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내용 확인할 수 없어…문명의 ‘이기’가 ‘흉기’로 둔갑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건전한 만남과 채팅을 목적으로 개설된 각종 휴대폰 채팅 앱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성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채팅으로 만나 성폭행을 하거나 성매매를 강요하다 경찰에 적발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 것. 문명의 이기흉기또는 악기로 둔갑한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휴대폰 채팅 앱이란 대부분 휴대폰에 채팅 어플을 다운받은 후 별도의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회원으로 가입, 상대와 채팅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만 무려 700여 개의 종류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이들 앱을 이용하고 있는데, 20대에서 40대가 주 고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채팅 앱은 처음에는 건전한 만남과 채팅으로 시작됐으나 날이 갈수록 변질되어 지금은 성매매의 통로 및 성범죄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어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는 점을 악용한 범죄자들이 미성년자들을 성매매 표적으로 삼고 있어 사법 기관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성매매,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실제로 대구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채팅 앱 성매매 특별단속을 벌여 무려 584명의 성매매 알선자와 행위자를 검거했다. 이들 중 청소년도 23명이나 포함돼 채팅 앱이 미성년자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가출 청소년, 특히 여자 청소년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사건은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광주에서 휴대폰 채팅 앱으로 만난 가출 여고생을 수일간 감금한 채 폭행에 10차례 성매매까지 시킨 2명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고, 부산에서는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여중생 등 5명을 모텔에 2개월간 감금하고 성매매를 시킨 8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가출해 오갈 데가 없는 미성년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주겠다는 말로 유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출해 돈이 없는 상태에서 잘 곳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현재 학교 밖 여자 청소년 중 가출 신고가 된 경우는 전국적으로 12천 여명. 그러나 실제로는 5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인 상대 휴대폰 채팅 앱 성매매 역시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일 부산에서 성매매 알선자와 성매매 여성, 성매수남 등 모두 10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 성매매 알선자들은 고급오피스텔을 빌려 성매매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성매매 여성을 오피스텔에 대기시킨 다음, 휴대폰 채팅 앱으로 남성들을 유인해 오피스텔 앞에서 만나 핸드폰, 신분증 등을 확인하고 성매매 여성에게 안내하는 수법을 썼다.
 
또 지난 16일에는 대구에서 스마트폰 채팅앱으로 만난 여성 8명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이 구속됐다. 8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성매매 등).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자신의 집과 모텔 등지로 이 여성들을 불러 성관계를 맺은 뒤 약속한 화대 10~15만 원을 주지 않고 도주했다.
 
앞서 경북 구미에서도 채팅앱을 통해 만난 남성으로부터 5~10만 원을 받고 성관계를 한 여성 등 6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단속된 일부 여성들은 성매매로 하루에 100만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채팅 앱을 통해 남성을 만나 성관계를 한 후 이를 빌미로 금품을 뜯는 수법도 횡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채팅 앱에 조건만남글을 올려 40대 남성을 유인, 성관계를 가진 뒤 이를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5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5명이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10대들과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텔에서 두달여간 함께 생활해 온 이른바 가출팸으로, 생활비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성매매로 사람을 유인한 뒤 돈을 빼앗자고 모의했다. 이들은 채팅 앱에 조건만남글을 올렸고 이를 본 40대 남성을 신림동의 한 여고 앞으로 유인한 뒤 인근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이때 나머지 일당들은 조용히 뒤를 따라가, 다음날 새벽 2시쯤 모텔 방안으로 들이닥쳐서는 여동생을 건드렸으니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이 남성의 손과 발을 묶고 흉기로 위협해 돈을 빼앗았다. 이 남성의 휴대폰에서 가족과 친구의 연락처를 알아둔 이들은 아내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해 40만원을 추가로 송금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여성과의 성매매도 휴대폰 채팅 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목포경찰서는 태국 여성 20명을 고용해 지난 2월부터 휴대폰 채팅 앱으로 남성들을 모집, 건당 10~15만 원을 받고 시내 모텔과 오피스텔 등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남성들을 검거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1500여 차례나 불법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5월에는 키르기스탄 여성들을 고용해 성매매한 일당이 붙잡혔는데, 이들은 여성들의 비자를 받아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연영상을 해당 여성의 것처럼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여수에서는 우주베키스탄 여성 2명을 고용해 역시 휴대폰 채팅 앱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30대 남성이 검거되는 등 지난 2월말부터 광주와 전남 일대에서 모두 300여명의 성매매 위반사범이 검거됐다.
 
경찰, “단속 어려워
 
이처럼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팅 앱 회원 가입시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채팅 앱을 다운받아 실행한 뒤 성별과 나이 등의 개인정보 입력 없이 누구나 회원가입을 할 수 있어 경찰 단속의 눈을 쉽게 피할 수 있는 것. 또한 휴대폰 상에서의 대화내용이 자동 삭제되는 프로그램이 있어 경찰의 수사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성매매 현장을 적발하지 않는 이상 단속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휴대폰 채팅 앱에 대한 법적 규제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법기관이 법집행을 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경찰의 성매매 단속과는 별도로 더욱 은밀해지고 방식도 교묘해지고 있는 휴대폰 채팅 앱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 현장 확보나 진술이 없을 경우 처벌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검거율이 낮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도 채팅 앱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채팅 앱에 대한 중지권한이 없는 것이 문제다개인적인 공간에 대한 민간인 사찰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지속적인 채팅 앱 모니터링 등 집중 단속을 통해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법적 처벌 방안을 강화하는 것만이 휴대폰 채팅 앱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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