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아예 새 트렁크를 구입한 쇼퍼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괌 쇼핑의 시작은 ‘로스몰에서 트렁크부터’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이 작은 섬의 매력은 역시나 저렴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푸른 바다와 쉼, 그리고 풍성한 볼거리들이 가득한 괌에서의 4박 5일.

Hafa Adai, GUAM

언제부턴가 괌은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는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쇼퍼들을 유혹한다. 제주도 3분의 1크기에 불과한 섬이지만 섬 전체가 면세지역인 괌 곳곳에 쇼핑몰들이 대거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쇼핑몰 앞에서 갈등할 시간도 아깝다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곳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 쇼핑 리스트에 따라 방문할 쇼핑몰도 달라지기에 사전에 쇼핑 팁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리조트가 몰려 있는 투몬 지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DFS갤러리아에서 쇼핑을 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로컬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아가냐 쇼핑센터 같은 곳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국령인 괌에서는 거품이 빠진 가격으로 실속 있는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특히 안전성이 뛰어난 미국 브랜드의 유아용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태교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아기용품과 상관없는 여행자라도 얼마든지 시선을 빼앗길 만한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하다.

대부분 렌터카를 이용하지만 쇼핑몰 투어가 목적이라면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충분하다. 여행객들을 위한 트롤리버스가 수시로 다니고 있는데 그 중 쇼핑몰만 순환하는 ‘쇼핑몰 셔틀 버스’가 따로 있을 정도다. 10분 간격으로 몰에서 또 다른 몰로 분주히 오가는 트롤리버스. 매일매일 출근도장을 찍듯이 그 버스에 오르는 쇼퍼들도 많으니 괌에 온 이상 하루의 시간을 전부 할애해 올인 해보자.
(Hafa Adai - 괌 원주민인 차모르족의 언어로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의 의미)

중저가 브랜드숍, 괌 프리미어 아울렛

흔히 GPO라고 불리는 이곳은 미국다운 면모를 지닌 창고형 아울렛 매장이다. 괌을 방문하는 이유가 로스에 있다고 할 정도로 로스매장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뜨겁다. 로스는 의류,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액세서리, 완구류에 이르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는 곳이다.

시즌이 지난 아이템들이긴 하지만 거짓말 같은 가격에 브랜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점심 이후에 방문하면 한정된 수량이 이미 바닥을 보인다는 정보에 여행자를 부지런하게 만들어주는 매장이기도 하다.

오전에 방문했는데도 입구부터 이어진 계산대 앞의 긴 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복잡하고 거대한 매장이 새로운 물건으로 가득 차는 것은 매주 수요일 밤. 밤사이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기 때문에 목요일 오전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더욱 놀라운 득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GPO에는 로스 외에도 알뜰족을 위한 다양한 캐주얼 브랜드가 많다. 특히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타미힐피거에서는 폴로셔츠를 색깔별로 구입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트렌디한 스타일로 여성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나인 웨스트의 구두와 가방도 한국보다 최소 30%정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명품보다는 중저가 브랜드를 선호한다면 GPO가 정답이 될 수 있다. 항상 북적이는 매장과 소란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치열한 경쟁이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곳이긴 하지만 그만큼 알뜰한 쇼핑이 가능한 매장이기도 하다.

레드 구아한 셔틀버스

   
 
괌의 시내를 순환하는 트롤리버스인 레드 구아한 셔틀 버스. 이용횟수에 따라 유리한 조건의 티켓을 구매해 사용한다. 대개는 1일권, 2일권 혹은 5일권(사랑의 언덕 투어 포함)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특히 2일 권과 5일 권 티켓을 이용하는 승객에게는 버스 내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패스워드를 제공한다.

포에버21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패션 체인 기업인 포에버 21이 괌에도 문을 열었다. 창업자와 오너 모두 한국계 미국인인 포에버 21은 10개국에 5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브랜드.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 바로 옆에 문을 연 포에버 21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패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개성 넘치는 저렴한 아이템들을 쇼핑하고 싶다면 GPO에 들렀을 때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메이시스를 만날 수 있는 곳,
마이크로네시아 몰

시내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대신 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의 언덕과 가까워 함께 돌아보면 좋은 곳이 바로 마이크로네시아 몰이다. 155년이라는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유명 백화점 메이시스가 입점돼 있어 더욱 반가운 곳이다.

특히 이곳은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피에스타 푸드코트와 실내 놀이공원인 판타스틱 파크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가족 단위의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로스보다는 비싸지만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에서 고품질의 아이템들을 구입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라면 아이들은 쉽게 지치기 마련.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고려한다면 범퍼카, 바이킹, 회전목마와 같은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판타스틱 파크에 들러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좋다. 입장료를 따로 지불하지 않고 놀이기구 하나 당 4~8달러 정도로 이용할 수 있다.

좀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면 영화관을 이용해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여성 화장품과 캐주얼 브랜드 리바이스, 폴로 등 미국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어 동떨어진 위치임에도 인기가 높은 쇼핑몰이다.

