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외모에 노련한 연기력, 남부럽지 않은 입심. 뭐하나 빠질 것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 김민종이지만 유독 영화에서만큼은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88년 <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으나 이렇다할 흥행작을 남기지 못했다. 김민종은 올 상반기, 야심작이었던 <나비>마저 관객몰이에 실패하자 “스크린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으로 흥행감독 대열에 들어선 윤제균 감독의 러브콜에 다시 한번 의욕을 불살랐다. 김민종이 윤감독의 집요한 구애에 굴복, 출연한 영화는 ‘어리버리한’ 자객과 처녀 귀신들이 벌이는 한풀이 소동을 그린 <낭만자객>.

“윤제균 감독과의 인연이 악연인지 필연인지…. 이런 자리(새 영화 시사회)에 선 것이 감개무량하네요.”지난달 25일 펼쳐진 <낭만자객> 기자시사회에서 김민종이 밝힌 소감이다. 그는 시사회 후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은퇴라는 말은 좀 거창하고… <나비>를 찍고 나서 조용히 사라지려했다. 스스로에 대해 묻기도 많이 했고, 솔직히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상실한 상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번 작품은 만족한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감독님도 나를 지켜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셨다”며 희망을 보였다. 이날 김민종은 “어리숙한 자객역할을 한 느낌이 어땠는가?”라는 질문에 “요이(그가 맡은 역할)답게 어리버리하게 보였나요?”라며 관객들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또, “정말로 윤제균 감독의 마법에 걸려든 것 같다. 모든 걸 버리고 촬영하려고 했다. 초반에는 부끄러웠는데 나중에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 비우고 끝까지 망가져 보자는 심산으로 임했다”고 전했다.영화 속에서 김민종은 함께 출연한 배우 최성국과 ‘엽기적인 키스신’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원래 시나리오상에 없었는데, 감독님과 성국씨가 의논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나에게는 찍어야 한다고 통보만 했다. 두 분의 모략에 넘어가 그런 신을 찍게 됐다. 그때는 정말 ‘아 내가 왜 이 영화를 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며 촬영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바지 벗고 춤추는 장면은 물론 촬영하기 정말 어려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사’(주요부위에 테이프를 붙여 가리는 것)라는 걸 해봤는데, 그게 베드신을 찍기 위한 용도였으면 좋았겠지만 보시다시피 아니어서 아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민종이 남성과의 딥키스에 하반신 노출까지 선보이며 열연을 펼친 이 영화가 그의 ‘스크린 징크스’를 깨줄지 관심이 모아진다.<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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