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서 ‘퀴어문화축제’ 개최…동성애 찬ㆍ반 세력 충돌 격화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동성커플 김조광수-김승환의 결혼이 법원에서 불허된 직후 재점화된 동성애 논란이 영화 아가씨의 영향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아가씨가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미화 또는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동성애자들의 잔치마당인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 데 이어 16일에는 퀴어영화제가 개막되는 등 동성애 이슈가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동성애의 현주소를 입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동성애는 16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회에서 논란 자체가 터부시되던 금기의 단어였다. 그러나 2000년 배우 홍석천 씨의 커밍아웃을 계기로 동성애는 재조명을 받게 된다. 여기다 가수 조영남씨가 홍 씨를 혁명가에 비유하면서 동성애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금기에서 논란으로
 
이후 파급효과가 큰 영화를 매개로 동성애를 다룬 영화와 연극이 국내에 소개되었고, 국내 영화 제작사와 TV방송국 등도 동성애를 다루는 작품들을 하나 둘씩 내놓기 시작했다. ‘후회하지 않아’ ‘원나잇 온리’ ‘왕의 남자’ ‘쌍화점’ ‘인생은 아름다워’ ‘선암여고탐정단등이 그 대표작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 지금은 동성애 소재가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 방송, 소설, 코미디 프로까지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동성애 작품들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 더 이상 부정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동성애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영화평론가조차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에 대해 거부감을 전혀 표시하지 않는다. 청소년불가영화인 아가씨가 흥행에 성공한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시나브로 동성애는 일반 국민들 곁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동성애와 관련,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충돌하는 일도 점차 많이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는 강사가 동성애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강사는 특별 교양수업 강의 중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질병이며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가 일부 학생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결국 학교 측은 이 강사의 교체를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또 부산에서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대학 교수들이 에이즈 감염이 동성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내용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실시하자 역시 일부 학생들이 규탄집회를 갖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성애가 본격적인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
 
법무부가 동성애를 포함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으나 개신교 등 보수 세력들의 반대로 17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도 민주노동당이 주도해 차별금지법을 제출했으나 역시 개신교계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19대 국회에서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차별 금지법 제정의 권고 등 국제적 압력으로 차별 금지법 통과가 유력했으나 또다시 좌절되고 말았다. 이어 2013년 추진했던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상정도 해보지 못했고, 유일하게 남아 있던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법안(김재연 의원 대표발의) 역시 자동 폐기되었다.
 
군대 내 동성애 논란 역시 뜨겁다. 2년 전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군형법 제926항에 대한 폐지안을 입법발의한 바 있다. 합리적이지 않은 막연한 편견으로 기본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 이와 관련한 헌법소원도 몇 차례 있었다. 2002년과 2011년에는 합헌으로 판결났으나 위헌 의견을 내는 재판관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계선 동성애 극력 반대
 
동성애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한국교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예전에는 동성애 자체를 죄악시하였으나 최근에는 동성애자를 포용하고 치료해주어야 한다는 교인과 신학대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어령 전 장관은 최근 한 모임에서 동성애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끌어안아주면 좋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 장관은 그러나 동성애를 정당화하고 인간의 자유라며 적극적 가치로 옹호하는 건 그렇지만, 아브라함의 마음을 가진 분들이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버리기 보다는 끌어안아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국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총신대에서는 동성애자들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구성원의 범주를 확장하는 한편, 타 대학의 동성애 동아리및 동성애 관련 인권 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클럽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동성애를 강력히 반대하는 교계 목소리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들은 동성애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어긋난다성경에도 나와 있듯이 동성 간의 성관계는 죄라고 단정한다.
 
이들은 지난 11일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공연음란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동성애 퀴어축제는 성적 기행자들이 자신들의 기이한 취향과 정체성을 대중 앞에 드러내고 그것을 정상으로 인정하라고 사회에 요구하는 시위의 일종이라며 이처럼 자신들의 성적 기행을 대중에게 반복적으로 노출하여 사회일반이 더 이상 그것을 기이한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퀴어축제의 핵심 이유로, 사실 축제가 아니라 사회정치적 의도를 담은 투쟁이자 시위라고 주장했다.
 
또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동성애는 단순한 경향의 문제가 아니라 성경적으로 창조의 질서에 어긋나고 생물학적, 사회 통념적으로도 상반되는 등 인간사회의 전통적인 가치와 질서를 뒤흔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의학적인 근거를 들어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 1만 명 중 92%가 남성이며 신규 감염자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10대 감염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15~19세 감염자 증가율이 20%, 20~24세 증가율 15%를 넘어섰다.
 
일본의 경우, 동성 간 성 접촉으로 인한 에이즈 감염이 64.2%로 나타났고, 미국의 경우, 13~19세 사이는 동성 간 성접촉이 92.8%, 20~24세 사이는 90.8%, 남성 간 성접촉이 에이즈 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재정적인 문제도 동성애를 반대하는 한 근거로 작용되고 있다. 개정된 의료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에이즈 환자는 치료비 70만 원, 감면비 40만 원, 도합 110만 원을 사망 때까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치료비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자 숫자 얼마나 되나
 
국내 동성애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다. 동성애에 대한 개념 정의가 다를 수 있는 것이 그 이유. 단순히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또는 동성과 성관계하는 것으로 각각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적대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고, ‘성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그 수는 예전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동성애가 허용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엡장센터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의 비율은 1.6%였다. 500만 명의 미국인이 동성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20만 명의 성소수자들이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펼친 이스라엘의 경우 동성애 등 성소수자 수는 인구 840만 명 중 10%. 수도 텔아비브의 경우 인구 43만 명 가운데 25%가 성소수자이다. 양성애자와 트렌스젠더 등을 포함한 수치이긴 하나 적지 않은 동성애자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결혼이 거부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도 현재 23개에 달한다. 그리고 이 수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무려 15개 나라가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고 있으며, 남미의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이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해 6월 연방대법원에서 동성 결혼 합헌 판정을 내렸다. 아시아의 경우는 아직 한 나라도 공식적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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