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장성훈 국장] 1861년 남북 전쟁이 발발한 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자신이 이끌던 북부 연방이 위기에 처하자 노예 해방을 선언했다. 북군들이 노예를 위해 피를 흘릴 수는 없다며 탈영했으나 해방된 흑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열심히 싸웠다. 결국 결정적인 승리를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장식한 북군은 남부 연함의 항복을 받아냈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잘 뽑았다. 국민들은 노예해방을 실현한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자긍심으로 우쭐했다.  

그러나 링컨의 전임인 미국의 제15대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은 노예제 앞에서 무능했다. 위기대처에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노예제 위기는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무대책으로 일관해 위기를 자초했고, 이는 남부 주들의 연방 탈퇴로 이어졌다. 정치적 이해에만 급급해 대사를 그르친 것이다. 그래서 미국 역사가들은 뷰캐넌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잘 못 뽑았다.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미국의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조지 워싱턴은 절대 권한을 가졌음에도 겸손하고 정직한 인품으로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중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여 통합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래서 역사가들은 워싱턴의 이러한 통합의 리더십이 없었더라면 미국은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잘 선택했다.
 
이와는 반대로, 19748. 미국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재선을 획책하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어 체포됐다. 이로 인해 닉슨 대통령은 대통령탄핵결의가 가결됨에 따라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 정직하지 못한 대통령을 뽑는 바람에 미국은 세계 최고의 나라라는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다.
 
지도자를 잘 선택하면 국민들은 행복해지지만, 그 반대의 경우 국민들은 피곤해지고 피해를 입는다. 링컨을 뽑았을 때 미국 국민들은, 비록 전쟁이라는 참화를 겪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닉슨을 뽑고 난 후 미국 국민들은 그에게 크게 속았다. 미국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워싱턴을 만났을 때 미국 국민들은 행복했지만, 뷰캐넌을 만난 그들은 불행했다.
 
세계 경찰국가미국이 기로에 서게 됐다. 도날드 트럼프라는 희대의 막말자이자 장사꾼이 올 11월에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진짜로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그의 백악관 입성을 점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 국민들은 그가 정말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강조하고 있듯,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편다고 미국이 다시 위대해질 수 있을까? 멕시코인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한 장벽을 설치한다고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는가? 협상 대표로서 흥정을 잘 한다고 미국이 다시 위대해질 수 있을까? 한마디로 넌센스다.
 
우선, 구체적인 장단점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지난 2세기 동안의 선험적, 경험적 이론 및 증거를 바탕으로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주의가 여전히 보호무역보다 훨씬 더 이득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역행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3D 업종은 거의 불법 입국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는다면 그 일은 누가 할 것인가? 미국의 메인 스트림(주류)? 흥정을 잘한다고 정치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정치는 장사가 아니다. 원래 장사꾼은 개인 이익만 생각하지 국가의 운명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 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하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노릇이다.
 
문제는 그런 트럼프를 미국 국민들이 원한다는 것이다.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경기 회복 둔화로 실망한 50대 이상, 저학력의 블루칼라 백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딱 맞는 공약들을 내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게다가, 그의 반()이민 정책은 가난한 백인들의 구미에 딱 들어맞는다.
 
그러나 트럼프가 제아무리 날고 기어도 혼자서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이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듯 미국 역시 대통령이 혼자 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견제와 균형 시스템은 미국이 자랑하는 민주주의의 이기 때문이다.
 
사세가 이러함에도 미국 국민들이 트럼프를 차기 지존으로 선택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들은 지금 트럼프에게서 일종의 신기루를 보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구세주를 만난 듯한 기분도 들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실체가 드러나는 날 그 때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돈으로 나를 매수할 수 없다고 큰소리치는 트럼프는 허풍쟁이. “무슬림의 미국 입국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벽한 차단을 요구한다는 그의 편협함은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에 대한 방위비 무임승차론은 협상용이라는 그의 사술은 시정의 장사꾼도 하지 않는 하수 중의 하수다.
 
그런 트럼프가 무엇이 두려운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경제는 망한다느니, 전쟁이 날 것이라느니, 말 같지 않은 루머들이 우리 사회에 범람하고 있다.
 
쉽게 생각하자. 우리나라에 트럼프만 한 장사꾼은 널려 있다. 그런 장사꾼들을 마음대로 다룰 줄 아는 정치인들도 널려 있다. ‘장사꾼을 이기려면 장사꾼의 자세로 그와 상대하면 된다.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든, 우리는 그 사람의 스타일에 맞게 처신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옛날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seantlc@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