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대한체육회 규정 고수 박태환 출전 불허
높은 도덕성 강조
국제 룰보다 더 가혹한 처분2 안현수 사태 우려 지적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도핑 혐의로 징계를 받은 박태환이 이중처벌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리우올림픽 출전이 최종 무산됐다. 이에 양측은 법정싸움까지 준비하고 있어 갈등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대한체육회가 고수하고 있는 출전불가 입장에 대해 각계에서 아쉬운 소리를 내놓고 있어 통합체육회의 행보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체육회로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불가 통보를 받은 박태환 측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즉각 중재 신청을 하고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박태환의 법률대리인 임성우 변호사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체육회의 선처를 기대했지만 오늘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존치하기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CAS에 중재를 요청했다. 올림픽 최종엔트리 제출 마감 기한인 718일 이전까지 판결이 날 수 있도록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환 측은 또 대한체육회의 지연 전략으로 심리가 늦어질 경우에 대비해 국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에 대해 3년간 국가대표 선발을 금지하는 국가대표선발 규정 제56을 수정하기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한종희 대한체육회 이사는 해당 선발 규정을 제정한 취지는 국가대표들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며 도핑은 선수의 기본 덕목인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므로 어린 선수들에 대한 교육적 측면에서도 엄중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이사는 이사회의 결론을 오늘 바로 CAS에 통보할 계획이다. 중재절차가 시작되면 체육회도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처벌 CAS서 해소되나
 
이번 대한체육회의 결정으로 인해 박태환은 CAS를 통한 방법이외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사라졌다. 박태환 측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당초 박태환은 20149월 도핑 양성반응이 나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6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지난 32FINA의 징계가 풀렸지만 이번에는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발이 묶여 태극마크를 못 달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중처벌이라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체육계 안팎으로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박태환의 기량은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어 아쉬움을 키우고 있다. 박태환은 지난 4월 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 출전해 4개 종목을 석권하며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특히 주 종목인 400m에서는 올 시즌 세계 랭킹 4위의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이중처벌 논란에도 불가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해외 선수 사례에서 도핑적발 선수에 대해 국제연맹 외에 해당 국가 징계는 부당하다는 CAS의 판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의 출전불가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문제가 CAS의 몫으로 돌아가면서 결과에 따라 양측의 대립이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태환 측은 CAS의 선례를 들어 긍정적인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각국의 독자적인 이중징계를 허용하지 않은 판결이 2차례나 있었다면서 이중처벌 규정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이는 당초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페어플레이 규제 목적에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체육회의 CAS의 판결에 기속력이 없다는 입장에 대해 임 변호사는 대한체육회의 오해다. 한국은 뉴욕협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CAS의 중재 판정은 국내 대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만약 대한 체육회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각종 국제대회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등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핑만이 부각 형평성 위배
 
대한체육회 역시 CAS의 결정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CAS의 결정이 나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 CAS의 결정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니 그때 가서 받아들일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측은 도핑문제만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관계자는 지금 (박태환 측은) 도핑만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을 보면 도핑뿐 아니라 폭력, 부정 행위 등 국가대표 선수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선발을 제한토록 하고 있다. 똑같은 선수 비리인데 도핑만 풀어주고 다른 부분은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 뉴시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대해 아쉬운 소리들이 쏟아지고 있어 통합체육회의 행보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6박태환을 제2의 안현수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체육회의 결정 번복을 촉구했다. 태릉선수촌장을 역임했던 이에리사 전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통합체육회가 박태환 선수에게 조금 기회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아쉽다면서 박태환 선수도 (안현수처럼)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더욱이 70%에 달하는 찬성여론(지난 53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대해 설득해야 한다는 점도 대한체육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 또 유사한 중국의 쑨양 사례에서 대한체육회의 대조적인 행보가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쑨양은 20145월 중국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이 적발됐지만 조용히 징계 3개월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징계 만료된 뒤 쑨양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해 3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3개월의 징계는 아시안게임 출전에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중국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자국선수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데 반해 대한체육회는 국제 룰보다 더 가혹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결국 박태환의 출전 여부는 CAS의 결정사항에 상관없이 여전히 대한체육회의 태도변화만이 변수로 남게 됐다. 이에 양측의 갈등의 고리가 풀릴지를 두고 체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