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체의 모바일 유료 성인 콘텐츠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로 신종 대박사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콘텐츠 제공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고 선정과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이동통신사 전 간부가 경찰에 검거됐다.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1일 성인 콘텐츠업체 선정 과정에서 15억원 가량의 뇌물을 받은 유명 이동통신업체 S사의 콘텐츠사업부 변모(39) 전 과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유료 성인 콘텐츠 공급업체 대표 유모(31)씨 등 2명은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박모(41)씨 등 14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2003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S사 콘텐츠사업부 과장으로 재직해온 변씨는 D사 등 16개 성인 콘텐츠 업체들로부터 “공급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십차례에 걸쳐 13억6,000만원 어치의 금품과 1억3,0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다.변씨는 연예인 누드영상 등으로 성인 콘텐츠 사업이 이용객들의 큰 호응을 얻자 업체간 치열한 경쟁심리를 철저히 이용했다. 변씨는 업체 측에 대해 선정 대가를 노골적으로 요구했으며 심지어 돈을 바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대부분의 업체는 변씨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돈을 건넸다.이후 변씨는 심사를 맡은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업체들이 선정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으며, 해당 업체가 선정된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목요일이나 금요일 심야시간대에 쉽게 눈에 띄도록 메뉴 상단에 광고문을 게시했다.

변씨는 받은 뇌물로 고급 외제승용차를 장만했으며, 2,000만원이 넘는 명품시계와 골프채 등도 구입했다. 또 강남의 유명 룸살롱을 전전하며 하루 밤에 1,000만원을 쓰는 호기도 부렸다. 경찰 관계자는 “변씨의 월세 보증금 3,500만원짜리 집에서 고가 양주와 다량의 명품 등이 1억원 어치나 무더기로 발견됐다”며 혀를 내둘렀다. 변씨는 결국 뇌물로 받은 돈을 1년여만에 유흥비와 명품 구입 등에 모두 탕진했다이 회사의 모바일 유료 성인 콘텐츠사업 규모는 한달 이용자만 10만명으로 1년 매출 규모가 335억원에 달하고, 특히 유명 연예인 누드의 경우 2주만에 3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짭짤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지만 1차 심사 직원은 2명 뿐이고 이들이 일주일에 10건 정도의 제안서를 검토할 정도로 업체 선정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어 변씨의 범행이 가능했다.경찰은 변씨가 받은 뇌물 액수가 상식 밖으로 너무 크다는 점에서 변씨를 통한 ‘뇌물 상납’ 등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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