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연예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연기자로 ‘외도’하는 가수들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좀 ‘뜬다’ 싶은 가수들은 어느 순간 안방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버젓이 출연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문제는 이들이 어설픈 연기력으로 매번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는 ‘만능엔터테인먼트’를 내세우지만 연기에 대한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의 ‘어설픈’ 연기를 지켜봐야하는 시청자들은 괴롭다. 요즘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번지르르한 외모와 인기만 믿고 연기에 발을 들여놨다가는 당장 거센 비난과 함께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새 드라마의 주연 배우로 인기가수가 낙점되면 시청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쟤도 연기한대? 채널 돌려!”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하나라도 잘 하지!”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연기자로 외도중인 가수출신 연예인들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인기가수가 ‘거창한 포부’와 함께 브라운관에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연기자로 변신한 이들이 가수때의 인기를 이어나가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만능 엔터테이너’들도 있다. 엄정화, 임창정, 김민종 등은 대표적인 겸업 연예인이지만 그 누구도 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다. 최근 만능엔터테이너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는 에릭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룹 ‘신화’출신인 그는 꾸준한 음반활동과 동시에 연기자로서도 종횡무진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불새’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그는 올해 ‘신입사원’에서 기존의 귀족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연기자로서 두 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결과는 ‘성공’. 돈도 명예도 없는 엉뚱한 더벅머리 청년을 능청스레 표현하는 이 잘생긴 남자에게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춤과 노래로 10대 소녀팬들을 사로잡았던 에릭은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시청자들은 한층 자연스러워진 연기력과 ‘몸사리지 않는’ 코믹남으로의 변신에 ‘합격점’을 주었다. 파워풀한 댄스와 음악성으로 팬들을 사로잡은 ‘비’ 역시 ‘풀하우스’와 ‘상두야 학교가자’로 합격점을 받았으며, ‘러빙유’,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원더풀라이프’등에 출연하며 날로 농익은 연기를 보여준다는 평을 듣는 유진 역시 보기드문 성공케이스로 꼽힌다.

“주연은 아무나 하나””

그러나 이들은 몇 안되는 성공사례로 꼽힐만큼 드문 경우다. ‘10대들의 영원한 우상’ 강타는 얼마전 종영된 ‘러브홀릭’으로 정극에 도전했으나 결과는 비참했다. 사제간의 사랑이라는 다소 식상한 드라마 설정은 제쳐두더라도 무엇보다 도마위에 오른 것은 그의 연기력이었다. 10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그의 인기에 기대를 걸었지만 드라마는 시청률이 5%대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한 네티즌은 “정식 연기수업을 받지 않은 그가 주연을 맡은 자체가 무리”라고 평했다. 심지어 “불안한 시선처리와 읊조리는 듯한 대사에 결국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혹평을 한 이들도 있었다. 이는 단지 강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연기자 겸업을 했다가 혹평을 받은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시청자들은 “주연은 아니지만 드라마의 감초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개그맨들과 비교된다”며 “도대체 언제까지 자질 미달 연예인들을 지켜봐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섹시가수’ 이효리와 쥬얼리의 박정아의 경우가 좋은 예. 기존의 섹시한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꾸미지 않은 털털한 여공으로 출연했던 이효리는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미소만으로 일관해 질타를 받았다. 순수와 야망이라는 복잡한 내면세계를 표현해내야 할 ‘의무’를 부여받고 도전장을 냈던 박정아 역시 책 읽듯 뱉어내는 대사와 어색한 표정처리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또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연기자로 먼저 컴백한 샵의 서지영도 마찬가지. 문제는 제대로 된 연기수업 한번 받은 적 없는 이들이 하나같이 주연자리를 꿰차고 앉아 극을 이끌어간다는 사실이다. 즉 이들은 가수로서는 ‘프로’일지 몰라도 연기자로서는 ‘아마추어’다. 배역과 해당가수의 ‘기가 막힌’ 이미지 조합을 내세운 담당 PD들의 궁색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역량없는 배우들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등을 돌렸다. 결국 이들은 안하느니만 못한 ‘외도’를 한 셈이다.

“생존전략의 필수코스””

그렇다면 가수들이 연기자 겸업선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 K씨는 ‘장기적인 음반시장의 불황’을 꼽는다. “음반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가수들은 불안해합니다. 또 가수는 수명이 짧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단기간에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려야하죠. 연기겸업도 그런 의미라고 보면 됩니다” 즉 연기겸업 가수들은 처절한 ‘생존전략의 필수코스’를 밟고 있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또 뮤지션으로 확실한 자기 색깔을 찾지 못한 반짝스타가 수명연장을 위한 방편으로 겸업을 하는 케이스도 있다는 것. “최근 ‘OOO는 본업이 뭐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K씨의 설명이다.

K씨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는 다방면으로 넘쳐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겸업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K씨는 “정체성없이 기획사의 전략대로 움직이는 연예인들이 많은 현실”이라며 “연예인은 많지만 진정한 스타는 없다”고 토로했다. K씨는 “자질부족임을 알면서도 인기가수의 후광을 기대하고 ‘모험’을 하는 제작진들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프로그램 자체로 승부하기보다는 빅스타 한 사람에 의존해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얄팍한’ 상술에 시청자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없이 “연기가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라는 말 한마디로 겸업을 선언하는 연예인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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