서 한국인은 목사가 될 수 없다”는 논리도 가능해야 한다. 그런가? 또 “성경에는 인터넷이라는 말이 없다. 따라서 그 누구도 인터넷을 사용하면 안 된다”라는 논리도 가능해야 마땅하다. 그런가?
 
오해하지 말라. 필자는 여기서 여자도 목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픈 것이 아니다. 사실 별로 관심도 없다. 다만,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목사의 논증이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을 따름이다.
 
좋다. 백 번 양보하여 ‘여자목사’ 이야기는 종교논리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인간사회는 인간논리 영역이기에 정치 부문을 두고 한 번 따져 보자. 부지불식간에 논리파괴적인 언사들이 얼마나 범람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대 총선이 끝난 뒤 선거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선거에서 진 것은 ‘친박’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 의원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통령은 ‘친박’을 만들라고 한 적이 없다. 따라서 그 누구도 ‘친박’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 논증 속에는 “대통령이 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법칙이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골프를 친 적이 없다. 따라서 그 누구도 골프를 치면 안된다”는 논리도 가능해야 한다. 그런가? 사실과 주장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호남선언’이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호남이 자신의 지지를 철회하면 정계은퇴는 물론이고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게 요지다. 이 논증은 논리적인가 아니냐를 따지기에 앞서, 전제 조건의 요소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지지의 기준이 없다. 예를 들어, 의석수 몇 석 이하라든가, 더민주 득표율 몇% 이하라는, 어떤 계량화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도, 문 전 대표는 이를 생략했다. 전제 조건의 요소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논증은 논리적일 수 없다.
 
몇 년 전 수영 선수에게는 ‘수심 2m의 수영장이나 태평양이나 다를 바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이번에는 ‘경제도 모르는 사람이 청와대에 앉아 있다“고 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안 대표의 발언은 인신공격성 발언이기도 하거니와 전혀 논리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그의 주장 속에는 “뭘 모르거나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청와대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법칙이 있다. 따라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청와대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또 안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골프를 칠 줄 모르는 사람은 청와대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상한 주장도 가능해야 한다.
 
최근에는 진중권 교수가 안철수 대표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참석을 두고 그를 ‘정신분열자’로 묘사했다. 진 교수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친노 심판’하겠다는 안철수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겠고 한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는 정신분열자다.”
 
진 교수가 내놓은 이 논증에는 근거와 주장 사이의 관련성 여부를 떠나, 근거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 근거는 약한데 주장이 너무 강하는 말이다. 논증에서 근거가 100%이고 주장이 50%일 경우 설득력은 강해진다. 반대로, 근거가 50%이고 주장이 100%일 경우 설득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친노’를 심판하겠다고 해놓고 봉하마을에 추모하러 오겠다는 사람을 정신분열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안 대표가 정말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가? 만에 하나 그런 사람이 한 국가의 야당 지도자라면, 그것은 재앙이다. 당장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필자가 안철수 대표를 그렇게도 싫어하는 진 교수 입장이라면 안 대표를 ‘정신분열자’로 일컫기보다는 차라리 ‘이율배반자’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치인을 포함한 지식인들의 정제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는 발언들로 얼룩져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인기영합적인 언사들을 내뱉는가 하면, 평론의 개념조차 모르는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개그프로’에서나 나옴직한 말들을 TV 시사프로에서 쏟아내고 있다. 또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이른바 일부 지식인들은 팟캐스트를 통해 듣기에도 민망한 독설과 욕설을 퍼부어댄다.
 
좋다. 백 번 양보하여 지식인들도 공개적으로 상대방에게 욕할 수 있고 독한 말로 비난할 수 도 있다고 치자. 다만, 적어도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에는 근거와 주장이 서로 관계가 있도록 논증하라. 논리파괴적인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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