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그야말로 이효리의 해였다. 섹시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그녀는 1년 내내 화제를 뿌리더니 각종 연말 시상식의 트로피를 독차지하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효리 효과’, ‘효리 특수’, ‘효리 신드롬’등 한 해 동안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그녀에게 영예가 주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 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연예인에게 주는 ‘연예대상’이 아닌 최고의 가수에게 수여되는 ‘가요대상’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최상의 활동을 보이며 선전했던 이효리가 영광 뒤에 쓴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분석해 봤다. ‘SBS 가요대전’, ‘KBS 가요대상’을 비롯해 음악채널 m.net ‘2003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KMTV의 ‘2003 코리안 뮤직 어워드’ 등 지난 연말에 펼쳐졌던 각종 가요 시상식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괄적으로 이효리를 ‘최고 가수’로 뽑았다. 지난해 마지막날 펼쳐진 MBC ‘10대 가수 가요제’의 대상도 당연히 이효리의 몫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덩그러니’를 부른 발라드 가수 이수영에게 트로피가 쥐어졌다.

이수영 조차도 “대상은 (이)효리가 받을 줄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지난해의 마지막 밤을 눈물로 장식한 이수영과 이효리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좀 매정하다고 여길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의 수상은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가창력 하나로 밀어붙인 발라드 가수 이수영과 섹시한 춤과 패션, 매력적이고 화끈한 성격, 타고난 입담을 더 인정받았던 가수 이효리 중 “누가 더 가수답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수영에게 표가 돌아갈 것이다. 때문에 이효리가 가요시상식을 싹쓸이한 것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그녀가 가진 다양한 끼와 눈에 띄는 외모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지만, 가수의 첫 번째 자질인 노래 실력은 여전히 검증대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과연 ‘최고’의 자리에 오를 만큼의 실력이 되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이효리가 가수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평가 때문이다. MBC 측은 ‘10대 가수 가요제’가 끝난 뒤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였음을 알리기 위해 시상식에 참가한 가수들의 점수를 공개했다. 전국의 만 13~5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채점을 실시한 결과, 이효리는 400점 만점을 받았고 대상을 수상한 이수영은 336점을 받았다. 2003년 10대 가수와 남녀 최고 신인 가수를 상반기(7월 29일~30일)와 하반기(11월 24~25일)로 나눠서 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총점에서 이수영이 이효리를 앞선 이유는 음반판매 부문과 방송횟수에서 월등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 음반판매량이야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지만, 방송횟수에서 이수영이 200점을 받은 반면 이효리가 67점을 받았다. 이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TV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이효리가 방송횟수 부문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은 이유는 그만큼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 적었기 때문이다. MBC 조사에선 쇼프로그램 출연은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효리는 “가수로서의 활동보다는 엔터테이너로서의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며 다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반면 “솔로데뷔 후 이효리의 노래가 많이 알려졌고, 그녀가 보여준 패션 스타일이나 춤 등도 모두 가수 활동의 일환이었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쪽도 있다. 각종 수상에 대한 세 번째 논란는 이효리 본인과는 다소 무관하다. 각종 시상식을 바라보는 시청자 및 가요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한몫하고 있다. 수상자선정 과정에서 ‘신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송사 가요대상이 음악성보다는 상업성이나 방송사 공헌도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이유로 김건모, 브라운아이즈 등 일부 가수들이 불참을 선언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공신력을 잃은 시상식이 일부에서는 상업기획 가수로 인식되고 있는 이효리에게 몰표를 주자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각 방송사의 시상식이 방영된 후 인터넷 게시판에 남겨진 시청자의 글을 살펴보면 “한 해 동안 효리의 활약상과 그에 따르는 기여도 및 공로는 인정한다. 하지만 선정과정이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다소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이효리 정말 좋아했다. 그러나 이건 아니라고 본다. 가수의 질 자체가 떨어지는 시상식이라고 판단된다. 이효리는 인기상 정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상이라니. (음악성면에서)대상을 받을만한 다른 가수들에게 허탈감만 주는 시상식이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연예대상이면 몰라도 엄연히 가요대상이 아닌가. 인기로 타는 상이 아닌 것으로 아는데… 솔로 데뷔한지 6개월만에 대상을 휩쓸만큼 이효리의 실력이 괜찮았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각 방송사 측은 “음반판매, 방송횟수, 방송공헌도, 네티즌투표 등을 종합해서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꼭 가창력 있는 가수에게 대상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효리는 올 한해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주목받는 가수였기 때문에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다.이효리가 지난해 최고 스타였음은 분명하다. 그녀의 솔로 데뷔곡인 ‘텐미닛’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녀가 선보인 춤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차 안에서 조각잠을 자며 한해를 정말 열심히 뛰었던 가수이다. 이렇게 최선을 다했는데, 시상식을 휩쓸었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비난을 쏟아내니 당연히 속이 상할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이효리가 “가수로서의 자질을 키우라”는 따끔한 충고를 달갑게 받아들여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한다면 2004년은 아마도 2003년보다 더욱 화려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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