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가족 채용 논란의 중심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 대해 당무감사원이 중징계를 결정했다. 특권 남용의 ‘챔피언’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서 의원이다. 부조리에 맞서 싸운 운동권 출신 서 의원이 오히려 부조리의 온상이 된 것이다. 이에 당 지도부가 서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서 의원 본인은 자진 탈당이 아닌 세비 반납을 택했다. 정치권에서는 서 의원의 그동안  갑질 행태와 국민 분노 등을 감안하면, 서 의원 스스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갑질 논란… 특권 남용의 ‘끝판왕’
-자진사퇴 대신 세비 반납? “국민 우롱 행태”


1964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서 의원은 서울 혜원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민주당 부대변인, 민주통합당 원내부대표를 맡아 정치 경험을 쌓았고 지난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서 의원 특유의 시원시원한 연설을 두고 ‘사이다 정치인’ ‘걸크러쉬’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랬던 서 의원이 ‘김빠진 사이다’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욱이 서 의원의 ‘갑질’ 행태는 최근 불거진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이완영 의원의 친인척 채용 논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방대하고 죄질이 나쁜 ‘족벌 정치’는 보기 드물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배지를 마치 ‘가족사업 면허’라도 되는 양 이용했다는 인상이 짙다.

실제 서 의원은 지난해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해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보좌진에서 물러난 친동생을 또다시 자신의 지역구(중랑갑) 사무실의 총무국장 자리에 앉혔다. 이뿐 아니라 딸은 인턴 비서에, 친오빠는 후원회 회계 책임자로, 남편은 후원회장으로 각각 채용했고, 보좌관들 월급 일부를 상납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불거진 논란만 여섯 가지가 넘는 상황이다.

서 의원은 보좌관 월급 일부분을 후원금으로 돌려받은 것과 관련해 자발적 후원금이라지만, 이들이 후원금을 내지 않았다면 서 의원 밑에서 계속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게 정치권 중론이다. 월급 5분의 1에 해당되는 거액을 보좌관이 자발적으로 지원했다는 해명은 상식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위계에 의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급여 착복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서 의원이 자신의 딸을 비서로 채용한 것을 두고 딸의 로스쿨 입학을 위한 첫 단추였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자신의 딸에게 보좌진 경력을 쌓아 줌으로써 로스쿨 입학에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려 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우리 딸이 ‘PPT 귀신’이라서 채용한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는 게 정치계 중론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곳의 PPT는 대학교 때 교양수업 발표를 위해 만드는 PPT와는 성질이 다르다. 다시 말해 내용 전달에 방해가 되는 화려한 템플릿 및 효과 사용은 최대한 지양한다”며 “흰 배경에 글자나 차트만 띄우는 것이 전부인 이곳에 ‘PPT 귀신'은 필요 없으며, 있던 귀신들도 다 조용히 지내는 게 현실”이라며 서 의원의 주장은 사실무근임을 밝혔다. 서 의원은 “사법고시는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제도”라며 사법고시의 존치를 누구보다 앞장서 외친 인물이다. 그런 서 의원이기에 딸의 로스쿨 관련 의혹은 더욱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서 의원 정치 인생 ‘빨간 줄’ 그어질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서영교 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만장일치로 윤리심판원에 권고했다. 더민주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자격정지와 제명 등이 중징계로 분류된다. 당원자격정지와 제명은 차기 공천의  배제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당규 제13호의 12조는 제명 및 당원자격 정지 등 징계 경력 보유자는 공직 선거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 기준에 해당돼 공천에서 배제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 의원으로서는 정치 인생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셈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탈당 권고’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더민주 지도부가 서 의원에게 자진 탈당의 길을 열어주면서 사실상 출당시키는 ‘정치적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서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탈당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국회에서 관행이라고 용납되던 것들이 저를 계기로 바뀌길 기대하겠다. 올해 제 세비는 공립적인 부분으로 기탁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영교 통해 운동권 정치 민낯 드러나

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이제 와 여론을 잠재워 중징계를 면해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같은 운동권 출신인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서 의원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속으로 끙끙대지 마시고 당당하세요. 그냥 무대응 하세요” 박 의원이 서 의원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단순한 격려 차원의 문자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국회 내에 가내공장을 차려 집안 식구들을 모조리 채용한 서 의원이다. 이런 그에게 ‘당당하라’는 표현은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생각하며 거악(巨惡)에 항거했던 운동권 인사들이 자신들이 범한 소악(小惡)에 대해서는 죄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386세대 운동권 출신인 서 의원이다. 서민을 대변하는 투사로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정작 ‘금배지’를 달고 난 이후에는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온전히 유지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서영교 의원을 통해 ‘운동권 정치’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서 의원이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책임 정치’를 보여 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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