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십고초려’ 용병 2017년 대선 정조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4.13총선에서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한 인사들이 있다. 바로 조응천 전 청와대공직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이다. 두 인사는 총선에서 당당하게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했다. 문 전 대표는 영입 당시 “당선되면 박 정권이 가장 두려워 할 두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했다. 조 의원은 검찰 공안통으로 박 정권에서 청와대 핵심 보직에 있었다. 김 의원은 국정원 경력 20년차로 국정원 내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근 “제대로 된 (박 정권이)국정운영을 하지 않으면 하나씩 터트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비밀병기로 특채된 쌍포를 집중 분석했다. 

-더민주 2012년 대선 "국정원 대선개입은 없다!"
-청와대·국정원 ‘걸어다니는 핵폭탄’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집권 여당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우 원내대표는 “조응천(남양주갑)·김병기(동작갑) 두 국회의원은 권력 내부의 속성과 잘못된 국정운영 방식을 낱낱이 알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긴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우 원내대표는 “십상시니 문고리 3인방 등 측근들에 의한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가 재발한다면 권력 내부의 실상을 알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더민주당이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 두 인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민주당에서 공들여 영입한 만큼 두 인사 역시 당선자 대회에서 “정권교체에 밀알이 되겠다”(조응천),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김병기)고 화답했다. 

조응천 국회의원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공직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었던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십상시 측근 그룹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문건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에게 건넨 혐의를 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첩보 수집과 감독 등 민감한 업무를 맡았고 지난 2012년 대선 박근혜 후보의 네거티브 대응을 전담하면서 박 대통령의 갖가지 정보를 다뤘다. 두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의 야당행은 ‘걸어다니는 핵폭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에는 조 의원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연루 의혹을 받은 청와대 출신 인사와 박지만 EG회장 측근을 각각 보좌관과 비서관으로 뽑으면서 재차 집권 여당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조 의원은 자신과 함께 청와대 공직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오창유 전 행정관을 보좌관으로 채용했다. 오 보좌관은 문건 유출 사건 당시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청와대 문건 사본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가 청와대를 떠났던 인물이다. 오 보좌관과 함께 영입된 정인식 비서관은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문건 유출 사건때 조 의원과 박 회장을 연결해줬다는 의심을 받았다. 

결국 조 의원이 향후 폭로할 건으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내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 등 십상시들의 실체와 인사전횡, 그리고 비리 등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박지만 회장을 둘러싼 십상시의 정치적 공세에 대한 실상도 포함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조 의원은 흥행에 성공한 국내영화 ‘내부자들’에서 권력을 쫓다 이용만 당하고 손목이 잘린 채 도피 생활을 하다 복수에 성공한 조직폭력배 안상구(이병헌 역)에 비유해 향후 자신의 역할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병기 의원 역시 비슷한 처지다. 1987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 들어간 후, 2013년 퇴직할 때까지 요직인 인사 관련 업무를 맡았다. 더불어민주당과는 인연이 깊은 인사로 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인 1998년 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노무현 정부때는 국정원 개혁 태스크포스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5년 7월에는 국정원의 인터넷·스마트폰 불법 해킹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 야당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에서 외부 전문가로 참여했다. 

-국정원 2017년 대선 개입 사전차단용

김 의원의 경력에 비춰 향후 역할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이 온라인에서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사건이 바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은 임기초 2년 동안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지 못했고 정국은 요동쳤다.

결국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 사건 수사를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불어났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야당은 장외투쟁까지 나서고 ‘대선불복 운동’ 선언도 있었지만 이미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었다. 

결국 더민주는 지난 총선을 치르면서 국정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국정원장 탄핵소추 대상 포함, 국정원 예산의 특례조항 축소, 감사원의 국정원 감사 등을 공약했다. 김 의원 역시 국정원 개혁에 선봉에 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국정원 개혁은 결코 국정원 내부에서 할 수 없다”며 “국정원 외부에서 특히 새로운 정권에서 해야 한다. 내가 국정원에서 오래 몸담았던 만큼 국정원 개혁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겠다”고 공언했다. 

더민주당의 조응천·김병기 두 의원에 대한 역할은 상임위 구성에서도 우선권을 부여하는 모습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근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을 포기하는 대신 국회 운영위원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회 운영위는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갖고 있다. 여기에 조 의원을 전진배치시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 견제용’으로 삼고자 하는 포석으로 읽혀지고 있다. 또한 김 의원을 정보위에 배치시켜 국정원을 견제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야당의 강력한 정권 견제 의지에도 불구하고 조 의원의 ‘깜짝 폭로’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조응천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보수적인 인사다”며 “성향상 야당보다는 여당에 어울리는 인사로 배지를 달기 위해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인사는 “검사 출신 인사들의 경우 권력의 맛과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라며 “수사만 하던 조 의원이 정보를 폭로하면서 정권을 조기에 압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조 의원은 우 원내대표의 운영위 종용에 대해 시큰둥한 입장이다. 조 의원이 원내대표실에 밝힌 상임위 1순위는 법사위 2순위 교문위, 3순위가 정보위 4순위로 운영위를 희망상임위순으로 적어 제출했다. 사실상 박 정권 ‘저격수’로 20대 국회 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부담스럽다는 간접적인 표현인 셈이다. 

-저격수 주문에 “아직 시기상조” 왜

경남 사천이 고향인 김병기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정보위를 1순위로 하고 2순위로 외통위를 적었다. 하지만 국정원을 감독하는 정보위이지만 배지를 달자마자 ‘친정’인 국정원을 바로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여권 내 관측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은 쉽게 폭로하거나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며 “또한 오랜 공직생활을 하다 보면 ‘국가관’이라는 게 생겨 국가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조 의원이나 김 의원이 막상 움직일 시점은 내년 대선 본선에서나 전면에 나설 공산이 높다는 설명이다. 현재 권력이 아직 서슬 퍼렇게 살아 있는 이상 총알을 장전하면서 경고하거나 ‘몸풀기’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정권과 권력의 저격수로 나서는 것은 박 대통령이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최고조에 이르는 대선 직전이나 정권교체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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