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6건…잊을 만하면 터지는 주차타워 추락사고

지난해도 10, 한 달에 한 번꼴로 사고 난다

사고난 주차타워 매달 점검 받던 곳으로 밝혀져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20일 삼성동 부근의 한 건물에 출근 중이던 이모(46·)씨가 주차 타워 승강기에 진입하다 8.5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망한 이 씨는 승강기 문이 열려 진입했으나 승강기는 지하 2층에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주차 관리인의 과실 여부 및 기기 자체 결함은 없는지 조사 중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기계식 주차장에 기기상 결함은 없는지, 또 안전관리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그 실태를 파악했다.
 
20일 오전 9시 경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부근 한 건물 주차타워에서 주차 중이던 이 씨의 승용차가 8.5m 밑으로 추락했다. 이 씨의 승용차는 차체 지붕이 지하 바닥과 맞닿으며 충돌했다. 이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주차타워 사고는 올해에만 6건이나 발생했다. 사망자는 3명이다. 이쯤 되면 한 달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경기도 하남시 한 오피스텔의 주차타워에서도 승용차가 지하 2층으로 추락해 1명이 숨지고 동승자가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리인 없는 주차타워
 
충무로 부근의 한 기계식 주차장을 찾았다. 관리실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다.
 
승용차 한 대가 주차 타워 안으로 들어섰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기계식 주차 버튼을 작동시켰다. 관리인은 없었다. 5분 뒤 한 차량은 기계식 주차장 외부에 주차를 하기도 했다.
 
옆 건물 인쇄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에게 관리자가 없느냐 물어보니 그냥 오는 사람들이 알아서 기계 작동시키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건물 관리를 맡고 있다는 정모(62)씨에게 물어보니 법적으로는 잘못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승강기 작동 문은 활짝 열려 있어 누구라도 자유롭게 기계 버튼을 눌러 주차장 문을 여닫을 수 있었다. 심지어 관리인을 둬야하는 기계식 주차장에도 유지보수 의무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부족한 주차 공간 탓에 주차타워가 늘고 있지만 사고에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었다. 관리인들은 아찔한 기계식 주차를 수수방관하며 안전 불감증에 걸린 상태였다.
 
주차관리인 안전 불감증?
 
지난해 11월 서울시 구로구에서는 20대 남성이 술에 취해 기계를 작동하다 발을 헛디뎌 주차 타워 6m 이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또 부산에서는 50대 여성이 손자들을 데리고 주차타워를 이용하다 아이가 끼어 숨진 사고도 발생했다.
 
기계식 주차장인 주차타워 특성상 높은 곳에 차를 올리다보니 추락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자칫 조그마한 실수로도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올해 들어 발생한 주차타워 추락사고 6건 중 3명이 사망했을 만큼 절반은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이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리 부실을 꼽았다. ‘주차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차타워 중 관리인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규모는 20대 이상 주차가 가능한 기계식 주차장이어야 한다. 즉 전국에 약 27천여 개의 기계식 주차장이 존재하는데 이 중 2/3는 관리인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관리인도 없는 곳에서 고객 혼자 기계를 작동하고 차를 움직일 때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27천여 곳의 주차타워 중 4천여 곳이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0곳 중 1~2곳은 검사를 미실시한 것이다.
 
업체와 관리인 모두 관리에 소홀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기기 자체 결함은 없나
 
관리인의 말처럼 기기 자체의 결함은 없을까? 지난해 7월경 할머니와 함께 기계식 주차장을 찾았다가 주차타워에 끼여 5세 남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는 어린 아이 키에는 작동하지 않은 센서 때문으로 드러났다. 할머니 김모(53)씨는 아파트 주차타워에 주차를 한 뒤 입고 시설 밖으로 나와 주차 버튼을 눌렀다. 당연히 함께 나왔을 줄 알았던 손자가 보이지 않자 곧바로 주차타워 문을 열었지만 손자는 리프트에 머리가 끼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당시 주차타워 안에는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작동을 멈추는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어린이의 키가 작아 센서 작동이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기계식 주차장은 교통안전공단 등 점검기관에 2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유명무실했다. 주차타워 사업주들이 안전점검을 받지 않더라도 이를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주차설비협회의 한 관계자는 전문 주차 요원이 상주할 경우 안전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주차타워를 이용할 때 동승자들을 모두 내리게 한 후 주차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좁은 공간에서는 주차에 압박감이 있어 운전이 미숙한 경우 무리하게 직접 주차를 하지 말고 건물 관리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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