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법조 現職 로비’ 일부 확인

정치권 등에서 特檢 도입주장도 계속 나와

브로커 금품수수 혐의 수사관 체포다른 수사관도 의혹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정운호(51·구속)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전관(前官) 변호사를 통한 구명로비 의혹 외에 현직 검찰 내부 관계자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속적인 내사(內査)를 벌이던 검찰이 강제수사(强制搜査)에 나서면서 의혹 규명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장검사 이원석)는 지난 23일 정 전 대표 측 브로커 이민희(56·구속기소)씨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 등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중앙지검 소속 수사관 김모(50)씨를 체포하고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 씨는 수표로 2000만 원을 받은 의혹으로 내사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정 전 대표의 법조 로비 의혹과 관련해 내부 관계자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서울고검 모 검사에 이어 두 번째다.
 
문제의 모 검사는 2014년께 정 대표에게서 감사원의 감사 무마 및 관련 소송 청탁 등을 명목으로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검사에 이어 이번에는 수사관과 관련된 혐의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 돌던 정 전 대표 측의 현관(現官)’ 로비 의혹의 실체가 점차 확인되는 것이다. 김씨 외에 지난해 정 전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한 부서에서 일했던 다른 수사관은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수표로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첩보가 입수돼 검찰이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해당 수사관에 대한 소환 조사 등도 예상된다. 이들과 함께 일했거나 연고가 있는 일부 수사관도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 전 대표나 이 씨 등과 통화내역이 있는 여러 검찰 관계자를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자금 흐름과 불법행위 연루 혐의 등을 추적해 온 터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부패범죄 엄단에 힘써야 할 검사와 수사관이 모두 사건 관계인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예상된다. 국내 최대 수사기관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직의 주축으로서 수사를 맡은 이들이 수사정보 등을 빌미로 금품거래를 한 의혹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내부 수사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차단하려는 포석이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정운호 로비의혹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 로비 등의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정치권 등에서는 특검(特檢) 도입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현직 법조인 의혹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직 모 검사가 정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현직 법조인 의혹
실체 규명해야
 
검사가 검찰 수사와는 무관한 다른 공공기관의 감사 업무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의혹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브로커로 전락한 비리(非理) 행각에 다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
 
뇌출혈 증세로 지난달 입원한 모 검사는 신병 상황에 따라 검찰에 곧 피의자 신분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정 대표 도박 사건 수사 당시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현직 L검사를 조사했다. L검사는 지난해 정 대표 도박 사건과 관련해 수사 정보를 정 대표 측에 흘렸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사건 정보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던 대기업 임원이 일상적인 안부 문자를 L검사가 보낸 수사 내용인 것처럼 둔갑시켜 정 대표 측에 보낸 정황이 나옴에 따라 수사 정보 유출은 일단 사실과 다른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다만 해당 임원이 문자 메시지를 조작한 경위나 당사자 간 친분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 대표가 도박 사건 등에 휘말리면서 인맥을 동원해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전직 검사장인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구속기소)변호사나 판사 출신의 최유정(46·사법연수원 27·구속기소) 변호사가 전관으로서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데 이어 이젠 현직 검사들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것이다. 공정성과 신뢰 확보가 생명인 수사기관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검찰 조직은 지금 비리 스캔들에 휘말려 있다. 2012년 검찰 조직을 충격에 빠뜨린 김광준(55·사법연수원 20)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넥슨 주식을 매입해 대박 파문을 일으킨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에 대한 조사도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의 존재 근거를 의심케 할만한 사안이다. 연줄에 얽매인 비리 커넥션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는 검찰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비리 의혹 수사의 대상이 된 당사자들 일부는 관련 혐의 사실을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운호게이트가 불거진 단초가 된 정 대표의 폭행 사건과 관련해 최유정 변호사가 지난 16일 고소를 취하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 4월 정 대표와 접견하다 폭행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가 지난주 돌연 취소한 것이다. 원만한 합의가 고소 취하 이유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찜찜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현직 판검사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두 사람 간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이나 통화 내역을 파악해보는 정도로 수사를 마무리해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의 비리 의혹은 더욱 엄정한 잣대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상대로 했던 것처럼 전면적인 압수수색이나 전방위 계좌 추적작업과 동일한 수준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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