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타하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제1차 세계대전 피비린내 나는 전쟁통, 마타하리는  물랑루즈의 고혹적인 팜므파탈로 유명세를 타지만 끝내 이중스파이로 낙인찍혀 총살당한 비운의 여인이다. 그녀의 삶은 처음부터 극과 극을 달린 이중 생활로 점철된 인생이였다. 무희 마타하리로 살아가기 이전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로서의 삶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여인이었다. 불행한 결혼 생활로 딸을 잃은 슬픔을 춤을 통해 승화시킨다. 그랬던 그녀가 전쟁속에서 살아 남기위해 무희로 살아가지만 프랑스 정보국 대령의 제안으로 스파이가 된다. 그러나 1999년 비밀해제된 영국의 제 1차 세계대전 관련 문서에는 마타하리가 군사 기밀을 독일에 넘기는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죽음과 함께 지금까지 신비롭고 아름다웠던 스파이로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작품 신뢰성 높이기 위한 제작진의 협업과정 부각돼

뮤지컬 마타하리는 이러한 실화를 기반으로 인간내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들의 삶을 무대에서 풀어냈다. 거기에 브로드웨이 시스템과 주관사 EMK의 제작노하우가 만나 체계적진 프로덕션으로 기량을 발휘했다. 또한 다채로우면서도 풍성한 사운드를 선사하는 작곡가로 인정받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인 음악이 협업을 이루어 뮤지컬을 완성했다.

특히 뮤지컬 넘버 36곡은 4년에 걸쳐 완성된 곡으로 캐릭터의 심경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또한 아련하고 잔잔한 멜로디를 가진 넘버들은 마타하리가 살던 시대적 배경을 담은 곡들이 많아 관객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과거 기억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꿈결같은 무대장치와 섹시하면서 파격적인 무대장치가 완성도를 높였다. 무대의 주된 컨셉은 마타하리가 걸어 온 인생길이다. 극중 물랑루즈는 무희 마타하리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때문에 무대장치는 물랑루즈를 제대로 표현해내는 것이 관건이였다. 전체적인 배경이 되는 물랑루즈 공간이 느껴지면서 마타하리가 걷는 인생의 여정에 따라 무대세트는 다양하게 변주된다. 그 속에서 그녀가 걸어간 길을 따라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함께 경험하게 해줬다.

뮤지컬 마타하리의 배경인 19세기 말 유럽은 역사상 유례없는 평화와 번영을 누렸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시대였다.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의상은 매우 화려한 우아함에 오리엔탈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유럽 복식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의상들은 벨 에포크 시대에서 조금 더 모던한 아르데코(직선적·기하학적 양식)한 스타일로 변화를 줬다고 제작진은 귀뜸했다. 의상 또한 창작뮤지컬에 걸맞게 소재와 디테일면에서 다채롭게 꾸며 다가기에 충분했다.

무희 마타하리의 드라마틱한 삶은 시대를 뛰어넘어 영화와 소설 등 많은 분야에서 다뤄졌다. 그 중 당대 최고의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가 출연한 영화 ‘마타하리(Mata Hari, 1932)’는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레타 가르보는 ‘마타하리’에서 ‘팜므파탈’ 이미지를 창조해 독보적인 존재감과 관능적인 카리스마를 뽐냈으며 이후 마타하리는 ‘팜므파탈’, ‘이중 스파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특히 분단과 냉전의 배경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이중 스파이 마타하리는 사회, 문화 속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이름이기도하다.

이러한 마타하리가 창작뮤지컬로 탈바꿈되면서 등장하는 인물 중 마타하리와 아르망, 라두 대령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된 역할이다. 물랑루즈에서 아름다운 외모와 고혹적인 자태를 지닌 마타하리 역은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라는 상처입은 여인의 모습도 잘 표현해내야 했다. 뮤지컬 ‘마타하리’에 출연을 확정 지은 옥주현은 “마타하리가 물랑루즈 무대 위에서는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발산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순수함을 간직한 캐릭터라는 점에 끌렸다”며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제작진에 대한 신뢰감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과거 걸그룹 ‘핑클’에서의 앳된 모습은 사라지고 성숙한 여인으로 어느새 성장한 그는 마타하리의 이중적이며 비극적인 삶의 순간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섬세한 감성을 가진 배우임이 틀림없었다. 때론 그간 순탄치 못했던 삶은 오히려 극중의 마타하리의 상처입은 모습을 표현해 내는 자양분이 된 듯 했다.


마타하리가 목숨을 바쳐 아꼈던 아르망은 화려한 물랑루즈 무대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진실된 모습을 알아봐주는 유일한 인물이다. 마타하리의 매력에 빠진 라두대령의 질투에 의해 최전방인 비텔로 파견된다. 프랑스 군 소속의 항공사진을 찍는 파일럿으로 마타하리와 우연히 만나면서 두 사람은 인연을 맺는다. 마타하리의 화려한 외형이 아닌, 진정한 내면을 볼 줄 아는 남자다. 아르망 역을 소화해낸 엄기준은 전쟁통에도 낭만적이며 유머러스한 성격을 관객들에게 표현해냈다. 2011년 SBS 연기대상 주말연속극부문 남자 우수상, 2011 제 15회 부천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잇 스타상, 2008년 KBS 연기대상 남우조연상, 2007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부문 남자우수상에 걸맞는 연기력을 무대에서 발휘했다. 프랑스 군을 이끄는 라두대령은 마타하리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적국인 독일의 비밀을 캐오도록 그녀에게 프랑스 측 스파이가 될 것을 제안하는 인물이다. 프랑스의 승리를 이끌기 위해 군인으로서의 투철한 사명감과 야망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차츰 마타하리에게 끌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이 역은 과거 드라마 왕의 얼굴(2015), 라이어 게임(2014), 트로트의 연인(2014), 별에서 온 그대(2013~2014)에서 연기했던 신성록이 담당했다.

드라마에서 주로 악역을 담당했던 캐릭터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는 라두대령에 걸맞는 옷을 입은 아우라를 감출 수 없는 역할을 소화해냈다.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는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중성, 음모와 배신, 진실과 사랑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역사를 뒤흔들었던 미스터리한 무희 마타하리가 그녀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세상에 나서고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안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EMK 인터내셔널이 주관하는 뮤지컬 마타하리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오는 6월 12일에 그 성대했던 막을 내릴예정이다.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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