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다 보면, 과연 최초로 동시에 등원하는 ‘부부 의원’은 탄생할까, 또 ‘부자 의원’과 ‘형제 의원’도 볼 수 있을까하는데 관심이 간다.

“국회에서 부부싸움은 안하겠지?”

가장 대표적인 ‘부부 후보’는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5번으로 ‘낙점’된 이경숙 후보와 전북 김제에서 역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하는 남편 최규성 후보. 이들이 과연 ‘부부 의원’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남편인 최후보의 경우 현재 각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다른 정당의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상태. 또한 탄핵 정국으로 당 지지율이 급등했기 때문에 비례대표 5번으로 확정된 아내 이후보 역시 당선가능성이 매우 높다.이들 외에 또 다른 ‘부부 후보’는 민주노동당 울산 동구의 김창현 후보과 아내인 이영순 후보(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이들 부부는 지난 98년 7월 김 후보가 울산 동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자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구청장을 이어 받은 특이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 3번을 받은 이 후보가 남편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 김 후보의 경우 정몽준 의원과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론조사에서도 정몽준 의원에 크게 밀리고 있어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민주노동당의 또 다른 ‘부부 후보’는 서울 강서을에 출마하는 남편 김단성 후보와 영등포갑에 출사표를 던진 아내 홍승하 후보. 신혼부부인 이들은 작년 4월 서울 양천 지역구 재보선 당시 선거운동을 하면서 애정을 싹 틔워 9월에 결혼했다고 전해진다.

“금배지 대물림 가능할까?”

부자가 같이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아버지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도 관심거리다.한나라당에서는 이중재 전 의원의 아들인 이종구 전 금융감독원 감사가 서울 강남 갑 후보로 공천됐고, 정재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문헌 후보는 부친의 지역구인 강원 속초·고성·양양에서 출마한다. 또 민주당 김상현·영호 부자는 각각 광주 북갑과 서울 서대문갑에 공천이 확정돼 총선 사상 처음으로 부자가 동시에 지역구에 출마한다. 김상현 의원은 서대문 갑에서 6대 때 당선돼 4선을 했고, 아들인 김영호씨가 이번에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후보는 노승환 전국회부의장의 아들로, 아버지가 시의원(2회), 국회의원(5회), 구청장(2회) 등 30년간 닦아놓은 서울 마포 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의 장남인 호준씨가 이 지역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공천돼 헌정 사상 첫 3대 국회의원 집안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정의원의 부친은 정일형 전 신민당 대표권한대행으로 서울 중구에서 50년 2대 총선 이후 9대까지 내리 8선을 기록했고, 정 의원도 77년 9대 보궐선거 당선 이후 5선(9·10·13·14·16)을 했기 때문.

대통령이나 당 대표(총재)를 지낸 화려한 가문의 2세도 관심거리다.

대통령 가문 출마자로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맏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가장 대표적이다.또 김대중 전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를 뒤로하고 비례대표로 17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고, 인천 남 을에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사위인 윤상현씨가 후보로 결정됐다. 뿐만 아니라 부친인 조병옥 박사에 이어 야당 대표를 하고 있는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지역구(서울 강북을)를 떠나 대구에서 출마한다.열린우리당 김한길 전의원(서울구로을 출마)은 71년 제7대 대통령선거에 통일사회당 후보로 나선 고 김철씨의 아들이다.국민통합 21의 정몽준 의원은 부친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 제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선 때인 2002년 ‘국민통합 21’이라는 신당을 창당, 대선후보로 나섰으나 ‘후보단일화’에 패배, 꿈을 접어야 했다.

형제는 용감했다?

형제, 남매 후보 역시 눈에띈다. 김두수(일산을) 후보는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의 친동생이며, 유시민(덕양갑) 의원의 누나인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은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경북 구미을의 김태환 후보는 김윤환 전의원의 동생이다. 또 한나라당 홍문표 전 사무부총장과 홍일표 변호사 형제는 각각 충남 예산·홍성과 인천 남 갑에 나란히 도전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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