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정밀 타격…롯데 밀월 의혹 ‘친구게이트’ 정조준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검찰의 칼날이 매섭다. 박근혜정부의 마지막 검찰수장이라는 김수남 총장도 연일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기업 수사 고삐를 옥죄고 있다. 롯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드러났듯 검찰은 신속하면서도 정밀하게 수사를 벌이며 관련 자료를 분석중이다.

그동안 검찰 내 캐비넷에 담겨있던 내사 자료를 모두 꺼냈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롯데가 진행한 사업들 중 정권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특혜를 얻었다는 주장과 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을 사는 인물들이 거명되고 있다. 이들의 관련 정황도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현 정부 실세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허가 당시 제2롯데월드 총괄 책임자는  MB와 대학 동기
대구고-연세대 동문 커넥션 추적…사실 드러나면 파장 클 듯

롯데의 대표적 특혜 논란 사업은 제2롯데월드 건립 허가권이다. 김영삼 정부때부터 신격호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졌었지만 인근 군부대와의 의견 조율 불허로 첫 삽을 뜨지 못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때도 말은 재차 나왔지만 수면 아래서 조율될 뿐 사업 진행 소식은 깜깜무소식이었다.

그러던 사업이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작됐다. 공군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 신축허가가 났다. 성남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안전문제가 또다시 불거졌지만 MB정부는 비행기 이착륙 각도를 변경하면서까지 허가를 내줬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특혜성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특혜는 없다”고 일축했고 더 이상의 수사 진행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면세점 사업 확대 배경에도 정권 특혜 논란이 등장한다.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호텔롯데의 AK글로벌 면세점 인수를 독과점 논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이 승인했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롯데 점유율이 37.2%로 2위, AK는 13.9%로 3위여서 결합 후 점유율이 51.1%가 돼 당시 1위인 신라(38.3%)를 제치고 롯데가 1위 사업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2012년 3월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제조업 허가를 받고 맥주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정부가 그 직전인 2011년 맥주 제조 면허를 위한 저장시설 기준을 1850㎘에서 100㎘ 이상으로 완화해 진입 장벽을 낮췄기에 가능했던 일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역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 시절 롯데의 호텔, 면세, 제2롯데월드 사업 등을 총괄한 장경작 전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장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조선호텔 사장 등을 지낸 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5년 호텔롯데 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사장에 올라 2010년까지 롯데의 당면 현안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시기에 롯데에 대한 특혜가 끊임없이 잇따르자 당시 야당에선 ‘친구 게이트’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그만두고 몇 년 후 반드시 이 문제(제2롯데월드 인허가) 롯데게이트로 발전한다”며 따져 묻기도 했다.

게다가 2010년 롯데를 나온 장 씨는 현대아산 대표 등을 거쳐 2014년 1월 1일,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사재 330억 원을 출연해 만든 장학재단인 ‘청계재단’ 감사로 합류해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왔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이와 관련해 “그동안 입수된 첩보를 바탕으로 장기간 내사를 진행했다”며 “특히 올 3~4월 롯데그룹 내부 사정과 관련해 상당량의 기업 첩보가 들어와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관련 의혹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친구인 장 씨의 ‘힘’이 작용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MB정부가 들어서자 롯데를 가로막았던 장벽이 해소됐던 것만은 사실이라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롯데는 정권 실세의 주변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다. 소진세 현 대외협력단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박근혜정부의 실세 중 실세로 손꼽히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대구고 동문들이다. 이들 3명은 모두 대구고 출신 기업인과 관료들이 만든 ‘대구 아너스 클럽’의 멤버들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3년 세무조사에서 롯데가 600억 원대의 추징금만 납부했을 뿐, 검찰 고발을 피하는 데 소 단장과 노 사장 등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진행 중인 검찰발 기업 수사소식이 박근혜 정부의 집권 4년차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임기 말로 치닫고 있는 올해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정권의 개혁동력을 확보하고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검찰의 롯데수사는 정권차원의 특혜가 있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수사에도 이 전 대통령 사람이 숨어 있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비자금 연결고리는 부인 김윤옥씨다.
2010년 11월 대정부질문에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김윤옥 여사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남 사장의 연임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사례금이 김 여사 등에게 전달했다” 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했다.

이명박 정부때 성장한 CJ, 효성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지난해 포스코 수사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 이상득 씨를 겨냥했다. 최근에는 10대 재벌 기업 중 한 곳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기업 역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롯데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 시절 특혜 의혹을 빚은 각종 사업들과 관련해 “각 사업 책임자의 경영적 판단으로 이뤄진 사업들이지, 특정 정권과의 특혜 또는 밀월관계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도 “특혜논란이 드러나면 그 파장이 상당할 것이며 최경환 전 부총리에 대한 추문은 좀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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