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이 돌아왔다. 과거 CF와 드라마에서 퀸으로 군림했던 똑부러지고 깔끔한 모습이 아닌, 시장에서 1,000원을 깎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억척스런 아줌마’로 말이다.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주연을 맡아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최진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과거 ‘예쁜 미시족’의 이미지를 과감히 떨쳐내고 악바리 같은 서민의 삶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혼 후 첫 드라마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장밋빛 인생’. 앞으로 최진실이 어떤 모습으로 그만의 ‘인생’을 그려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최진실이 지난 24일 KBS2 수목드라마 ‘장밋빛 인생’을 통해 1년 2개월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연기할 수 있어 행복해요”

최진실은 극중 억척스런 아줌마 ‘맹순이’ 역할을 맡아, 열 살부터 가출한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와 두 동생을 돌보다 은행 경리 시절 만난 다섯 살 연하 남편과 결혼하지만 버림받고, 끝내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는 기구한 운명을 연기하게 된다. 그동안 ‘장미와 콩나물’ ‘별은 내 가슴에’ 등에서 똑소리나는 캐릭터만 맡아왔던 최진실의 연기패턴과는 사뭇 다른 역이다.사실, 이번 드라마는 최진실의 이혼 후 첫 복귀작이라는 점과 KBS의 드라마 출연에 대해 MBC가 출연금지가처분신청을 제출한 문제 때문에 그의 복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최진실은 이런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몸을 아끼지 않고 연기에 집중하는 열의를 보였다. 우선, 극중에서 살림만 챙기며 억척스러운 주부역을 맡은 그는 “저게 최진실이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완벽한 외모의 변신을 꾀했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실핀을 꽂고, 헐렁한 티셔츠와 펑퍼짐한 치마를 입고 나와 ‘이미지’ 가꾸기에 신경쓰던 기존 여배우의 식상함을 완전히 지워버린 것. 게다가 그는 이런 소품들을 직접 챙기는 세심함까지 보여줬다. 티셔츠는 재활용 수거함에서 남들이 버린 옷을 주워 입고, 슬리퍼는 어머니가 집에서 신던 것, 극중 티셔츠에 받쳐입었던 팬티 역시 남동생(최진영) 것을 빌려다가 소품으로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그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밥 먹을 때나 화장실에 갈 때도 대본을 들고 가서 연습을 할 정도로 이번 역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줘 최진실의 남편 ‘반성문’ 역을 맡은 손현주가 “고두심 선생과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무더위에 밤샘촬영으로 심신이 지쳐 있는 촬영 스태프들을 위해 즉석 삼계죽을 비롯한 각종 요리들을 제공하는 등 스태프들까지 챙기고 있어, 이번 드라마에 대한 최진실의 기대와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사실상, 복귀 마지막 기회!

한 때 CF와 드라마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그가 이렇게 드라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쏟는데는 사실상 이번이 그가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진실은 전 남편인 야구선수 조성민과 이혼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중들에게 여과없이 공개되면서 사실상 배우로서의 신비스러운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출연했던 ‘장미의 전쟁’까지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면서 조기 종영해 방송의 재기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였다. 때문에 “처음 시놉시스를 보고 부유하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해 망설였다”는 최진실이 MBC와의 계약 위반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망가지는 역할’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의 이미지에서 탈피해야만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그의 절실함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번 작품에 임하는 최진실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과거 이혼이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점에서 극중 ‘맹순이’의 역할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최진실은 “내가 겪었던 부분과 극중 맹순이의 역이 비슷한 것은 알지만, 작품속의 최진실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자신의 상황과는 무관하게 오직 연기로서 평가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최진실의 이런 노력 때문인지 처음에는 다른 여배우를 생각했었다는 ‘장밋빛 인생’의 김종창 PD는 “후반부 죽는 장면에서 절절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배우는 최진실 밖에 없을 것 같았다”며 최진실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작품은 서민의 삶을 해학적으로 그려내기로 유명한 ‘첫사랑’ ‘종이학’의 김종창 PD와 ‘정 때문에’ ‘남의 속도 모르고’의 문영남 작가가 ‘애정의 조건’ 이후 두 번째로 손을 잡고 만드는 작품으로 이들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방송가에서는 화제를 모았다. 지난 24일 성공적인 첫 발을 뗀 드라마 ‘장밋빛 인생’.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최진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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