쇼핑에 지친 그대에게

넘쳐나는 쇼핑 아이템들 사이를 오가는 것도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는 일. 특히 실내 쇼핑 일정에 답답한 기분이 든다면 사랑의 언덕을 추천한다. 마이크로네시아 몰까지 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괌 여행 코스 1번지 사랑의 언덕에서는 복잡한 시내의 쇼핑몰과는 전혀 다른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운 괌의 풍경을 담아갈 수 있다. 투몬 베이의 탁 트인 풍경과 전망대 아래로 펼쳐진 절벽은 괌 여행에서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을 선사한다.


사랑의 언덕이라는 이름에 관한 이야기는 이렇다.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던 시절에 스페인 장교가 아름다운 차모로 여인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미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던 그녀는 연인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져 둘만의 사랑을 확인했고 이후 이곳은 사랑의 언덕이라 불리며 수많은 연인들의 성지가 되었다. 연인들의 방문이 많은 곳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곳곳에 저마다의 이니셜이 담긴 자물쇠가 펜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연인들뿐만 아니라 괌을 방문한 여행자라면 이곳에서 보는 선셋도 놓칠 수 없다. 비가 내리다가도 금세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 이곳의 날씨 덕분에 거대한 무지개가 드리운 풍경을 만나는 행운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투몬 거리의 중심 상권
T갤러리아

명품 쇼핑 아이템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T갤러리아는 명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르게 되는 곳이다. 1995년 오픈한 이후 괌에서 가장 번화한 투몬 거리에서도 가장 중심상권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몰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150여 개의 지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구매 후 한국 DFS 센터에서 교환 또는 환불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패션월드, 부티크 갤러리아, 뷰티 월드, 데스티네이션 월드 등 4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다.

명품 쇼핑몰답게 세련된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특히 ‘뷰티 월드’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대거 입점 해 있다. 랑콤부터 크리스찬 디올까지 마치 국내 백화점을 보는 듯 유독 뷰티 월드에는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잦다.

그것은 아마도 T갤러리아만의 스페셜한 서비스 덕분일지도 모른다. 괌 전역의 호텔에서 T갤러리아까지 무료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고, 원화와 신용카드를 매장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통역이 필요한 경우 한국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오후 4시까지는 호텔 딜리버리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쇼핑 후 양손이 무겁게 다른 쇼핑이나 여행을 더 할 생각이 아니라면 딜리버리 서비스가 답이다. 가격으로나 품질로나 괌 쇼핑의 랜드마크인 T갤러리아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쇼핑몰
아가냐

투몬을 벗어나 1번 도로를 타고 아가냐로 진입해 달리다보면 만날 수 있는 쇼핑몰. 여행자들이 흔히 머무는 곳과는 거리가 있지만,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로컬 브랜드와 슈퍼, 잡화 등을 만날 수 있다.

현지인들이 생활형으로 이용하는 쇼핑몰답게 명품 브랜드보다는 이지 캐주얼, 건강식품, 게임용품, 식료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구매하기 애매한 아이템들이 많은 편이라 쇼핑보단 맛집 투어를 목적으로 방문하길 권한다. 셜리스, 토니 로마스, 피자헛, 타코벨, 카프리초사와 같이 검증된 레스토랑들이 쇼핑몰 주변에 많아 입이 즐거워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의 생활용품을 엿볼 수 있는 아가냐 쇼핑몰을 방문할 때는 쇼핑 리스트보단 맛집 리스트를 먼저 체크해보는 것은 어떨까.

 

괌 최초의 성당, 아가냐 대성당

   
 
아가냐 쇼핑몰에서 현지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면 아가냐 대성당은 현지인들의 종교적인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아가냐 쇼핑몰에서 걸어서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성당이기 때문에 지나치기엔 너무나도 아쉽다.

1699년에 세워진 괌 최초의 성당으로 차모로 추장이 직접 기부한 땅에 자리 잡고 있어 괌 사람들에겐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단아함이 느껴지는 성당 내부에는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주제로 하는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함을 뽐내고 있고, 높은 천정 덕분에 실제 공간보다 훨씬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괌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가지고 있는 성모상과 새하얀 외벽이 고즈넉함을 더한다. 스페인 광장으로 불리는 스페인 총독의 관저가 이웃해 있어 마치 유럽의 성당 정원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고 해도 조용한 산책길이 그리운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수요일에 만나는 행운, 차모로 빌리지 야시장

괌 여행 일정 중에서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요일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수요일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부터 9시 30분까지만 문을 여는 차모로 빌리지 야시장에 가면 괌 원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어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지역 장인들이 만든 수공예품과 형형색색의 비치 드레스, 차모로식 선셋 바비큐와 전통 공연이 어우러져 흥겨움을 더한다. 마을을 가득 채운 음악소리와 숯불에 익어가는 꼬치구이의 연기가 어우러져 야시장만의 독특한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리조트가 밀집된 투몬 지역과 거리가 있는 야시장이라고 해서 겁낼 필요는 없다. 매주 수요일 차모로 빌리지 야시장 셔틀 버스가 T갤러리아와 괌 프리미어 아울렛에서 출발한다. 야시장이 시작되는 오후 6시부터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셔틀 버스로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 현지인보단 여행객들을 위한 야시장으로 일종의 축제처럼 함께 즐길 수 있는 경쾌한 분위기이다.

<프리랜서 김소연 기자>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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