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계파별로’ 더민주 ‘지도부 4층 집결’ ‘붕당정치’의 재현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오는 30일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본격적인 의원회관 입주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의원 사무실 배치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의원들은 방 번호에 의미를 두기도 하고 조망을 따지기도 하지만 개원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성향별 계파별로 국회의원들이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번엔 새누리당은 계파별로 층수를 달리했고, 더민주는 대표·원내대표 ‘투톱’이 한 층에 동거하게 됐다. [일요서울]은 의원회관 방 배정 관련 숨은 뒷이야기를 알아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6·8층 로열층엔 다선 중진의원 대거 포진
-“초선에 나이까지 적으면 방 선택권 사실상 없다”

새누리당은 친박(親朴)·비박(非朴)이 계파별로 모였다. 원수처럼 싸우더니 이젠 별거까지 하는 모양새다. 친박 좌장 격인 8선 서청원 의원은 628호에서 국회 분수대와 도서관이 보이는 최고 인기 방 중 하나인 601호로 옮겼다. 인근의 648호는 원유철 의원이 배정받았다. 박덕흠(604호)·조경태(636호)의원과 김선동(626호)·민경욱(628호)·이만희(602호) 당선자가 같은 층에 모였다.

비박인 김무성계는 7층에 포진했다. 김무성 전 대표의 방인 706호 좌측엔 김 전 대표 시절 사무총장이었던 이군현 의원(704호)이, 우측엔 강석호 의원(707호)이 배치됐다. 둘 다 김무성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좌군현·우석호' 진용이 갖추어진 셈이다. 또한 유승민 의원은 916호를 신임 정진석 의원은 946호를 배정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404호) 대표와 우상호(413호) 원내대표, 최운열(445호) 정책위 부의장 등 지도부가 4층에 총 집결했다. 국회의장을 노리는 정세균(718호)·원혜영(816호)·박병석(804호)·이석현(813호) 의원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로열층에 모였다. 이번 총선 PK(부산·경남) 야권 돌풍을 일으키며 국회에 입성한 김영춘(739호)·김경수(733호)·전재수(735호) 당선자도 이웃방에 배정됐다.

방 배치는 층별로 정당 및 무소속 당선자의 ‘블록'을 정하면 원칙에 따라 전망이 좋은 방부터 배치를 시작한다. 초선에 나이까지 적다면 선택권은 사실상 없다. 한강과 양화대교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로열층(6~8층) 북쪽 방엔 다선 중진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번 총선에서 귀환한 ‘거물급’ 당선인들도 이곳을 희망했다는 후문이다.

야권 험지 대구에서 당선된 ‘잠룡' 김부겸 당선인은 유인태 의원실(814호)을 처음부터 점찍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을 노리는 송영길 당선인(4선)은 낙선한 ‘비박 실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실(818호)로 들어갔다. 하지만 오영훈 당선인(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을)과 위성곤 당선인(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은 모두 7층에 배정됐다. 6~8층이 주로 중진급이 이용하는 ‘로열층'으로 불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초선 의원이라고 해서 저층을 이용하라고 강제하지 않는다"며 “신청한 것과 상관없이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의미 담은 방도 더러

의원들이 꼭 로열층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각 호실이 가진 특수성도 고려 대상이다. 일례로 정치적 의미가 담긴 방들이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더민주가 1당이 된 20대 총선일 4월 13일을 뜻하는 413호를 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상기시키는 518호,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6.15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담은 615호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유력 대권주자로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문재인 전 대표의 의원실(325호·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인 5월 23일을 뒤집은 번호)엔 권칠승 당선자가 이사를 온다.

의원들 개인 사정을 고려해 방 선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김종인 대표와 김 대표 영입인사인 최운열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 당 지도부가 로열층이 아닌 4층에 들어섰는데, 고층을 배정받지 않은 데는 김 대표와 최 부의장의 ‘고령'을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상호 원내대표가 413호를 택한 데에는 4월 13일을 상징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원래 쓰던 442호가 동향이라 아침에 한 번, 맞은편 고층 빌딩에 반사돼 저녁에 한 번 등 해가 하루에 두 번 뜨는 고충이 있어 “3선 하면 무조건 방부터 옮겨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도 아니고 조망이 좋지도 않지만 의원들이 눈독 들이는 방들이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 명당으로 불리는 방들이다. 6선에 성공한 문희상 의원은 454호를 그대로 쓰는데 이곳을 거쳐간 의원들의 선수만 따져도 14선 정도인 ‘명당’이다. 이 방을 쓴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비례대표 4선을 포함해 8선의 기록을 세웠다.

또 다른 명당으로 국회의장을 배출한 방으로 각 당 중진들이 노리는 정의화 국회의장 의원실(814호)이 있다. 이 방은 김성식 당선자가 사용하게 됐다. 국회부의장을 노리는 박주선 당선자와 조배숙 당선자는 각각 708호, 616호를 쓰기로 했다.

방주인들이 전원 20대 총선에서 생환하며 신(新) 명당으로 떠오른 ‘화우회'엔 기존 멤버에 최인호 당선자가 추가됐다. 화우회는 ‘화장실 오른쪽 방을 쓰는 의원들의 모임'으로 331호부터 336호까지다. 새누리당에서 더민주로 ‘진영'을 옮긴 진영 의원은 622호 방을 그대로 쓴다. 조응천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썼던 312호를 배정받았다.

-국민의당 방 배정 安·千 그대로

한편 국민의당은 기존 19대 국회의원들이 원한다면 본인이 사용해온 의원실을 계속 쓸 수 있게 우선 배려했다.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의원실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특히 안·천 대표가 있는 5층에는 당 사무총장을 지낸 박선숙 당선인(506호)과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507호) 등 지도부 핵심들이 배치됐다. 천정배계로 분류되는 박주현 당선인(508호)도 천 대표와 같은 층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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