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편성 관련 부서와 제작 등 콘텐츠 관련 부서들의 신경전이 신년 벽두부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지난 해 방송사 연말 결산 결과 수익 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은 프로그램에 대한 정리 움직임이 표면화됨에 따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편성 관련 부서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은 프로그램에 대한 정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해 제작 관련 부서가 반발하는 모양새다.최근 불거진 ‘겨울연가’ 재방송에 따른 KBS 2TV ‘토요 명화’ 폐지나 MBC 단막극 ‘베스트극장’의 시간대 조정, 월화 대하 드라마 ‘영웅시대’ 조기 종영 등이 모두 수익 관련 효율성을 놓고 편성 부서와 제작 부서의 줄다리기에서 비롯된 사안들이다.이 같은 신경전은 4월로 예정된 각 방송사 봄 프로그램 개편 시점에서는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극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MBC 편성국의 한 관계자는 “제작비 대비 광고 판매율이 극도로 낮은 프로그램들을 대상으로 정리 계획을 갖고 있다. 폐지 또는 시간대 이동 등이 이뤄질 예정인데 TV의 공익성 등을 고려하고 제작 부서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봄 개편을 즈음해서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한데 벌써부터 제작 부서의 반발이 강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지난 해 광고 판매 하락률이 가장 높았던 KBS 2TV의 경우 개편을 앞두고 가장 변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KBS 편성국의 관계자는 “지난 해 예능 프로그램의 부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공영방송의 성격상 수익성만으로 프로그램을 평가할 순 없지만 지나치게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지닌 프로그램은 정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최근 ‘토요 명화’ 폐지와 ‘베스트극장’ 시간대 이동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고 관련 부서간의 갈등도 벌어졌다. 물론 수익성도 중요하다. 제작비를 헛되이 쓰기만 하는 프로그램은 당연 정리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방송의 의미도 고려해 결정해야 할 문제다. 무작정 수익성을 좇기만 한다면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라는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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