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 배용준이 한·일 문화 교류에 끼치고 있는 영향은 엄청나다. ‘한류 바람’에 힘입어 엔터테인먼트계 시장은 국내를 벗어나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로 확대된 지 오래다. 스타는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을 앞세워 21세기 연예산업의 최고 권력자로 대접받고 있다. 과거 드라마 영화 오락프로그램 등에서 제작자, 감독 등으로부터 ‘점지되기를 기다리는’ 피동적 존재에서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고르고 출연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능동적 존재로 변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스타 자신의 캐스팅 여부에 따라 작품 자체의 존립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파워’를 지니게 됐다. 여기에 스타들을 보유한 매니지먼트사들이 외주 방식으로 제작에 참여하면서 스타의 위상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스타는 신권력 >내년 1월 8일 방송되는 STV ‘봄날’을 통해 10년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고현정. 과연 어떤 매체의 어떤 작품으로 복귀할지 관심이 모아졌던 고현정은 ‘모래시계’에 출연했던 ‘의리’를 내세워 STV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고현정 모시기’를 위해 SBS 이남기 제작본부장을 비롯한 고위층이 총출동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심은하를 복귀시키기 위해 재력이 든든한 제작자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책상에 앉아서 지시와 명령만 내리던 제작자, 방송 고위관계자들의 시대는 지나갔다. 스타를 모시려면 방송사 최고위층이 ‘발’ 벗고 나서야 되는 게 현실이다.

스타 매니지먼트는 스타 파워

최근 송승헌의 입대와 함께 언론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MTV ‘슬픈연가’. 내년 1월 방송예정인 이 드라마가 유난히 관심을 모은 것은 권상우, 김희선, 송승헌 등 최고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이 함께 뭉칠 수 있었던 것은 김희선의 소속사인 두손 엔터테인먼트, 송승헌의 소속사인 GM기획 등이 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했기 때문. 어떤 작품으로 연기자 데뷔식을 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이효리 역시 소속사인 DSP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STV ‘세잎 클로버’를 통해 신고식을 치른다. 제작에 뛰어들고 있는 매니지먼트사가 앞세우는 최대 무기가 바로 ‘스타 파워’다. 방송국과 달리 특별한 제작 인프라가 없이도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가장 난제로 여겨지는 캐스팅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 모시기는 하늘의 별따기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예능 PD들에게 “캐스팅이 어려워 프로그램 못 만들겠다”는 한숨섞인 넋두리를 듣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MTV 드라마국의 한 프로듀서가 “앞으로 이 일을 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사람 모시기(?)가 너무 힘들다”며 캐스팅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도 ‘스타 파워’의 위상을 단적으로 말해준다.방송사들은 스타를 모시기 위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쏟아 붓는다. 톱 클래스 연기자를 캐스팅하는데 ‘회당 1,800만원 플러스 알파’의 몸값을 아낌없이 제시할 정도다. 거금을 들여서라도 ‘스타’를 캐스팅할 수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 ‘배역이 원했던 이미지와 걸맞지 않는다’, ‘상대배우의 이름값이 낮다’는것 등을 이유로 출연 약속을 해놓고 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에 ‘출연고사’를 선언하는 경우도 많다.

스타 파워의 그늘

스타 파워를 앞세운 제작방식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에 나설 경우 특정 연기자에 대해 어울리는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제작이 가능해 실패할 가능성이 적고 그만큼 완성도가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스타급 연기자 몇 명 외에 신인을 확보해 두고 있는 매니지먼트사가 스타 출연을 담보로 아직 트레이닝이 되지 않은 신인 연기자들을 투입한다거나 소속 연기자에게 작품의 초점을 너무 맞춘 나머지 전체적인 작품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