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법률보다 율법이 우선인 이슬람 국가
마약 사용하다 걸리면 가차 없이 사형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3일까지 이란을 방문하면서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을 썼다. 그 나라의 관습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신정(神政) 국가 이란에서는 법률보다 회교 율법이 우선이다. 지난 4월 8년 만에 파리-테헤란 노선 운항을 재개한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는 취항을 앞두고 “객실 여승무원(스튜어디스)들은 원하면 테헤란 행 비행에서 빠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조처는 일부 여승무원들이 이란에 도착하는 즉시 히잡을 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후 취해졌다. 이는 히잡을 쓰기 싫으면 아예 테헤란 행 비행기를 타지 말라는 것이었다. 여승무원들의 청원이 회사 측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은 남자 동성애자(게이) 객실 승무원(스튜어드)들이 “우리도 원하지 않으면 이란 행 비행에서 빠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란에서 게이 짓을 하다가 걸리면 사형으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이 스튜어드들의 이런 요구에 대해 프랑스의 비행·객실 승무원을 대표하는 민간항공노동조합(UNAC)의 사무총장 장 마크 콰트로치는 “여성에 관한 사실은 그녀가 여성임을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이며 그것은 그녀의 여권에 적혀 있다”며 “테헤란에 도착하면 그녀는 히잡을 쓰도록 강제될 것이다. 게이에 대해 말하자면 아무도 그가 게이임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한 남자 승무원이 거리에서 다른 남자 승무원의 손을 잡고 있을 때 그것은 그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이란에서 게이 짓을 하지 않으면 그가 게이인지 누가 알겠느냐는 것이다.

이란에서 동성애보다 더 엄하게 처벌하는 ‘범죄’가 마약 사용이다. 그런데 이런 이란에서 아무리 단속을 해도 마약 사용이 줄지 않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마약 생산 대국’ 아프가니스탄이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약 대거 넘어와

21세기 아프가니스탄의 마약 밀수꾼들은 중세 군인들이 전투에서 썼던 투석기(投石器)를 사용해 마약을 국경 너머 이란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고 중동 전문가가 최근 소개했다. ‘이란, 아프가니스탄, 남아시아, 불안의 지역적 원천 해결하기’라는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아프간 전문가 파테메 아만은 최근 미국 싱크탱크 ‘어틀랜틱 카운슬’의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 ‘마약 밀매상들이 마약을 아프간에서 이란으로 밀수하는 기발한 방법을 찾아내다’에서 이런 내용을 전하고 있다.

이란 시스탄·발루체스탄주(州)의 국경 경비대장 바크쉬 하비비는 마약 밀수꾼들이 이란으로 마약을 반입하는 데 사용하는 투석기는 특수한 금속 장치와 타이어 튜브로 만든 것으로 무게 10㎏의 물체를 이란 영토 2㎞ 안까지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마약을 담은 용기들이 아프간에서 이란으로 던져지면 국경 반대편의 밀수꾼 부하들이 그것을 수거한다. 이 꾸러미들 가운데 일부는 적발되어 압수되었지만 결코 전량은 아니라고 하비비는 말했다. 이란은 아프간·파키스탄과의 국경을 따라 콘크리트 장벽과 깊은 도랑을 건설하는 작업을 10년 전에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으로의 마약 반입을 억제하지 못했다. 마약 밀수꾼들은 감시를 피해 국경을 넘는 데 “120일의 바람”으로 알려진 것을 이용한다. 이것은 봄의 마지막 달에 시작해 여름 내내 이어지는 강력한 폭풍 기간을 말한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아프간에서 서유럽으로 밀수되는 헤로인과 아편은 280억 달러어치다. 이란은 통과 경로일 뿐만 아니라 마약의 주요 목적지다. 이란 당국은 매년 이란으로 반입되는 것으로 믿어지는 헤로인과 아편 155톤 가운데 약 30%를 압수한다. 마약이 흔하다 보니 이란에서는 중독 문제도 심각하다. 관리들은 마약 중독자 수를 130만 여 명으로 보지만 비공식 수치는 훨씬 높다. 이란 마약통제본부의 파르비즈 아프샤르 대변인에 따르면, 중독자의 9%는 여성이며 많은 마약 사용자가 고학력자다.

이란에서 마약 관련 범죄자와 수감자 수가 급증하면서 마약 사용과 중독이라는 이슈가 이란 형사사법 체계에 엄청난 부담이 됐다. 이란은 마약 밀수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사형을 사용한다고 비난받아 왔다. 지난해 사형된 1000명 가운데 약 65%가 마약 관련 범죄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 마약 남용과 에이즈 같은 전염병의 전파를 통한 사망도 증가하고 있다. 압돌레자 라마니 파즐리 이란 내무장관에 따르면, 이란은 세계에서 마약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왜냐하면 이란의 위치가 “연간 불법 마약 6000톤을 생산하는 국가인 아프간에 인접하며 이란이 주된 통과 경로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밀수범에 대한 사형도 콘크리트 장벽도 마약을 막는 데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엄청난 수의 마약 관련 사형 집행에도 불구하고 밀수꾼 수는 줄지 않고 있다.

국경 장벽 역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옛날에는 밀수꾼들이 값싼 이란 산 연료 또는 쌀과 밀가루 같은 식품을 아프간과 파키스탄으로 가져가고 재봉틀, 자기·유리 식기류를 이란으로 가져왔다. 국경 장벽은 이런 교역을 방지했지만 마약 밀수는 차단하지 못했다.

서방 첨단장비로
단속 강화할 예정

해법은 무엇인가? 국경도시 히르만드의 시장은 밀수꾼들에 의해 훼손될 수 없는 태양 에너지 시스템을 포함해 더 고등한 전자장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 도전은 단지 기술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아만은 더 많은 지역적·국제적 협력이 긴요하다고 말한다. 라마니 파즐리 장관은 이란 마약통제본부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마약 밀수 퇴치는 단지 이란과 아프간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국제적 참여를 요구하는 국제적 이슈라고 말했다.

이란 보안군은 해마다 마약 퇴치를 위해 무장 작전을 500~600회 실시한다. 이란 달력으로 가장 최근 해(2015년 3월~2016년)에 당국은 이란 내에서 불법 마약 620톤을 압수함으로써 다른 나라들로 마약이 퍼지는 것을 줄였다. 하지만 이 나라들이 “우리를 결코 돕지 않았으며 그들은 그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는 것을 막는다고 그들이 주장하는 제재를 들먹이며 그들의 지원 결여를 정당화한다”고 라마니 파즐리 장관은 불평했다. 아만은 이제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렸으므로 이란이 미약 밀수와 싸우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더 쉽게 획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약은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전염병인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지구촌 차원의 대응과 비슷한 수준의 접근이 이 문제와 관련해 있어야 한다고 아만은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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