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 피살 사건 “범인 잡은 건 왼손 지문이었다”

▲ 뉴시스
늘어나는 중국인 범죄애 먹는 수사

주민들 성토 잇달아대책 마련 시급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제주도에서 지난달 두 번의 중국인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살인사건까지 일어났다. 지난달 13일 서귀포시 한 임야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가슴과 목에 예리한 흉기로 수차례 찔린 상처가 확인돼 사건 당시 참혹함을 짐작케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중국인 S(34)로 드러났다. 제주에서 중국인 범죄가 10년 전보다 11배가량 급증한 가운데 이번 강력사건으로 살기가 무섭다는 주민들의 성토마저 나온다. 게다가 외국인 범죄는 불법 체류자 문제, 해외공조 등 난관이 많아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20대 총선이 있던 지난달 13일 낮 12시 무렵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보리밭에서 20대 중국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고사리를 캐던 시민이 보리밭 옆 풀숲에서 흙에 덮여 있는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신원을 육안으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진행돼 있었다. 경찰 부검 결과 이 여성은 목과 가슴에 총 6차례나 흉기에 찔린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신체부위와 달리 유독 왼손 지문만은 사후 4개월 내외의 기간에도 끝까지 부패하지 않았다. 이를 단서로 경찰은 피해 여성이 중국 남부지방 출신의 한족인 A(23)임을 밝혀냈다. 피해자는 지난해 107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했고 체류 기간인 30일을 넘기도록 출국하지 않아 불법 체류 신분으로 제주에 지내고 있었다. 경찰은 탐문을 통해 이 여성이 지난해 12월 제주시 내 한 주점에서 일했던 것도 파악했다.
 
수사 미궁에 빠질 뻔
 
경찰은 주변인 탐문을 통해 A씨가 일했던 단란주점의 단골손님인 한국인 남성 B(37)를 용의자로 지목해 18일 긴급 체포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그러나 경찰은 살인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이 남성은 혐의없음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통신수사와 계좌추적, 탐문수사에 나섰지만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경찰은 A씨의 중국은행 계좌, 중국 메신저 기록, 휴대전화의 통화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공안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지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애를 먹었다. A씨 주변인은 외국인들이어서 탐문수사도 쉽지 않았다.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던 경찰은 지난달 말 유족과의 전화통화에서 A씨의 계좌로 현금을 인출한 내역이 담긴 문자메시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같은 시간대에 현금을 인출한 수상한 이용객의 사진을 확보했다. 한 남성이 A씨의 계좌에서 돈을 찾는 장면이 찍힌 것이다.
 
미궁에 빠질 뻔했던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중국인이 주로 찾는 업소 등에서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S씨를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S씨의 주변과 사실 관계를 조사한 뒤 S씨의 반응을 살피는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포착했다. 경찰은 휴대폰을 압수해 분석 작업에 돌입했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S씨는 결국 지난 14일 오후 경찰에 범행을 자백하며 자수했다.
 
시신 태우고 관광가이드
 
범인 S씨는 2005년 취업비자로 제주에 입국한 뒤 2010년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미취학 아동 2명을 둔 중국인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S씨는 20151230일 오후 110분쯤 평소 알던 A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운 후 애월읍 방면으로 드라이브했다. S씨는 외도동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우고 이야기를 하던 중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조수석에 앉아있던 A씨를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 위쪽으로 넘어뜨린 뒤 목을 졸랐다.
 
돈을 빼앗아야겠다고 생각을 한 S씨는 차에 있던 흉기로 위협해 피해자의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A씨의 목과 가슴을 6차례 찔러 살해했다. 살해 후 S씨는 A씨의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옮겨 3일간 싣고 다니며 유기 장소를 물색했고 임시 관광가이드 업무를 버젓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S씨가 살인을 저질러 챙긴 돈은 고작 600여만 원이었다. 그는 범행 이후 모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A씨의 체크카드 2개로 현금 619만 원을 인출했다. 이후 시신을 지난 12일쯤 새벽시간에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임야에 버렸다. 자신의 지문 등 흔적을 의식해 락스를 뿌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S씨는 피해여성과 말다툼 도중 우발적으로 살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여성을 외진 곳에 데려가 대화를 했던 점, 차량 안에 흉기를 준비한 점 등에 비춰 계획범죄로 판단해 20일 오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급증하는 중국인 범죄
 
이번 살인사건으로 제주 지역에서는 중국인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에 사는 시민 한모(31)씨는 가뜩이나 요즘 중국인들이 부쩍 늘어나 제주도가 차이나타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돈 몇 백 때문에 사람도 막 죽이는 등 최근 중국인 범죄가 계속 늘고 있어 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외국인 피의자 393명 중 66%260명이 중국인이었다. 이는 2006년에 비해 11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제주에서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의 범죄로 처벌받았다. 이는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인이 관광 목적 외에도 돈벌이를 위해 제주에 대규모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중국인 범죄가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한 불법 체류자 관리, 중국 공안과의 적극적인 공조수사, 통역 요원 충원 등 구체적인 대안들이 거론된다.
 
황정익 제주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법체류자 관리를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와의 통합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범죄 증가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수사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외국인 범죄의 경우는 수사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중국 영사관과의 협조를 통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인 가운데 불법 체류자들은 어려운 경제적 상황 때문에 범죄에 쉽게 빠져든다시스템 마련 등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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