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가수들의 주수입원으로 알고 있는 음반과 공연 시장이 극도로 위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수들이 속속 음반을 내고 제작사(소속사)가 문을 닫지 않는 것은 행사 수입이 일정 부분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행정 기관의 이벤트로부터 대학 축제까지 가수의 무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받는 돈이 행사 수입이다. 행사비의 세계를 들여다봤다.얼마전 모 이벤트 전문 사이트에서 작년 가수를 섭외해 행사를 진행했던 이벤트 업체들을 대상으로 행사비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2∼3곡을 부르는 1회 행사에 가장 많이 받은 가수는 비·신화·god 등으로 3,000만원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비를 놓고 주최측과 가수 측은 서로 생각이 많이 다르다.주최측과 섭외를 대행하는 이벤트사의 경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7%가 “출연료에 거품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생각은 가수들이 행사장 무대에 서는 시간은 10∼15분 내외이고, 철저히 준비된 무대도 아니고, 공연이 끝나면 또 다른 행사를 위해 서둘러 철수해 버려, 거액을 들인 만큼 행사에 깊이 참여한다는 느낌이 안 든다는 이유에서다. 여기다 기업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명이나 상품명을 제대로 기억 못해 주최측을 당황하게 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이런 주최측의 ‘거품론’에 대해 가수들과 제작자들은 크게 반발한다. 행사 무대만 가지고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한 가요 관계자는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등한시한 생각이다. 스타가 될 때까지 쏟은 노력과 투자 등을 감안하면 행사비는 많은 액수가 아니다. 여기에 댄스 가수의 경우 행사 무대에 오르기 위해 백댄서 인건비와 의상 메이크업 비용 등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무대에 서는 짧은 시간과 큰 행사비 금액만 갖고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도 빈익빈 부익부행사비의 세계는 철저히 빈익빈 부익부다. 모든 가수에게 행사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행사비 수입도 인기에 철저히 비례한다.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지명도 높은 가수의 경우 회당 1,000만원선. 인기는 높지 않지만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기존 가수와 신인의 경우는 500만원 정도의 행사비를 받는다. 물론 무명은 섭외조차 들어오지 않는다.대학 축제는 행사의 특수한 경우다. 학생회에서 행사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100만원 정도에서 시작해 인기 가수라도 500만원을 좀 넘는 정도로 행사비가 낮다.하지만 축제가 워낙 많고 가요 시장을 주도하는 대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 가수들이 등한시하지 않는다. 2002년 휘성은 데뷔 당시 행사 수입에 연연하지 않고 전국의 대학 축제를 돌며 자신의 노래 실력을 직접 팬들에게 보여주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바 있다.노래 10초에 100만원행사비 최고 기록은 얼마일까? 가요계에서 역대 최고 기록은 이효리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신드롬을 일으킬 당시 새로 개장하는 지방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홍보를 위해 이효리에게 노래 3곡에 5,000만원까지 부른 일이 있었다. 노래 한 곡을 평균 3분 잡으면 10초 부를 때마다 100만원 가까이 받는 큰 액수다. 이효리는 방송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며 이를 거절했지만 당시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큰 화제가 됐었다.god도 국민 그룹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릴 당시 5,000만원에 육박하는 행사비를 제안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최고 인기 가수라도 3,000만원을 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노장’이라서 즐겁다행사는 방송에 비해 노장들에게도 기회가 많이 돌아온다. TV 가요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젊은 층만 보기 때문에 노장들이 출연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행사는 기업의 사원 가족 이벤트처럼 남녀노소 모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장을 찾는다.

2002년 이승철이 합류한 부활이 ‘네버엔딩 스토리’로 10대부터 40대까지 고른 사랑을 받으며 행사의 인기 섭외 가수로 이름을 날린 일이 대표적 사례다. 부활은 당시 잊지 못할 행사 섭외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 가족 행사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일이다. 하필 그날이 이미 다른 행사 스케줄을 잡아 놓은 상황이라 행사비를 평소 받던 1,500만원에서 1,000만 원을 더 붙여 2,500만원을 불렀다.출연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기 싫어 행사비 금액을 높여 포기하게 만들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기업의 대답은 ‘오케이’. 부활은 결국 사정을 설명하고 섭외를 고사했지만 입맛을 다시며 원래 잡아 놓은 1,500만원 짜리 행사에 가야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