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SK텔레콤·넥슨 등 울 일도 웃을 일도 많았던 22년 돌아봤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1994년을 우리나라가 계획적 경제 기조를 버리고 완전한 자본주의로 돌아선 시기라고 말한다. 실제 1994년에는 이러한 자본주의를 토대로 수많은 기업들의 태동기가 됐다. 서희건설, SK텔레콤, 넥슨, 형지그룹, 엔터식스, 연우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마찬가지로  [일요서울]도 1994년 창간, 올해 22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이들 1994년 동갑내기 기업들이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되돌아봤다.

외환위기·벤처 열풍 등 각종 변화 헤쳐 온 생존력 강한 기업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노려라’ 그들만의 주요 전략 노하우는?

1990년대 태동-2000년대 성장-2010년대 안정기 
창립 22주년…또 한 번의 도약으로 세계 진출 꿈꾼다

첫 번째는 서희건설이다. 1994년 설립 이후, 역사는 채 30년이 안 되지만 IMF, 리먼사태, 유럽 발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많은 건설사들이 퇴출당했던 치열한 건설 산업 시장 속에서 시공능력순위 30위까지 성장했다.

설립 초기부터 철저히 지역주택조합사업과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서희건설의 전신은 1982년 설립한 운송 전문업체 영대운수다. 창업자 이봉관 회장은 평안남도 평양 출신으로 1970년 포항제철(포스코) 공채 2기로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4년 영대운수가 서희건설로 태어났다.

1994년 창업 이후 서희건설은 사업 초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토건정비 공사를 시작으로 조달청 발주공사, 지자체 발주공사 등을 수주했다. 특히 서희건설은 다른 건설사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교회, 학교, 병원, 교도소, 쓰레기 매립장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사업영역을 넓혔다.

서희건설 만의 틈새시장 공략

또 1999년 주식을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고 2000년 회사 이름을 서희이엔씨로 변경한 적도 있다. 하지만 4년 뒤인 2003년 3월 회사 이름을 서희건설로 다시 바꾸고 본사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옮겼다.

주요 시공 사례는 2001년 부산 생곡 쓰레기 매립장에 가스 발전소를 준공했고, 2006년 워터파크인 스파그린랜드와 세종대 집현관, 2007년에 지은 경원대 기숙사, 2008년에는 국내 첫 민영 교도소인 아가페 소망교도소 등이다.

2010년 12월에는 가톨릭대학 인터내셔널허브관&김수환추기경 국제관 및 성심국제문화연수원 등으로 경기도건축문화상을, 2014년 3월에는 서희건설의 ‘서희스타힐스’가 ‘제10회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대상’ 부문에서 브랜드 아파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서희건설의 사업 분야는 건축, 토목, 주택, 플랜트 및 시설물, 환경, SOC(사회간접자본) 등이다. 2015년 9월 말 기준 서희건설의 1, 2대 주주는 유성티엔에스와 이봉관 회장이며 보유 지분은 각각 9.11%와 6.09%다.

유성티엔에스의 1, 2대 주주는 이봉관 회장과 서희건설로 보유 지분은 각각 13.70%와 7.40%다. 유성티엔에스와 이봉관 회장이 상대 회사의 1대 주주 역할을 하면서 상호 지배하는 구조다.

서희건설의 계열회사로는 운송 및 철강 제조업체인 (주)유성티엔에스를 비롯해 건설업을 하는 (주)도브르하우징, 시설물관리업체인 (주)에스비성남, 학교시설 운영업을 하는 (주)숭실라이프, 부동산업체인 (주)서희비엔씨, 건설업체인 (주)서희휴먼테크 등 25개사가 있다. 자회사는 (유)애플트리디앤아이, (주)에스비성남, (주)경원라이프 등이 있다.

두 번째는 SK텔레콤으로, 전신의 시작은 1984년 현재의 KT인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 상호는 한국이동통신서비스였다. 1988년에 한국이동통신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같은 해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1989년에 거래소에 상장했고, 현재 SK그룹의 전신인 선경 그룹에 매각된 것이 바로  1994년이다.

재미있는 점은 SK텔레콤이 1994년 ‘SK’이라는 이름표를 달기까지 꽤나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당초 1992년 노태우 정부는 제2이동통신 민간 사업자 선정에 나섰고, 사업자는 선경그룹으로 결정됐었다.

SK텔레콤 끝없는 도전정신과 야망

민간에 처음으로 통신 시장을 열어 경쟁 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 선정된 것 자체가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결국 1992년 선경그룹은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했고, 2년이 지난 1994년 김영삼 정부가 진행한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입찰에서 4370억 원을 써내 다시 한번 SK텔레콤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그 뒤로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CDMA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1997년 1월 선경그룹 계열사로 편입, 3월 SK텔레콤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또 2002년 1월 신세기통신을 합병했다. 2008년 9월 국내 통신기업으로는 최초로 다우존스 지속 가능지수(DJSI)에 선정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국내 최초로 제1세대 아날로그 이동전화의 시대를 열었으며,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해 제2세대 이동통신을 완성시켰다. 2011년 7월 4세대(4G) 이동통신 방식인 4G LTE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LTE폰을 출시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올해 역시 방송 통신 시장 최대 관심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건이다. SK텔레콤은 방송시장의 규모의 경제 시현을 통해 국내 방송업계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또한 지배력 전이에 대해서도 KT가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창립 22주년을 맞은 넥슨은 1994년 설립 이후 승승장구만 해왔다. 지금은 세계 190여 개국에 진출해 100여 종의 게임을 서비스하며, 14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게임사로 성장했다.
초창기부터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진출을 모색해 2002년 일본, 2005년 미국, 2007년 유럽에 각각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로 무대를 넓혔던 것이 주효했다. 특히 각 지역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등을 출시했다.

