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건물을 임대하는 이유는 임차인으로부터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함이다. 이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임대료는 반드시 금전일 필요는 없다. 이와 관련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쌀이나 고추 같은 농산물을 받은 것을 두고 임대인이 임대료 수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A씨는 1985년 임야 9만 4000여㎡를 매입한 후 B씨에게 토지 관리를 위임했고 B씨는 1985년부터 문제의 토지 위에 건축된 미등기건물을 매수한 뒤 실제로 거주했으며 고추농사와 쌀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또한 문제의 토지에는 B씨 외에도 C씨가 1951년부터 전 토지 소유자로부터 쌀 한가마니에 건물을 매수한 뒤 이제 것 거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3사람 사이에는 별다른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A씨가 2009년에 이르러 토지개발을 위해 B씨와 C씨에게 나가달라 는 요청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B씨와 C씨의 주장에 따르면 B씨는 A씨에게 매년 임대료 명목으로 쌀과 고추 등의 농산물을 보내왔으며 이를 통해 A씨가 임대료 수익을 얻었음으로 A씨와 자신 사이에는 묵시적인 임대차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C씨의 경우 자신은 문제의 토지에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건물을 온전히 점유하였기에 자신에게 소유권이 넘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송으로 번진 이번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B씨와 C씨의 주장을 인정해 두 사람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이어진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다른 판결을 내놨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로부터 매년 받은 쌀 4∼10가마는 그 양이 일정치 못하고 땅주인과 농작물 지급에 관해 의논한 적이 없기에 땅주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지급한 것일뿐 토지 사용료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한편 C씨에 대해서는 C씨가 만약 해당 토지의 주인이라면 당연히 했어야할 소유권등기이전이나 세금납부 등의 행동을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자주점유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따라서 재판부는 B씨의 경우 A씨가 임대료 수익으로 쌀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임대차관계가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고 C씨의 경우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땅주인인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결론적으로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경우에는 차임 명목으로 농작물을 준다는 약정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같은 양의 농작물을 지급하여야 나중에 임대차계약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경력]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 예스폼 법률서식 감수변호사
▲ 분당경찰서 경우회 자문변호사
▲ TV로펌 법대법 출연 (부동산법 자문)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現)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출판사)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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