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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 연속 K리그 최강자 심판 매수 스캔들에 흔들…구단들 전전긍긍
정부 스포츠 4대악 근절 천명했지만 끊이지 않는 불법·비리에 만신창


여전히 체육계가 불법행위로 인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년 연속 K리그 최강자 자리에 올랐던 전북현대마저 심판매수 사건에 연루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축구팬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또 한국빙상연맹의 경우 코치진까지 포함된 불법도박혐의가 드러나 선수 17명이 자격정지를 당하는 등 체육계 전반에 걸쳐 만연한 도덕불감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부산지검 외사부(김도형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배정 경기에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뒷돈을 건넨 전북 현대 스카우트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직 심판 두명 역시 금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전북 스카우트 A씨는 2013년 심판 2명에게 100만 원씩 총 500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구단 측은 즉각 “스카우트가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해명하자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일각에서는 단순 스카우트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전북은 당황한 듯 “책임을 통감한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성명서를 냈고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과 이철근 단장은 지난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ACL 16강 2차전(2-1승) 종료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사안이 종결되면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러 해명에도 불구하고 ‘전북 현대 스캔들’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4, 2015리그 우승을 차지한 최강의 팀인 전북이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축구팬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심판매수, 구조적 고질병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소문이 양산되고 있어 자칫 불똥이 K리그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리그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일파만파 확산되는 데는 한국프로축구 연맹의 소극적인 대응과 함께 구조적인 문제가 부채질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먼저 심판매수와 관련해 어느 구단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전북의 잘못이 맞지만 거의 모든 구단들이 관례적으로 심판에게 떡값을 줘온 공공연한 비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로심판 관리가 이원화되면서 당사자인 심판들이 연맹과 구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심판 관리와 추천은 대한축구협회가 맡고 실질적인 교육, 배정, 평가는 프로연맹이 하고 있다. 이에 교육과정에서 연맹으로부터 K리그만의 판정 기준이 요구되게 마련이다. 또 연맹이 주도하는 평가에 따라 심판의 승격 및 강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심판 승격 및 강등에 따라 심판들의 수당이 달라진다는 점이 심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클래식 1경기 수당은 200만 원, 챌린지는 100만 원, 내셔널리그는 17만 원으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기본급마저 사라지면서 클래식을 기준으로 최대 연봉은 약 5800만 원, 최저 연봉은 약 2000만 원대 중반으로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이 같은 구조적인 한계는 연간 20억 원을 투자하며 판정 시비 해결을 위해 들이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사실상 협회도 프로심판들을 프로 수준으로 교육시키고 관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심판 관리가 일원화 될 경우 협회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같은 국내 축구 환경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도 위배된다. FIFA는 한 개 나라에 심판위원회는 1곳만 있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협회와 연맹에 따로 존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심판 관리를 일원화해야 보이지 않는 힘의 개입을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맹 측의 소극적 대응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연맹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결과를 지켜보고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징계 수위도 관련된 공식입장도 상벌위가 개최된 후 발표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모양새라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2월 경남FC 사태로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연맹은 “축구팬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발표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또 당시 연맹은 “모든 비위행위의 척결을 위해 범축구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축구계가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남 사태 이후 5개월여 만에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제대로 된 전수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연맹의 안일한 태도가 불씨를 키운 꼴이 됐다.

설득력 없는 스카우트 탓

전북 현대의 해명도 여전히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전북은 사건이 알려진 이후 한 스카우트의 책임으로 몰아갔다. 이를 두고 축구팬들은 ‘스카우트가 사무국에 보고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의문을 남기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일각에서는 유럽 축구 구단의 스카우트와 K리그 스카우트들의 업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오해라고 말한다.

K리그의 경우 초기에는 스카우트 역할을 주로 학원 축구감독 출신이 맡거나 때론 중고등학교 팀을 지휘하는 동시에 구단 스카우트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외국 방식이 접목되고 있지만 업무 방식은 과거의 모습을 고수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더욱이 좁은 한국시장에서의 스카우트들의 역할은 선수들을 찾아 관찰하기보다 인맥을 통해 선수들을 발굴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에서 K리그 스카우트는 스카우트 본연의 업무보다 구단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인물에게 직접 보고하거나 사실상 비서처럼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K리그 챌린지 구단의 경우 스카우트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해 심판매수사건에 휘말린 경남 FC의 경우 사장이 스카우트를 부린 경우다. 다만 이 같은 업무형태를 고려한다 할지라도 전북 스캔들의 당사자인 스카우트 A씨의 경우 직속상관이 최 감독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02년부터 전북에서 일한 A씨는 2005년 부임한 최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최근 들어 막역한 사이였다는 점에서 A씨 개인일로 몰아가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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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없는 쇄신론 무용지물

구단과 연맹 측은 사건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검찰 역시 조만간 종결할 의지를 내비치면서 타 구단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검찰 측은 한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심판 매수를 했다는 뚜렷한 혐의가 포착된 구단은 없다”며 “사건 종결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알려드릴 수 없지만 스카우트 A씨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현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인과 향후 재발 방지 등이 담긴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쇄신안에는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 간의 운영 및 소통 강화, 이번 사태로 실추된 모기업 현대자동차 및 구단 이미지 회목에 대한 약속 등이 담길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전북현대의 발전 방향성도 수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북은 2009년 K리그 첫 우승 이후 과감한 투자를 집행해 왔다. ‘절대 1강’이라는 목표답게 국가 대표급 선수 영입뿐만 아니라 봉동 클럽하우스 건립, 올랭피크 리옹 등 모기업 스폰서십과 연계된 해외 유명팀과의 교류 등을 추진해왔다.

또 2020년까지 모기업 지원에 의지하지 않는 자생력 확보를 비전으로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로 인해 당장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어 모기업의 결단을 지켜봐야 할 처지가 됐다.

비단 이 같은 문제는 한 구단 또는 리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난 24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불법스포츠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선수들에 대해 최대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빙상연맹은 불법 스포츠도박에 연루된 선수와 지도자 27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미성년자 신분으로 불법스포츠도박은 물론 음주 파문까지 일으킨 B 선수에게 가중처벌을 적용,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또 불법행위 정도 등을 고려해 5명에게는 출전정지 1년, 11명의 선수에게는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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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 KBO 삼성라이온즈는 선수들이 불법도박사건에 휘말리며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했고 주전급 선수들의 이탈로 올 시즌 중하위권에 머무르며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 외에도 프로스포츠뿐만 아니라 아마추어스포츠에도 승부 조작 및 불법도박혐의가 지속적으로 적발되는 등 체육계의 도덕불감증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스포츠 4대악(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폭력·성폭력, 입시 비리, 조직 사유화) 근절을 제시하며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체육계 스스로가 변화와 불법근절 의지를 드러낼 때만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데에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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