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69)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4월17일 하원에 이어 5월12일 상원에서도 통과되었다.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다. 앞으로 탄핵 사유에 대한 심사는 최장 180일까지 계속될 수 있고 탄핵 심사 결과는 다시 상원에 회부되며 3분의2 찬성으로 대통령은 해임된다. 탄핵 심사 후 그녀의 해임은 불가피할 것 같다.

호세프는 법률가 겸 사업가로 성공한 불가리아 출신 아버지 아래서 유복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공산주의 사상에 빠져 반정부 게릴라에 가담했다가 체포되어 1970-72년 수감되었다. 뒤늦게 학업을 시작해 경제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에 의해 창당된 노동자당(PT)에 가입, 룰라 대통령 집권 때 에너지부 장관(2003-2005년)과 총리격인 수석장관(2005-2010년)을 지냈다.

호세프 대통령의 인기는 집권 첫 해인 2010년 여론조사 지지율이 77%로 치솟을 정도로 높았다. “좌파 여전사” “브라질의 대처”로 불렸다. 하지만 요즘 그녀에 대한 지지율은 10%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부 브라질 국민들은 “앞으로 여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아니 된다.”고 개탄하기에 이르렀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몰리게 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3.8% 성장률로 곤두박질 친 경제침체, 집권층의 부정부패 만연, 사회복지 증대로 인한 재정악화, 복지 축소에 대한 빈곤층 반발, 부패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한 룰라 전 대통령 비호에 대한 불만 폭발 등을 꼽을 수 있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죄목은 재정적자를 숨기기 위해 정부의 회계장부를 조작했고 국회 승인없이 국책은행에서 돈을 불법으로 끌어다 썼다는 데 있다. 탄핵할 만큼 큰 죄는 아니다. 국회의원의 60%가 부패와 살인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음을 상기하면 그렇다.

호세프가 큰 죄도 없이 탄핵으로 내몰리게 된 데는 필시 까닭이 있다. 그녀가 지지세력을 잃고 고립무원한 상태로 빠진 데 연유한다. 권위주의적 통치, 독선적 품성, 오만방자, 소통없는 불통 정치, 포용력 결여 등에 대한 반발이다. 그녀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접견하자고 여러 차례 요구해도 만나주지 않았다. 그녀는 독선적이며 불통의 국정운영으로 자기 사람이었던 전직 장관들, 국회의원들, 각계 인사들을 정적으로 내몰아 고립을 자초했다.

호세프 대통령과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고 절친한 사이인 파울로 지율코스키는 브라질 시장(市長)협회 회장이었다. 2012년 호세프 대통령실에서 전국 시장들과의 석유 판매 기금의 지방정부 배분 문제가 토의되었다. 이 자리에서 지율코스키 시장은 호세프 대통령에게 석유기금의 지방 배분을 요청했다. 여기에 화가 치민 호세프 대통령은 자율코스키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뺨을 찌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자신의 권위에 감히 도전하는 자는 과거의 친구라도 용납 못한다는 본보기였다. 저 같은 호세프의 불관용과 불통의 정치 그리고 독선적 품성은 지지세력을 떠나게 했다. 그녀의 노동자당 소속으로 당선된 시장들 중 20%가 당적을 내던졌다. 결국 호세프는 고립되었고 탄핵의 무덤을 스스로 팠으며 정치적 몰락을 자초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호세프 대통령과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여성 대통령으로서 호세프의 몰락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불관용과 불통의 정치로 적지 않은 국민들을 우려케 했다. 호세프의 고립무원 연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국가 지도자는 넒은 소통과 따뜻한 관용 그리고 겸양을 갖추어야 만이 지지세력을 유지하며 존경받는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브라질에서와 같이 “앞으로 여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아니 된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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