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20대 원구성 시작과 동시에 터진 최연소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사건으로 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내에서조차 안철수 1인 지도체제의 불안정성과 내부 모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통합파’인 구민주계 발 ‘안철수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구민주계는 향후 대선에서 야권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는 반면 친안철수계는 ‘야권 통합은 없다’며 갈등을 빚어왔다. 중앙선관위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당내 내재된 친안파와 구민주계 간 갈등을 재차 부추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안철수계, “내부의 적 있다” 선관위에 누가 흘렸나
-구민주계, “이태규가 박선숙 견제용” 반박…난장판

20대 원 구성을 시작으로 제3당으로서 힘있게 출발하려던 국민의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외형상 중앙선관위가 국민의당에서 제출한 회계장부를 검토한 결과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과 ‘회계장부 조작 혐의’로 박선숙 의원을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이로 인해 검찰 발 ‘국민의당 길들이기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고 안철수 대표도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 내부자가 제보했다?!’ 각종설 난무

하지만 최근 당내 기류는 선관위 고발과 검찰 수사의 단초가 ‘당 내부 제보자’로부터 비롯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국민의당 내 고질적인 헤게모니 다툼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하나는 “호남 출신 구민계가 안철수 1인 지도체제를 견제하기위해 터트렸다”는 설부터 “안철수 대표의 복심인 이태규 의원이 박선숙 본부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두 가지 설이 국민의당 주변에 나돌았다.

무엇보다 이런 의혹은 통상 당내 치부로 간주돼 ‘쉬쉬’하는 관행을 깨고 현직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꺼내 들고 있어 그 배경에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 6월14일 검찰수사 관련 “국민의당이 1인지배정당이 아니고 느슨한 형태로 돼 있었기 때문에 내부 갈등이 표출된 게 아닌가”라며 “1인 정당이고 안 공동대표가 강력하게 지도력을 독점하고 있었으면 오히려 이런 문제가 안 생겼을 것”이라고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내부 갈등의 결과임을 시인했다.

반면 구민주계지만 ‘나홀로 계파’를 주창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다음날인 1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부자에 의한 모함성 투서 내지는   고발이 이뤄졌다면 반드시 밝혀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면서 “당이 모두가 화합·결속·단합해 상대 당보다 지지율이 높도록 해야 하는데 내부에 갈등과 균열이 있어서 되겠느냐”고 내부 자성론을 꺼내 들었다.

문 본부장의 입장에서는 안 대표가 당 대표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더 막강한 권한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집단지도체제 방식이 내부 갈등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호남에 지역구를 가진 구민주계는 당초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안 대표와 친안철수파에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해 각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주류인 친안파가 반대하면서 2017년 2월로 전대는 미뤄졌다.

이미 구민주계는 지난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두고 친안파와 대결 구도를 보였다. 김한길·박지원·천정배계가 ‘야권통합’을, 안철수계는 ‘독자노선’을 고집했다. 결과는 안철수계의 승리로 끝이났고 호남에서 승리했다. 구민주계의 기세는 잦아들었고 연이어 조기전대 개최 무산에 이어 당직 인선에서 물을 먹으면서 친안파에 대한 불만은 계속 누적돼 왔다. 실제로 당내 세력을 보면 38명의 국회의원중 김성식, 박선숙, 이태규, 이상돈 등이 대표적인 안철수 사람이다.

구민주·호남파 vs 수도권·친안파 ‘갈등 폭발’

이외에도 신용현, 오세정, 채이배, 김수민, 김삼화, 김중로, 장정숙, 이동섭, 최도자, 등 비례대표 당선자 대다수가 친안파다. 반면 친안파와 각을 세울 수 있는 대표적 구민주계이자 호남 지역구 인사는 천정배, 박지원, 정동영 의원이 있다. ‘야권통합’을 주장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한길 전 의원은 힘이 빠진형국이고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주승용, 김관영 의원은 구민주계에 가깝다.

구민주계 현역 의원으로 좌장격인 박지원계로는 박준영, 윤영일, 최경환 의원이 있다. 조배숙 의원은 정동영 의원과 친분이 깊다. 호남 지역구를 가진 의원 중에서도 안 대표가 직접 영입한 김경진, 김광수, 김종회, 손금주, 송기석, 이용주, 이용호, 정인화 등은 친안파로 분류된다. 다만 호남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의 특성상 안 대표가 집권 여당과 연정카드를 내밀거나 호남 정체성에 반할 경우 언제든지 돌아 설 수 있다.

결국 당내 주류를 이끌고 있는 친안파가 득세를 하자 구민주계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친안철수계인 김선민 의원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회계책임을 맡고 있던 박선숙 의원까지 엮어 검찰 고발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게 친안파의 시각이다. 여기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안 대표가 ‘반기문 대망론’이 불면서 지지율이 떨어진 점도 구민주계로선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복심’으로 알려진 이태규 의원의 ‘박선숙 견제설’이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됐다는 의혹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이 의원의 성품상 음해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구민주계가 친안파 간 분열을 꾀하기 위해 흘린 역정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야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구민주계가 흘렸건 누가 흘렸건 간에 안철수 대표에게 상처로 남을 공산은 높다”며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 현직 의원의 배지가 날아갈 경우 과거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직 사퇴 파문’처럼 당뿐만 아니라 지도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내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당내 호남지역구를 가진 ‘야권 통합파’와 안철수계의 ‘독자노선파’ 간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야권통합’ 발언으로 당이 된통 홍역을 치룬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선관위, “음해? 당이 급조돼서 생긴 일…”

한편 중앙선관위는 야권의 이런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시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특정 세력이 정보를 흘려 누구를 죽이기 위해 선관위에 제보를 한 게 아니다”며 “당에서 제출한 회계장부를 들춰보다 문제가 있어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정치석 해석을 경계했다.

오히려 선관위 관계자는 “당이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회계 처리에 미숙한 게 원인이 아니겠느냐”며 “지난 친박연대처럼 당이 급조된 상황에서 대거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당선된 경우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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