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비등기임원 ‘또 한 번 비상을 꿈꾸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다.

 광고·마케팅 총괄…브랜드 이미지 강화 평가 많아
‘낙하산 맞다’ 쿨하게 인정…누리꾼들로부터 찬사도

 

▲ <뉴시스>

조현민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다. 현재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로 활약 중이다. 그가 지난달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비등기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또 한번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한진칼은 조 전무가 지난 1일 한진칼 비등기 임원에 신규 선임됐다고 공시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마케팅 본부장도 맡고 있는 조 전무는 한진칼 지분의 2.75%에 해당하는 146만8020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그룹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한 지주사 역할 강화를 위해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조 전무를 비등기 임원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그간 대한항공과 계열사인 진에어의 광고와 마케팅을 총괄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작하는 광고마다 히트

실제로 조 전무가 주도한 취항 국가별로 소개하는 대한항공 TV광고 캠페인 등은 각종 광고상을 수상했다. 진에어의 상징인 청바지 유니폼 디자인을 고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TV광고-뉴질랜드 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팀장을 맡고 있던 조 씨는 뉴질랜드에서 진행한 TV광고 촬영에 동행했다가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돼 광고에 출연했다.

촬영 전까지만 해도 현지인 모델을 쓸 예정이었으나 “한국인이 좋겠다”는 촬영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접 번지점프대에 올랐다.
이 외에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지금 나는 호주에 있다’ ‘동유럽 귀를 기울이면’ 등 그동안 히트한 대한항공 TV CF의 대부분이 모두 조 전무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특히 2013년 3월 스리랑카 직항 항로가 열리면서 제작된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광고는 인도 대륙의 남동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나라 스리랑카, 지상 최고의 낙원으로 불리는 몰디브 그리고 고대 왕국과 현대 도시가 하나의 숨결로 함께 숨 쉬는 땅 남인도 등 인도양의 숨은 보물들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그 결과 ‘좋은 광고상’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밖에 조 전무는 어린이 동화책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 3편 출간한 동화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사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여행서적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은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경험을 쌓아가는 스토리를 담아 지금까지의 서적과는 차별화를 꾀해, 아이들 여행 동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조 전무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다면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번 책을 쓰게 됐다”며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다양한 친구들과 문화, 여행 경험을 토대로 우리 아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들어서는  ‘2016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 전체 심사위원 387명 중 크리에이티브 효과상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조 전무는 학업을 마진 직후 LG애드(현 HS애드)에 입사해 광고기획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당시 충격적인 발언을 해 업계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그는 “저는 낙하산입니다. 솔직히 낙하산 맞잖아요. 경력 2년짜리가 대기업 과장이라니…제가 숨긴들 다 알고 있는데 숨길 필요도 없었고요”라며 웃었다.

자신이 재벌가 자제라는 것을 모든 임직원이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멋있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부럽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존경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 또한 조 전무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그녀의 애칭이 ‘e-스포츠계 여신’으로 불릴 만큼 업계에서 활약이 대단하다.

애칭 ‘e스포츠 여신’

조 전무는 특히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진에어 그린윙스 선수단의 선전을 기념하고 응원하기 위해 선수들의 모습이 그려진 래핑(wrapping) 항공기를 공개한 적도 있다.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에서 운행하고 있는 B737-800 항공기 꼬리 날개에는 ‘스타크래프트2’의 세계 대회 가운데 하나인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유진의 얼굴이, 비행기 동체에는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2라운드에서 우승한 진에어 선수들의 모습이 그려진 적이 있었다.
진에어는 국내 항공사로는 유일하게 e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e스포츠 업계에서는 e스포츠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조 전무를 ‘e스포츠 여신’이라고 부르고 있다.

조 전무가 e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USC(U 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재학시절 시간이 나면 PC방을 찾아 게임을 즐기고 한국의 e스포츠를 즐기면서부터다. 그는 한국 e스포츠의 역동성과 게임을 스포츠화 하는 창의성 그리고 열정적인 선수들의 플레이에 매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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