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어렵고 먹튀 피해 많아…당해도 신고 못해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담뱃값 인상 후 온라인을 통해 불법 면세담배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불법 면세담배는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 홍콩을 오가는 이른바 ‘보따리상’을 통한 밀수입이 주를 이룬다. 또 블로그와 해외서버를 이용한 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을 통해 담배를 판매한다. 이 같은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 후 밀수입 급증과 더불어 밀수 담배 판매 행위도 늘어나고 있다. 또 돈만 떼이고 물건은 받지 못하는 피해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밀수 담배로 불거진 논란을 살펴봤다.

보따리상 통한 밀수입으로 30% 싸게 판매 유인해
사고파는 것 모두 불법…알면서도 사는 심리 이용

불법 밀수 담배는 주로 블로그와 해외서버를 이용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들은 KT&G를 비롯해 BAT, JTI 등 국내 유통 중인 담배들 대부분을 판매한다.

밀수 담배 판매는 과거에도 암암리에 존재했으나, 지난해 국내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지난해 상반기 적발된 담배 밀수는 287건으로, 2014년과 비교해 네 배 이상 뛰었다. 2014년에 적발된 담배 밀수는 40여건이다. 이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담배사업법에 따라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중국 보따리상인들을 통해 면세담배 2만여 갑을 밀수입한 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수출용 담배나 외국에서 생산된 면세품 담배 27만 갑 12억6200만 원어치를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밀수입한 담배 열 갑을 2만~2만5000원을 주고 사들인 뒤, 1000원에서 1만1000원 정도의 이윤을 남긴 뒤 되팔아 모두 2억4000여만 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밀수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사이트들을 살펴보면 2900원가량에 담배 1갑을 판매하고 있다.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담배 가격은 4500원가량이다. 4500원 가격 제품 기준 소비세가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33원, 개별소비세 594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폐기물부담금 841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 같은 불법 면세담배는 주로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 홍콩을 오가는 보따리상을 통해 밀수입된다. 선내 면세점에서 구입한 담배를 집하장에서 넘겨받은 뒤 세관 신고 없이, 국내에 되파는 방식이다. 이들은 국제여객터미널을 오가며 면세담배를 밀수입한 뒤 세관 신고 없이 국내로 유통하고 있다.

해외서버 단속 어려워

이 과정에서 일반인 여행객 등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구매한 뒤 되팔아 넘기는 일도 발생한다. 면세 담배 구입 시 1인당 살 수 있는 물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온라인을 이용한 담배 판매는 불법이지만 이들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과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들 중 일부는 회원제를 통해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는 곳도 있으며, 해외사이트에서만 해당 사이트가 검색되도록 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돈만 떼이고 물건은 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불법인 걸 알면서도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다 피해를 입는 것이다.

불법 거래 사이트 다수는 계좌이체를 통한 결제만 가능하게 운영하고 있다. 입금과 물건 도착, 궁금한 점은 홈페이지 상에서만 문의할 수 있다. 또 갑작스럽게 사이트를  폐쇄하는 경우도 있어, 돈만 송금하고 물건을 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판매와 구매 행위 모두 불법이라는 점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통구조 교란 우려돼

뿐만 아니라 국내 담배 유통구조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막무가내식의 담뱃값 인상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인상된 가격에 포함된 세금이 늘어났지만 흡연율 감소는 미비한 상태다. 담뱃값 인상 직후에는 담배판매량이 2014년 하반기 대비 8억갑이 줄어든 14억갑 정도였지만, 하반기에는 4억갑을 회복하며 18억6700만갑이 팔렸다.  단순한 가격정책만으로 금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또 거둬들인 세수로 국민건강증진기금 사업구성에 사용한 예산이 28.4%에 불과해 금연을 이유로 걷은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세수 적자를 메웠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은 2015년 10조5340억 원으로 전년대비 51.3% 증가한 수치다.

제조업체들의 하소연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담배는 모두 불법이지만 수사권이 있다거나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서 “제조사뿐만 아니라 편의점 등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입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인상된 담뱃값은 세금 인상이었기 때문에 제조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담배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이런 일들이 늘어나다보니 업계 내부에서 이례적으로 출시 기념 할인 이벤트 같은 일도 일어나고 있다”면서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불법 밀수 담배 사이트 운영자의 신원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수사에 돌입했다. 또 일부 판매업자들은 직접 이들을 고발하고 나섰다.

한국담배판매인연합회 측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음지에서 활동하다 보니 현재로서는 피해 규모와 불법행위를 모두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일부 지방 판매업자들 중에서는 이를 발견해 직접 고발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seun897@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