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장성훈 국장] 지난 해 12월 안철수 당시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탈당에 이은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거의 와해 위기까지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회심의 카드로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을 전격 영입했다. 정체성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이후 더민주는 빠르게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그 여세를 몰아 다소 어부지리이긴 했지만 올 4.13 총선에서 선전, 1당이 되는 기쁨을 만끽했다.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당이 창조적 파괴라는 절차를 통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셈이 됐다.  

야권의 분열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심 180석까지 얻어 국회선진화법을 뜯어고치려 했던 새누리당은 그러나 희대의 공천파동을 연출하며 과반의석은커녕 제2당으로까지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지금은 탈당 의원들의 복당으로 다시 제1당이 되긴 했다). 그런데 더욱 한심한 것은 선거패배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무례함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참았다. ‘옥새들고 나르는 사상 초유의 코미디를 목도하기도 했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선거에서 진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총선 참패 이후의 새누리당 모습은 더욱 가관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리멸렬했던 상황은 새누리당에 비해 그래도 양반이었다.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을 사람은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나가지도 않고 당 안에서 내부의 적처럼 허구한 날 서로 물고 뜯는 이전투구를 했고, 그러한 작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인내했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의 착각이었다. 새누리당은 선장 없는 배처럼 계속 우왕좌왕하더니, 급기야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대통령 몰래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7명의 복당을 기습적으로 표결에 부쳐 통과시킨 것이다. 허를 찔린 청와대는 겉으로 말은 못했지만 속은 부글부글끓었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정치적 쿠데타라며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뒤통수를 맞았으나 대통령은 그래도 애써 당혹감을 감추며 참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에게 사사건건 당에서 하는 일에 간섭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참지만, 지켜보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도 보내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12년 전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2004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당시 대통령 탄핵과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으로 거의 와해되는 분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 때 박근혜 당시 대표는 호화 당사를 버리고 여의도 벌판 한가운데 천막당사를 차려놓고 총선을 지휘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121석이나 얻었다. 이후에도 한나라당은 위기 때 박근혜 대표에게 SOS를 쳤고, 그때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을 수렁에서 건져주었다. 그때 그가 없었으면 지금의 새누리당이 존재하고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 해도 이건 정말 아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지금의 새누리당이 꼭 그렇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지금 새누리당은 자기 보스에게 비수를 꽂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을 두둔한다고 오해하지 마시라. 필자는 지금 친박비박모두에게 개인의 유불리에 따라 정치적 도의를 왜곡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러려면 차라리 헤어지는 편이 낫다. 안철수 전 대표가 새천년민주연합에 이별을 고했듯이 박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는 의원들은 새누리당을 떠나라. 사사건건 불구대천지원수처럼 서로 싸우는 모습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들이 떠나지 않는다면 친박들이라도 떠나서 새살림을 차려라. 그게 국민들한테는 더 쿨하게 보일 수도 있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거든 깨끗하게 정치 그만 두라. ‘생계형 정치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유감스럽지만 지금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러나 결코 자원해서 그렇게 할 위인이 되지 못한다. 그러려면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야당 체질이었다면 좀 다를 수도 있을 텐데, 여당 특유의 현상유지(Status Quo) 체질이 몸에 배어 있는 그들이고 보면, 애초 그들에게서 그런 용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라는 속담을 들이대며 굳이 헤어질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하고 싶은 의원이 있을 것이다. “땅을 더 굳게 하기 위해서는 말려줄 햇볕이 필요하다. 지금 새누리당에 필요한 것은 비로 우리 내부의 단결과 존중, 양보, 배려라고 강조하는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그 중 한 명이다.
 
훌륭한 말이지만, 참 순진한 생각이다. 그들에게서 단결, 존중, 양보, 배려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아마추어적이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지금의 새누리당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설사 그런 흉내를 낸다 해도,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서로에게 으르렁거릴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헤어지라는 말이다.
 
문제는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지금의 새누리당이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사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들이 군말 없이 헤어질 수 있을까? 원했든 윈치 않았든 정치적으로 부쩍 커버린 유승민 의원에게 그 열쇠가 있다. 그를 중심으로 어떤 세력이 움직이는 순간이 서로 헤어질 수 있는 명분이 생길 것이다. 작금의 새누리당 분위기는 사실상 유승민 의원을 비박계 당권 후보로 옹립하는 것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 의원 역시 그런 쪽으로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당 대표라도 되는 순간, 그 때 바로 새누리당 한 지붕 두 가족은 미련 없이 헤어질 것이다. 그 신호탄은 박 대통령의 탈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하는 셈이다. 그 후 친박들의 탈당사태가 이어질 것이다. 사실상 분당이 되는 셈이다. 물론 가정이다.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볼 뿐이다. 만의 하나, 이런 비극적인 결말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않는 수밖에 없다.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는 그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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