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감정 입원·퇴원 번갈아…롯데 이미지 실추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건강 검증을 받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무단 퇴원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성년후견인 지정이 미뤄질 것”, “성년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더 커졌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의 시간 끌기 작전이다”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론은 계속되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체제가 사실화된 상황에서 계속되는 잡음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본인 의지 강력vs시간 끌기 작전
후견 지정 방향은…신동빈 완승?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지난 16일 한 손에 지팡이를 든 채 휠체어에 몸을 싣고,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나흘만에 신 총괄회장은 법원의 허가 없이 퇴원해 자신의 집무실인 소공동 롯데호텔로 돌아갔다.

퇴원과 관련해 신 총괄회장 측은 “당사자의 강력한 거부의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의료진과 협의를 거쳐 퇴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신 총괄회장은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위한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2주가량 입원할 예정이었다. 법원은 정신감정이 끝난 뒤 오는 6월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검사 거부와 퇴원으로 성년후견인 지정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성년후견인 지정이 예정보다 미뤄질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판단할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성년후견인 지정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정밀감정 못했을 것

반면 성년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도 있다. 신 총괄회장의 주장대로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성년후견인 신청자인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 측 법률대리인 이현곤 변호사는 “치매의 경우 짧아도 2주일 정도는 입원 감정이 필요한 사안인데, 사흘 만에 퇴원했다면 정상적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얘기”라면서 “결과적으로 정신건강 입증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시간 끌기 작전이란 지적도 있다. 오는 6월 진행되는 일본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의 재반격이 예상되는 만큼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은 후계자로 지목된 것은 자신이며,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법원이 신 총괄회장에 대해 후견인 지정의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퇴원과 더불어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을 경영할 능력이 없다”며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인터뷰를 공개했다.

계속된 잡음 피곤해

신 총괄회장이 씁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여론은 계속되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체제가 사실화된 상황에서 계속되는 잡음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그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가 의심되는 것은 물론,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양 롯데를 모두 장악한 상태여서 이 같은 잡음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오는 6월 벌어질 호텔롯데 상장에 악영향만 미칠 뿐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은 “별도로 표명할 입장은 없다”면서도 “갑작스러운 퇴원이 정말 본인 의지인지, 상황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인터뷰 영상에 대해서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연출한 영상일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소송은 지난해 12월 신정숙씨의 신청으로 시작됐다. 신정숙씨가 후견인 후보로 신청한 사람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이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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