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한다고 말할까. 내가 미안하다고 말할까…” 요즘 길거리와 술집,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 애절한 노래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연륜이 배어나오는 듯 안정된 음량과 깊고 풍부한 목소리의 이 가수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쿨의 소속사 스카이엔터테인먼트에서 발굴한 신인가수 김우주(20)가 그 주인공. 1집앨범 ‘before you sleep’으로 데뷔한지 한달만에 그는 타이틀곡 ‘편지’로 가요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한편, 신인으로는 파격적으로 대종상 영화제 초대가수로 선정되는 등 올 상반기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로 승부할래요"

27일 오후.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난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남성스럽고 성숙한 외모를 지녔을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올해 20살이 되었다는 그는 기껏해야 고등학교 1,2학년 정도밖에 안돼 보이는 ‘미소년’의 얼굴이었다. 원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그는 아무리 뜯어봐도 깊고 파워풀한 목소리의 주인공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 “요즘 잠을 못자서 얼굴이 부었다”며 눈을 부비는 그는 20살의 청년이라기보다는 해맑은 ‘소년’의 이미지다. ‘어디서 저런 짙은 목소리가 나올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목소리와 외모가 매치가 안된다”는 말에 그는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제가 노래부르는 것을 직접 보고나서야 믿을 정도죠”라며 웃는다. 경남 창원이 고향인 김우주는 타고난 끼와 음악적 재능으로 학창시절부터 ‘유명인사’였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부산예고를 거쳐 실기로는 ‘서울대’ 수준이라는 서울종합예술학교 성악과에 입학한 실력파. 어려서부터 익혀온 피아노와 정석으로 쌓아온 음악에 대한 기본 틀이 있어서일까, 요즘 신세대 가수중에는 보기 드물게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성악 발성법 버리는데 고생했어요”

2003년 스카이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오디션에서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김우주는 “성악은 음악의 기본기를 익히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대중음악과 발성법이 너무 달라 그 틀을 바꾸는데 애를 먹었어요”라고 말했다. 소속사측에 따르면 애초부터 남성솔로 가수를 뽑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쿨의 이재훈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만장일치로 그는 당당히 오디션에 통과했다.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2년여 동안 발성을 비롯한 하드트레이닝을 받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키워온 가수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가 줄곧 해오던 클래식을 버리고 택한 길이 아니었던가. 처음에는 대중가수가 되겠다는 아들을 만류하던 부모님들도 이제는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주신단다.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끈기, 또 속칭 ‘바른생활’ 사나이로서의 그를 믿기 때문이다. ‘인물값한다’는 속설을 깨고 실제로 그는 자타공인 ‘모범생’이다. 방송이 없는 날이면 하루종일 노래연습과 안무연습,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리며 하루를 보낸다. 은지원씨가 피처링한 후속곡 ‘독’은 이번 앨범의 유일한 댄스곡으로 8월경부터는 김우주의 숨겨진 댄스실력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끼는 못속이나봐요”

평소 말수도 적고 낯도 많이 가리는 그는 수려한 외모를 제외하면 연예인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또 그 나이 또래답지 않게 생각도 깊고 점잖다. 인터뷰내내 ‘없는 말솜씨’를 부끄러워하던 그는 자신을 알리려 애쓰는 여타 연예인과는 달리 순수한 티가 물씬 풍겼다. 그러나 그는 “노래할 땐 떨리지 않아요. 무대에 서면 오히려 힘이 솟는걸요”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천상 ‘끼’를 주체할 수 없는 연예인 체질인 셈이다. “직접 겪은 사랑은 아니지만…” 산고 끝에 그의 첫 앨범 ‘before you sleep’이 발매된지 이제 겨우 한달남짓. 총 12곡이 수록된 1집 앨범에서 그는 깊고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제대로된 ‘사랑’을 해봤을까. 그는 “제 경험은 아니지만 최대한 그 상황에 몰입한 상태에서 감정을 목소리에 담아냈죠”라며 요령있게 질문을 피해간다.

“멀리 내다볼거예요”

요즘 그는 치솟는 인기로 인해 방송 및 라디오 출연으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앨범을 내기 전에는 ‘안뜨면 어쩌지…’하는 막연한 불안함도 있었다. 수없이 많은 신인들이 쏟아져나오지만 정작 이름을 알리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가요계의 현실을 알기 때문. 하지만 현재의 그는 의연하다. 오히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반짝스타’는 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단언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요. 당장의 결과로 좌절하기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현재에 충실하려 합니다”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인기를 얻었다고 오만하지 않고 항상 처음처럼 정상을 향해 정진하겠다는 이 ‘깍듯한’ 청년(?)은 “요즘 팬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음악을 들어보면 먼저 알죠”라며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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