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와 2016년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참패는 정권 재창출의 적신호로 비슷하다. 또한 친노-비노와 친박-비박의 갈등도 가치논쟁이 아닌 감정싸움이라는 면에서 매우 닮은꼴이다.

새누리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타파할 유력한 선장과 대선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은 ‘불임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5월 17일은 새누리당의 ‘심리적 분당(分黨)’을 알리는 날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상임전국위원회가 재적(52명) 과반인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으며, 당연히 당헌 개정안 등을 의결할 전국위원회도 열리지 못했다.

회의 무산으로 비대위가 출범하지 못했다. 당 쇄신과 재건을 이끌어야 할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김용태 혁신위원장도 사퇴했다. 새누리당은 당무를 논의하고 쇄신을 주도할 기구조차 없는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졌다. 우리 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발단은 정 원내대표가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원과 강성 반박(反朴)인 김 혁신위원장을 인선한 데서 시작됐다. 친박계는 인선안이 불만이라면 회의를 열어 부결시킬 수도 있었는데, 회의 자체를 조직적으로 보이콧한 잘못을 저질렀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의 자폭 테러”라고 개탄하고, 김 의원은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일갈했다. 이후 비박계는 친박 패권주의를 공격했고,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양측이 수원수구(誰怨誰咎)하고만 있을 정도로 우리 정세(政勢)가 한가하기는커녕 매우 엄혹하다.

새누리당은 이제 가능한 당 혁신 방안을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지난 20일 원내지도부·중진연석회의에서 4선 이상 중진들은 대다수가 보완책으로 비대위와 혁신위를 일원화하는 이른바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결별’ 상태까지 간 당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대위원장은 외부가 아니라 당내에서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당 내부의 역학구도를 잘 읽을 수 있는 경륜 있는 분이 난파선의 선장역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실질적인 오너인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당 대표 등을 역임한 원로(강재섭 등) 중에서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예를 갖추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셔와야 한다. 그리고 비대위원장에게 위원 인선에 관한 전권을 줘야 한다.

향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총선 민의를 받들어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오는 일이다. 먼저 당 쇄신에 매진해야 한다. 당연히 친박-비박의 계파를 타파해야 한다. 친박의 반성과 절제를 전제로 한 계파 간 발전적 논쟁으로 국민이 수용하는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하여 보수의 가치를 지키며 국가 경영에도 유능한 정당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현행 당헌상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대선주자가 대선 1년 6개월 전에 선출직 지도부에 나설 수 없는 현 규정을 6개월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 확실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대선주자급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평가받는 것이 국민의 더 큰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유리할 것이다.

4.13 총선 패배에 대한 종합백서도 만들어야 한다. 김무성 전 대표 등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최소한의 징벌적 조치가 당내에서 실현돼야 책임정치가 구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원 중심의 정당을 재건해야 한다. 지난 총선을 치르면서 여론조사 공천 등으로 당원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다. 집나간 토끼(새누리당 이탈 보수)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역할도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정을 이끄는 두 수레바퀴다. 새누리당은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자세로 대오를 정비해야 한다. 대통령과 친박을 비난하는 것만이 혁신의 시작이고 개혁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비박들의 분파행위일 뿐이다.

이제 새누리당의 단합과 결속을 위해 모두 한 발씩 물러나야 한다. 내각제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집권당의 당내 파벌은 의미가 없다.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여당은 모두 대통령계이지 친박이 어디 있고 비박이 어디 있겠는가.

총선 참패 후 한 달이 넘도록 당 임시지도부조차 구성하지 못하는 새누리당의 혼란은 국정의 혼란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제 새누리당이 스스로 쇄신하지 못하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새판 짜기’에 제물이 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가을 신당 창당 가능성’으로 정계개편의 군불을 때고 있는데 이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한국 정당 사상 초유의 집권당의 장기 지도부 공백 사태가 종결되도록 대통령과 당의 원로들이 당의 재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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