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인들의 성형을 둘러싼 뉴스는 국내뿐 아니라 한류가 거세게 불고 있는 아시아 전역에도 파다하다. 수개월 전엔 대만의 어느 일간지가 국내 유명 연예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국 연예인의 성형을 꼬집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싣기도 했다. 한국 연예인들은 대부분 성형수술을 통해 만들어진 ‘인조 미남미녀’라는 것이다. 얼마전엔 ‘욘사마 신드롬’이 거센 일본 열도에서조차 배용준 성형설이 퍼진적이 있다. 일본의 주간지인 <주간신조>가 근거도 없이 “배용준이 입술과 눈, 코, 턱을 성형했다”는 악의적 보도를 한 탓이다.

한국 드라마를 본 중국인 팬 중에는 한국 연예인 사진을 들고 서울의 유명 성형외과를 찾아와 얼굴을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성형을 안했다면 억울하겠지만 누가 봐도 ‘틀림없이’ 성형을 한 연예인도 일단 성형수술 사실을 부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콧대를 높였다”고 지적하면 “갑자기 살이 빠져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피해가고, “턱을 깎았느냐”고 물어보면 “그렇게 무서운 짓을 어떻게 하느냐”고 발끈한다. “가슴이 커졌다”고 하면 “원래 가슴 볼륨이 있었다”며 능청스럽게 발뺌한다. 탤런트 A양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첫회에 두 눈 주위와 콧등이 시퍼렇게 멍든 채 출연했다. 드라마를 쉬는 동안 콧대를 높이는 수술을 받았는데 촬영날까지 부기와 멍이 빠지지 않은 것이다. 깜찍한 외모로 인기를 얻었던 터라 그의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은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네티즌들은 그의 성형 여부를 둘러싸고 인터넷에 많은 글을 올렸지만 정작 본인은 “성형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의 ‘뻔한 거짓말’을 믿는 시청자는 거의 없는 듯하다. 성형을 했건 안 했건 대다수 연예인이 성형의혹에 민감한 것은 ‘자연 미인’과 ‘인조 미인’을 둘러싼 세간의 인식 차이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보편적 정서가 ‘자연 미인’을 선망하는 것은 물론이다. 짓궂은 네티즌들은 연예인의 과거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당사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성형 전 얼굴과 성형 후인 지금의 얼굴을 나란히 올려 한 눈에 비교하자는 뜻이다. 연예인 성형 전후의 사진 비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사이버상에서 큰 인기를 누려왔다. 모든 것이 공개되는 인터넷 세상이다 보니 아예 성형사실을 고백하고 활동하는 연예인도 있다. 김남주, 최진실, 옥주현, 이경실, 성현아, 정선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형 붐은 나이 지긋한 중년 연예인들 사이에도 일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주름살이 싫어 보톡스를 정기적으로 맞는 것은 애교 수준. 쌍꺼풀을 더 짙게 만들고, 콧대를 높이며, 턱수술도 받는다. 젊은 시절부터 쭉 보아온 익숙하고 친근한 얼굴이 어느날 갑자기 퉁퉁 부은 듯한 뺨과 미간 사이를 갈라놓은 듯 오똑하게 솟아오른 콧대로 인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이에 맞는 중장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주름 하나 없는 팽팽한 얼굴로 나와 웃어도 울어도 얼굴에 표정이 실리지 않는 웃지 못할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보톡스로 인해 근육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성형이 연기를 ‘방해’하는 형국이다. 얼마 전에는 중견 탤런트 B씨가 턱수술 부작용으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와 소송을 벌인 일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 앞에서 B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내가 귀신에게 홀렸던 것 같다”며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전해진다.

‘성형 중독’이라 할 만한 연예인도 상당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현대 미용성형의학이 발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한 연예인 C씨. 그는 이마, 눈, 코, 입술, 가슴, 턱 등 이미 많은 곳을 수차례 손봤다. 원래도 연예인으로 발탁될 만큼 미모였는데 한번 시작한 성형은 이제 중독이 되어버렸다. 밀랍인형처럼 흠 잡을데 없는 예쁜 얼굴이지만 이제 그의 얼굴에서 자연스럽고 따뜻한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어려워졌다. 착하기로 소문난 연예인인데 그 마음까지 밀랍인형 같은 얼굴에 가려져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최근엔 연예기획사에서 연예인들을 관리하며 연예활동은 물론 성형수술까지 완벽히 책임지기 때문에 성형 연예인이 더욱 많아졌다. 가능성 있는 이들을 골라 거의 전신성형 수술을 받게도 하고, 스타가 된 후에도 항상 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연예인들 역시 수술의 실패나 부작용을 걱정하면서도 수술대에 오른다.

일반인들은 연예인들의 성형을 쉽게 질시하고 폄하하면서도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성형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성형 열풍의 진원지 노릇을 한 것도 연예인들이다. 연예인의 외모는 그 시대의 미적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고객의 비밀을 지켜줘야 하는 병원에서도 뒤로는 은근히 연예인을 통한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연예인이 어디서 성형수술을 받았더니 저 얼굴이 됐더라’는 말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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