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외모와 매서운 연기력으로 ‘리틀 심은하’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신예 이다해(22). 이다해는 지난 2001년 미스 춘향 진 출신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불과 4년여 만에 안방극장의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MTV 2부작 특집극 ‘박종철’(2002년), K2TV 미니시리즈 ‘낭랑 18세’(2004년), MTV 일일극 ‘왕꽃선녀님’(2004년) 등이 연기 경력의 전부인 그가 STV ‘그린로즈’의 히로인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털털하고 수더분한 성격…컨셉트에 맞춰 내숭 떠는건 싫다”지난 19일 첫 방송을 한 20부작 ‘그린로즈’(유현미 극본·김수룡 연출)는 평범한 회사원 ‘이정현’(고수)이 재벌가의 외동딸이자 연인인 ‘오수아’(이다해)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됐다가 재기에 성공한 ‘장중원’으로 변신해 복수하는 미스터리 멜로물이다. ‘왕꽃선녀님’의 신들린 초원이에서 재벌가의 딸 ‘수아’로 신분상승한 이다해를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촬영장에서 만났다.

- MTV 새 주말극과 STV ‘그린로즈’, 두 작품을 다 하려다가 MTV 드라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왕꽃선녀님’이 종영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그린로즈’ 시놉시스를 먼저 접했고, MBC 작품은 그 다음에 얘기를 들었어요. ‘왕꽃선녀님’의 후광과 의리를 생각해 두 작품 다 하려고 했지만 그 게 생각처럼 쉽지 않겠더라고요. 소속사 식구들과 상의한 끝에 ‘그린로즈’ 한 작품에만 몰두하기로 결정했죠. 사실 ‘그린로즈’ 출연 결정은 지난해 11월 초 김 감독님(김수룡PD)을 만나고 스토리를 들은 지 30분만에 그 자리에서 내렸어요. 소속사 측에서 1~2개월 가량 쉬면서 천천히 후속작을 택하라고 했는데 제가 우겼어요.

- 오수아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우선 자기 주장이 강하면서 오만하지 않고, 부잣집 딸이면서 절대 티 내지 않는 캐릭터가 맘에 들었어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남자가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는 뜻밖의 사실을 접하는 등 엄청난 충격 속에서도 꿋꿋이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도 좋았고요, ‘왕꽃선녀님’의 초원이 캐릭터와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잘 웃는 편인 데다 털털하고 남들과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한마디로 밝은 성격이에요. 얼마전 STV ‘실제상황 토요일-리얼로망스 연애편지’와 MTV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매니저가 얌전히 있다가 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본래 성격을 감출 수 있나요. 신나게 떠들고 설쳐댔죠. 기획사에서 ‘너는 이런 컨셉트이기 때문에 이러이러해야한다는 말’은 따르고 싶지 않아요. 내숭 떠는 건 질색이에요.(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이다해의 오른쪽 셋째, 넷째 손가락에 있는 상처가 눈에 띄었다.)아, 이거요. 넘어져서 다친 거예요. ‘비오는 날 압구정동 사건’이죠. 트레이닝복 차림에 구두를 신고, 귀에는 MP3 이어폰을, 손에는 우산을 든 채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문득 군고구마가 먹고 싶더라고요. 한 봉지 사서 들고 오다가 구두가 삐끗하는 바람에 넘어졌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군고구마를 놓치기 싫어서 봉지를 꼭 쥔 상태로 그냥 넘어졌지 뭐예요.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으면 되는데 군고구마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 겉보기와 달리 진짜 엉뚱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봄날’의 고현정 선배가 한 대사(가지마 이 자식아)와 슬픈 상황에서 웃는 독특한 표정연기 등을 거울 앞에서 따라하는 등 혼자서 잘 놀아요. 겁도 없는 편이고요.

- PD에게 재촬영을 요구한 적도 있다고 들었는데….▶ 정현(고수)을 만난 수아가 술에 잔뜩 취해 꼬장부리는 장면이었어요, 왠지 캐릭터가 살지 않고 밋밋한 느낌이 들어서 감독님에게 다시 찍자고 졸랐어요. 가끔 편집실에 들러 연기와 겉도는 느낌을 드는 부분이 발견되면 재촬영을 하겠다고 할 거예요.

- ‘봄날’의 고현정을 잇는 여주인공으로서 각오가 있다면.▶ 솔직히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겠지만 ‘신들린’것처럼 열심히 할 거예요. ‘왕꽃선녀님’이 제 연기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였다면 ‘그린로즈’는 도약대로 만들어야죠. 드라마의 배역 안에 갇혀있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랄 만한 모습도, 이런저런 탤런트적 기질을 마음껏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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