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스캔들 잣대 엄격…모든 혐의 벗는다 해도 연예계 복귀 어려울 듯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끝이 안 보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이다. 가수 겸 탤런트 박유천의 유흥업소 여직원 성폭행의혹 파문이 블랙홀처럼 한국사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애초 박유천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여직원은 소를 전격 취하했으나 연이어 또다른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박유천을 줄고소해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성폭행 여부를 떠나 박유천이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기간에 유흥업소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에 대한 비난여론이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는 것. 박유천 측은 이 여성들을 무고죄로 맞고소할 것임을 밝히고 모든 것이 허위라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고소와 제보가 잇따르는 만큼 경찰은 이례적으로 전담팀을 구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끊이지 않는 연예인 범죄 사건으로 연예계는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도대체 박유천은 유흥업소에서 무슨 일을 저질렀을까?

 
지난 4일 새벽 서울 역삼동에 있는 이른바 텐프로유흥업소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박유천은 룸에 딸린 화장실에서 업소 여직원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여직원이 성관계 후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번졌다. 자신을 강제로 화장실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요지였다. 여직원은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속옷 등 옷가지를 증거물로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유천 측의 말은 다르다. 박유천의 소속사인 씨제스는 상대측의 주장은 허위 사실을 근거로 한 일방적인 주장이고 (진실은)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씨제스는 또 경찰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피소 사실을 받은 바 없다고 밝히고 피소 보도 자체만으로도 박유천에 대한 심각한 명예 훼손인 만큼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성급한 추측이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리하면, 박유천은 성폭행을 아예 시도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경찰 조사를 통해 결백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연이어 화장실서 성폭행?
 
그러나 언론은 앞 다퉈 박유천 성폭행 관련 보도를 매일 쏟아냈다. 각종 추측성 기사가 무분별하게 쏟아지는가하면, 사건 당일에 찍은 것으로 알려진 박유천과 일행들의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했다. 또 고소한 여성에 대한 신상털이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심지어 화대까지 나오는 등 각종 소문들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런 와중에 반전이 일어났다. 여직원 측이 박유천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를 전격 취하한 것. 지난 15일 경찰에 따르면, 박유천과 여직원의 성관계에 강제성이 없었다. , ‘합의된성관계였다는 말이다. 사건은 그렇게 고소인 당사자가 소를 취하하면서 박유천은 성폭행 혐의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연이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6일 또 다른 20대 여성이 지난 해 12월 역시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박유천을 고소한 데 이어 17일에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이 연달아 나타나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유천이 화장실로 자신을 데려간 뒤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것. 이 여성들은 피해를 입은 당시에는 사실을 밝히지 못했으나 최근 다른 여성과의 성폭행 관련 보도를 보고 고소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유천 소속사는 첫 번째 피소는 물론, 두 번째 피소 때도 사실 무근이라며 어떤 혐의라도 인정될 경우 연예계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박유천의 성폭행 혐의 피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박유천 관련 성폭행 의혹이 계속 불거지자 수사관 6명으로 전담팀을 꾸린 경찰은 박유천의 성폭행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경찰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특히 성폭력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하는 사건이 아닌 만큼 고소가 취하된 사건을 포함해 모든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다른 연예인도 연루되어 있다는 등 각종 루머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관계자들을 소환해 집중적인 수사를 펼칠 예정이다. 성폭행 혐의는 물론이고 성매매 행위 여부도 밝혀낼 전망이다. 박유천 측도 성실히 경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한 만큼 수사는 앞으로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박유천 소속사 씨제스엔테인먼트는 연이은 성폭행 혐의 피소와 관련 불미스러운 사건에 계속 연루돼 많은 분들에게 심려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면서 수사기관의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무혐의,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잇따라 고소한 여성들을 무고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유천의 앞날은?
 
성폭행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고소가 이어지자 그동안 모범생 이미지였던 박유천은 나락에 빠지게 됐다. 인기를 먹고 사는 공인이 고급 유흥업소에서 업소 여성을 성폭행 또는 성관계를 맺었다는 루머자체로 그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건 당시 박유천이 군 복무 중이었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곤경에 빠지게 할 전망이다. 그는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텐카페에서 성관계를 맺은 것을 넘어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는 군인, 반성해라” “박유천 실망, 오늘부터 팬 탈퇴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박유천의 명예 회복은 물론 연예계 복귀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인의 성 관련 추문에 대한 국내 팬들의 시선은 유난히 매몰차기 때문이다.
 
중견배우 이경영은 2001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후 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안방극장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개그맨 주병진 역시 2000년 성폭행 혐의로 피소돼 7년간의 법적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방송에 복귀하는 데는 무려 11년이나 걸렸다. 배우 박시후도 지난 20132월 후배의 소개로 만난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 여성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3년여의 자숙의 기간을 가져야 했다.
 
따라서 박유천 역시 설사 모든 혐의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해도 명예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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