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광고가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는 시간은 보통 15초, 길어야 30초다. 그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눈길을 잡아끌기 위해 광고는 갖가지 장치를 동원한다. 그중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손꼽히는 것이 ‘섹스어필‘(sex appeal)이다. 지극히 본능적이며 말초적이지만 광고의 주목도 측면에서 그 효과는 인정받고 있다.해외에 비하면 현실적인 제약이 많지만 국내 소비자들도 알게 모르게 많은 섹스어필 광고에 노출돼 있다. 남자들끼리 멋적게 낄낄대던 ‘굵고 긴 스낵’ ‘줘도 못 먹나’ 등의 광고 카피나 무명의 전지현을 일약 스타로 만든 프린터기 광고의 댄스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을 탈 수 없어 지면으로만 접하는 위스키 등 양주 광고나 화장품·향수 광고는 고전적인 섹스어필 광고의 대명사들이다.2004년 가장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는 섹스어필 광고는 캐주얼 의류브랜드 ‘지오다노’ 광고다. 전지현이 클럽에서 관능적인 춤과 눈빛으로 정우성을 유혹하는 이 광고는 ‘너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로부터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이 광고는 ‘방송불가’ 판정이 알려진 뒤, 인터넷을 통해 광고를 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 인기를 누렸다.

지오다노는 ‘광고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폭주해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 맨 앞에 광고 동영상을 올려놓기도 했다.‘지오다노’ 광고에서 확인했듯이 광고계는 가장 섹시한 모델로 전지현을 뽑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지난해 ‘현대 오일뱅크’ 광고 속 전지현의 모습은 요란하게 몸을 흔들지 않아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실 주유소 광고는 차에 기름을 넣는 상황을 성적으로 해석, ‘여성의 섹스어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다.오일뱅크에 가기 위해 길 건너편에 차를 멈춘 전지현의 앞으로 수백명의 경보선수와 오리 떼가 느릿느릿 지나간다.

골반이 드러나는 바지와 짧은 배꼽티를 입은 전지현이 운전석에서 일어나 응원하는 모습은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섹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전지현과 더불어 광고계 ‘섹시 코드’의 대명사로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은 이효리다. 이효리는 지난해 ‘애니콜’ 광고에서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며 남녀를 불문하고 가벼운 터치와 야릇한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을 연기해, 섹시함을 맘껏 발산했다. ‘성인식’ 등의 노래에서 요염한 모습을 보여줬던 가수 박지윤도 KTFT 휴대전화 광고에 출연,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다.성을 소재로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들이 모델의 ‘성적 매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KTFT의 ‘버’는 ‘눕히면 얘기가 달라진다’라는 카피를 써 모델인 박지윤의 섹시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봤다. 고구마를 든 남자와 치즈를 든 여자의 ‘결합’을 소재로 한 ‘피자헛’ 광고는 “한판 더 할까”라는 카피를 써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전세계적인 ‘메트로섹슈얼’ 열풍 때문일까. 남성 모델을 통한 ‘섹스 어필‘ 광고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조각같은 남자들의 속살을 살짝 내보이며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광고도 지난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린나이’는 주부모델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온 보일러 광고에 가수 비를 발탁했다.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 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일러 광고로는 드물게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 광고는 가수와 연기자로 많은 여성팬을 확보한 에릭을 내세웠다. 랩으로 내레이션을 하는 에릭은 웃옷 단추를 모두 풀어, 현란한 몸동작 틈틈이 상반신을 드러내 ‘엿보기의 즐거움’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영화배우 원빈의 상반신을 드러낸 ‘LG 싸이언’ 광고는 ‘몸짱’ 열풍 속에서 여성보다 남성들을 더 자극했다는 뒷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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