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장성훈 국장] 얼마 전 지하철에서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르신이 일단의 젊은 여성들의 발랄한 모습을 바라보며 “참 좋다. 정말 좋아. 모두 다 내 딸 같아서 말이야”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혹시나 해서 어르신 가까이 다가가니 한 잔 하신 듯 술 냄새가 다소 강하게 났다. 그리고는 그 젊은 여성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 때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삼가해달라”는 방송멘트가 흘러나왔다. 순간, 필자는 당혹스러웠다. 비록 어깨를 가볍게 치기는 했으나 사람에 따라서는 그 어르신의 행동이 반감을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여성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오히려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그 정도는 괜찮다는 뜻이었을까. 수치심을 별로 느끼지 않았나 보다. 어쨌거나 필자는 그 어르신이 아무런 봉변 없이 무사히(?) ‘위기’에서 벗어나자 안도할 수 있었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쓴웃음과 함께...
참 알 수가 없다. 수치심 유발의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다. 내가 봤을 땐 분명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이었음에도 여성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별로 수치심을 느낄 만하지 않은 장면에서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들도 있다. 법원의 판결도 제각각이다. 분명 ‘성추행’처럼 보이는데 판결은 ‘무죄’로 나는가 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유죄’로 판결나기도 한다. 어쩌란 말인가.
요즘 남자들, 참 불쌍하다. 처음 보는 여성과 악수하기도 겁이 난다. 상대 여성이 먼저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어도 왠지 눈치가 보인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과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신체접촉이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직장의 예쁜 여성에게 “예쁘다”라고 말하는 것도 겁이 난다. 그런 말이 그 여성의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하면 ‘성희롱’죄로 고소당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여성에게 행했던 것들을 지금은 의식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귀엽다고 여성의 머리를 만져서도 안 된다. 여성의 엉덩이를 툭 치기라도 하면 그것으로 ‘성추행’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또 알 수가 없다. 당시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수치심을 느끼는 여성도 있단다. 즉각 반응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불순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 살아가는 방식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리라.
요즘 적지 않은 남자들이 여성과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모든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에 필자가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다. 다만, 이 같은 해프닝으로 우리 남자들이 마음에 반드시 새겨야할 것은 있다고 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오해받을 수 있는 언행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워도 그렇게 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옛날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그래도 하소연은 하고 싶다. 직장 내 남녀 좌석을 분리해 달라. 서로 말 섞을 일이 없으니 오해받을 말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칸 역시 남녀를 분리해 달라. 불필요한 신체접촉사고를 처음부터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집 역시 남녀 구별해서 운영해 달라. 여성 종업원도 입실시키지 말아 달라. 여성의 손목만 잡아도 ‘성추행’으로 고소하지 않는가. 분명 어깨를 토닥였는데 가슴을 만졌다고 주장하는 세상이 아닌가. 남성들은 술에 취하면 인사불성이 되어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
조심하면 되지, 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조심해도 잘 안 되는 것이 남녀 사이가 아닌가. 어쩌다 실수 한 번 하면, 운 나쁘면 인생 종칠 수도 있다. 오해하지 마시라. 그렇다고 남자들의 행동을 무조건 용서해달라는 말은 아니다. 조심해야 마땅하다. 다만, 너무 그러면 세상 참 삭막해질 것 같아 그것이 걱정이다.
seantlc@ilyoseoul.co.kr
장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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