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트위스트 김이 사이버 테러 ‘지킴이’로 거듭난다. 김씨는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 토론회에서 “제도적으로 사이버 테러를 막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로 내몰린 지난 4~5년간의 생활은 악몽 그 자체였다. “4~5년 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손녀가 느닷없이 ‘할아버지가 벌거벗은 여자장사를 한다고 아이들이 놀린다’면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본 김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트위스트 김’이란 검색어로 자동 연결되는 포르노 사이트가 수십개에 달했기 때문이다.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오감충족 트위스트 김’, ‘섹스에 살고 섹스에 죽는 twist kim’ 등의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참다 못한 김씨는 문제의 사이트들에 대한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지난해 초에는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접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김씨가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져나갔다. 음란 사이트를 경찰에 고소한 것을 두고서는 “성인 사이트 동업자와 싸움이 난 것 아니냐”는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았다. ‘포르노 업자’로 낙인이 찍히면서 영화 출연과 방송일도 모두 끊겼다. 야간업소조차 3~4번 무대에 서면 취객이 이런 사실을 들먹여 무안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앓았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 원효대교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다행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가족들과 지인들의 만류로 소중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의 명예와 인생은 아무렇게나 돼도 상관 없다는 식의 사이버테러에 염증을 느낀다”면서 “제도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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