 창립부터 승승장구 ‘넥슨’의 22년 역사

이를 방증하듯 지난해 넥슨의 해외매출은 약 1조770억 원(넥슨 일본법인 연결실적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5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넥슨의 2014년 연간 해외매출액은 출판·영화·음악 등을 포함한 국내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 중 약 17%를 차지하기도 한다.

특히 넥슨은 2011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제1부에 상장하며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빅휴즈게임즈, 소셜스필, 보스 키 프로덕션, QC게임즈 등 베테랑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새로운 게임을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만 올해의 넥슨은 다소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적만 보면 넥슨은 1분기 매출 574억9700만 엔(한화 약 5977억 원), 영업이익 37억300만 엔(한화 385억 원), 순손실 62억7200만 엔(한화 652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환율은 100엔당 1039.5원을 적용했다.

전년 같은기간 대비 매출은 11% 올랐다. 엔화가 강세지만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가 춘절 특수를 낳으며 매출을 이끌었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83% 하락한 것이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6%였다. 계열사인 모바일 게임 개발사 글룹스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에 타격을 입혔다. 넥슨은 2012년 365억 엔(당시 한화 약 5217억 원)에 글룹스를 인수했다. 

또 넥슨 비상장 주식으로 120억 원대 차익을 거둔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물러나 넥슨 회사의 대주주이자 진 본부장의 대학 동기인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의 관여 여부가 주목받고 있어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넥슨이 대내외적으로 노출된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또 다시 도약할지 주목되는 창립 22주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동갑내기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최형오 형지그룹 회장이다. 그는 1970년대에 부산 국제시장에서 페인트 가게와 빵 가게를 열고 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형지그룹의 근간이 된 패션사업은 1982년 동대문 광장시장의 한 평짜리 옷가게였다.

최형오 회장은 이 때 직접 왕관 모양의 로고를 만들어 ‘크라운’이라는 상표를 등록해 옷을 팔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회사는 어음관리를 소홀히 해 부도가 났다. 1994년, 이를 딛고 일어나 설립한 것이 형지물산이다.

형지물산은 싱가포르 브랜드인 ‘크로커다일’을 들여와 주로 30~50대 여성들을 겨냥해 판매했다. 크로커다일은 2007년 단일 브랜드로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00억 원을 넘기기도 했다.
그 뒤 형지는 남성복업체 우성I&C, 교복업체 엘리트베이직, 쇼핑몰 바우하우스 등을 계속 인수하며 종합의류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2014년 5월 프랑스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쟉’의 아시아 상표권을 인수, 2015년 6월 잡화브랜드 ‘에스콰이아’ 인수를 차례로 마무리했다. 지난해부터는 면세점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한 역경 속 뚝심 보인 형지

형지의 이러한 성공에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이겨낸 결과라 올해 22주년이 뜻 깊을 것이다. 2008년과 2011년 세정을 상대로 벌였던 상표권 무효심판 소송을 비롯해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조사, 2016년 3월 형지의 자회사인 형지엘리트의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손실 대금 지급 거부 논란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그룹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수장인 최형오 회장은 전면에 나서 사태를 수습하고, 그룹 재정비에 나서왔다. 올해 역시 최형오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형지그룹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중소기업 가운데서는 패션쇼핑몰 엔터식스와 화장품 용기 제조 업체 연우가 눈에 띈다. 이들은 창립 22주년인 올해 특히 중요한 사업들이 많아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몰린다. 

엔터식스는 1994년 설립,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과 문화, 라이프스타일, 음식료, 글로벌 스파(SPA)브랜드 등 폭넓은 브랜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왕십리역점과 강변테크노마트점, 상봉점, 동탄메타폴리스점, 파크에비뉴 한양대점 등 5개 지역에 다점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강남점(고속터미널역)도 오픈 예정이다. 더불어 또 세계 최초로 공식 마블 컬렉션 스토어를 오픈(한양대점)하는 등 새로운 한류관광지로 꼽히기도 한다. 엔터식스는 중국 관광객들의 높은 관심 속에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 해외 1호점인 ‘엔터식스 창사점’을 오픈하면서 글로벌화를 꿈꾸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샤넬 등에 납품하면서 10년 만에 매출 5배의 초고속 성장을 보인 업체 연우 역시 1994년 출생기업의 차세대 주자다. 10년 전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인 연우의 매출은 500억 원 남짓이었지만 2010년 1000억 원을 넘어선 뒤 2013년 1500억 원대로 늘어났다.
연우의 올해 매출 추정치(증권업계 평균)는 2315억 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우는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중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업체뿐 아니라 샤넬, 로레알, P&G 등 40개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수출 비중(47.3%)이 절반에 달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내용물을 일정량씩 내보내는 디스펜스 펌프 용기가 주력 제품이다. 지난해 펌프 용기가 매출의 71.53%, 튜브류가 13.75%를 차지했다.

연우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투자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올해 350억 원을 투자해 인천공장 펌프용기와 튜브용기 라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연우는 화장품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제약 분야로 용기 활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기술 경쟁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한국 기업들은 지난 20년간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환경 변화를 헤쳐왔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기업이 사라지기도 했고, 온 나라가 벤처 열풍에 휩싸여 들썩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지배구조, 전략, 운영 시스템 등을 포함한 경영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를 겪은 것이다. 이 모든 변화에 적응, 발전하면서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온 일요서울과 1994년 동갑내기 기업들이 향후 20년은 또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된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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