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아직까지 가야 할 방향을 모르고 있다. 지난 총선 참패의 충격이 워낙 강해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정국을 풀어나갈지를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는 듯 해 보인다. 난국을 수습할 만한 카리스마 있는 차기 지도자감도 없고, 정략적 해법을 생산해낼 컨트롤 박스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안타까울 정도로 속수무책의 상태다. 가까스로 비대위를 구성했지만 현 위기를 돌파할 파워는 어디에도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취할 방법은 뭘 감추고 어쩌고 할 일이 아니다. 실오라기 한 점 없이 홀딱 벗고 나서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국민 앞에 보이고 국민의 생각을 따르는 것 외에 어떤 묘책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협치’라는 미명으로 야당을 설득하려고 하면 할수록 선거 참패한 집권당의 초조함만 더 할 따름이다.

공천 탈락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 출마로 당선돼온 몇몇 의원들에 대한 복당 문제가 메카톤급 뇌관이 될 것 또한 불 보듯 해 보이는 상황이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안고 있는 숱한 문제점들이 어느 것 하나 무디거나 쉬워 보이는 구석이 없다. 어렵다고 모든 걸 덮어둔 채 열손재배하고 있을 수는 더욱 없다. 집권여당의 막중한 처지마저 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방정식일수록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져야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이 보이는 건 공부해본 사람이면 다 공감하는 바다. 복당문제만 해도 그렇다. 숨고르기를 하고 조용히 들여다보면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이 어떤 연유로 공천배제 됐는지, 또 공천탈락 과정에 어떻게 무리가 있었는가의 실상이 충분히 드러날 사항이다. 무턱대고 일괄복당 시킨다는 건 스스로 원칙을 부정하고 현 20대 국회의원 공천심사위의 존재 가치를 부인하는 행위다.

복당문제를 거론하려면 먼저 공천 ‘컷오프’ 당해 출마 포기한 인사들의 좌절과 추락한 명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공심위의 판단 잘못이나 절차상의 하자가 있었음을 아주 인정치 않는 건 아니다. 당 정체성과 전혀 동 떨어져 있는 사람을 괜한 눈치 보기로 시간을 끌어 피 말리는 정황을 만든 건 적반하장의 반전을 이끌어 이한구 공심위가 특정인의 말 안 되는 영웅화(?) 작업을 한 꼴이다.

그 빗나간 효과가 지금 얼마만큼 당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는 앞으로 그의 복당 문제로 새누리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는 점에서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다. 오죽해서 유승민, 김부겸 두 의원을 향해 한국정치의 이단아로 표현할까싶다.

새누리당 텃밭에서 옥새파동인가 뭔가 해서 새누리당 후보 없는 누워서 떡 먹기 선거에 얻은 득표조차 유권자 투표율이 아주 저조한 가운데 이름 없는 더민주당 후보에게 25%이상 표가 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하면 더민주당 간판으로 TK 한복판에서 압승을 거둔 김부겸 의원의 쾌거는 놀랍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아마 지역유권자들이 진보정당 무늬로 진보 같지가 않은 김부겸에게서 기대와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이 한사코 유 의원의 복당을 주장하는 것은 그가 박근혜 정부를 타격하는 선봉에 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 주류진영은 협치와 소통이 매우 중요한 가치이긴 하나 당 정체성을 지키자는 세력과, 깨자는 세력의 소통이 불가능한 현실을 놓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할 일이 못 된다. 모든 문제를 속 시원히 까발려서 민심 왜곡을 막아야 한다.

새누리당의 당면과제는 뭣보다도 등 돌린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오로지 몰두해야 할 일이다. 그러자면 천둥벌거숭이로 성난 민심에 다가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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