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 국민들 속된 말로 ‘홧김에 서방질’한 결과에 참담해 하는 빛이 역력해 보인다. 후회의 소리도 높다. 지난 총선 때 ‘옥새파동’이니 뭐니 하는 새누리당의 차마 눈뜨고 못 볼 공천파동에 분노해서 어깃장 놓은 투표 결과는 설마 했던 놀라운 결과를 나타냈다. 정작 분노한 민심을 나타내긴 했으나 차마 그렇게까지 될 줄은 누구도 예상 못했던 터다.

새누리당의 과반수까진 못 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에 밀려 제2당의 몰골로 밀려날 줄은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다. 더구나 더민주당은 국민의당 출현으로 심각한 야권 분열 상태에 빠져 자신들의 텃밭인 광주 전역이 생환 불능의 수렁에 빠진 상태였다. 그런 더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선다는 건 아마 귀신도 예상치 못했을 것 같다.

국민의당은 이번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사법처리에 맞서 관련자 출당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 눈치를 의식해서 당 차원의 옹호나 보호를 전혀 고려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출당 조치까지 불사할 움직임이어서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더불어민주당은 또 동생과 딸을 국회 비서관과 인턴으로 채용해 물의를 빚고 있는 서영교 의원 사건에 대해 김종인 대표가 공식 사과했다.

김 대표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실업이 해소되지 않는 과정에서 국민의 감정이 매우 민감한 것 같다”며 “불공정한 특권이나 우월적인 의식을 갖는데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대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사소한 도덕적인 불감증을 그냥 지나갈 수 있다고 하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한 대목이다.

그만큼 이제 우리 유권자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국민의당이 리베이트 의혹 진상조사단을 꾸려 중간조사 결과랍시고 발표한 당초 내용이 “국민의당으로 돈이 유입된 흔적이 없다”는 거였다. 국민을 여전히 바보 취급한 것이다. 잘못된 관행은 스스로 바로 잡는다는 새정치 슬로건은 벌써 난파선이 되고 말았다.

안철수 정치가 진정으로 새정치를 목표로 한다면 여론에 떠밀려 그깟 대표직을 던져버리기에 앞서 공천 신청조차 하지 않은 서른 살 먹은 김수민 의원을 비례대표 상위 당선권에 배정한 이유부터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그런 다음에 대표직을 내려놓든지, 석고대죄를 청하든지 해야 그 진정성이 통하리라 본다.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에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준 건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새누리당의 오만에 격노한 민심 쿠데타였음을 모를 턱이 있겠는가. 그러면 야권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광범위한 국회 개혁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 웬만큼의 자정 노력 가지고는 홧김에 ‘뭣’하다가 큰일 내놓았다는 국민 후회를 쓸어담기 어렵다.

현재 우리사회에는 도저히 이해 못할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특권과 우월의식을 향한 분노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때문에 문제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의원들을 추호도 감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꿈에라도 두 야당이 문제된 사안들을 국회의원 개인의 일탈행위로 몰고 갈 생각이면 두 야당은 그 길로 끝장이다. 이제 ‘금수저 정치’ ‘갑질 정치’가 통하는 시대는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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