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5년차 대통령 표창 받은 ‘과학수사의 달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플라스틱통 하나. 여기에 범인의 지문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수사관은 지문 채취용 분말을 붓에 묻혀 조심스럽게 통에 바른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플래시를 꺼내 이리저리 비춰본다. 찾았다! 수사관의 눈이 강렬히 빛난다. 투명 스티커 형태의 전사지를 붙였다 떼자, 용의자의 지문이 선명하게 찍혀 나온다.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수사 현장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장영택 경위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과학수사 전문수사관이다.

“과학수사는 과학적 지식과 과학 장비를 동원해 수사하는 것을 뜻합니다. 드라마 ‘싸인’의 영향인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과학수사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웃음). 국과수는 부검을 하는 법의학자나 법과학의 특정 부분을 담당하는 과학자들이 근무하는 곳이에요. 흔히 말하는 과학수사는 경찰에서 담당하고 있어요. 사건 현장에서 지문이나 신발 자국, CC-TV, 핏자국의 형태 등을 분석해 범인을 지목하는 일을 하는 곳이 과학수사팀입니다.”

장 경위는 강력반에서 근무한 기간을 포함해 25년 동안 수사 현장을 지켰다. 장영택 경위는 “미국 드라마 ‘CSI’에 등장하는 최첨단 기술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과학수사관들도 사건 현장에서 실제로 이런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과학수사 수준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다. 특히 지문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범인이 남긴 증거물에 수사요원이 분말을 쓱쓱 뿌려 지문을 채취하면 컴퓨터가 데이터를 쫙 분석해 용의자를 딱 찾아내는 장면. 드라마에서 많이 봤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문 하나를 채취하는 데도 수십 가지 방법이 있어요. 바꿔 말하면 수십 번 방법을 바꿔가며 지문을 채취한다는 얘기지요. 문제는 사건 현장에 남은 지문들이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에요. 뭉개지거나 눌려진 지문을 수사관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선명하고 말끔한 모양으로 다듬어요. 그런 뒤 컴퓨터에 지문 정보를 입력하지요. 우리나라 성인을 대략 4000만 명만 잡아도 한 사람당 10개의 지문이 있으니 총 4억 개의 지문 중에 일치하는 지문을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컴퓨터가 뽑아낸 여러 후보 중에서 최종 판단을 하는 것도 수사관 몫입니다. 인내와 끈기를 요하는 일이지요.”

장 경위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1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정부합동의약품 리베이트 수사전담반에 파견된다. 의약품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와 약사, 리베이트 제공 업체 대표 등 255명을 검거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1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과 2012년 검찰총장 표창, 2014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석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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