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34)의 결혼설로 연예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심은하와 함께 9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트로이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머지 두 명의 주인공은 바로 전도연(33)과 고소영(34). 한때 세 명의 여배우가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간다고 불릴 정도로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들이 이제는 각자의 운명에 따라 갈 길이 달라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심은하는 연기보다는 ‘사랑’을 택해서 결혼을 하게 됐고, 전도연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면서 톱스타로서 사랑받고 있으며, 90년대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고소영은 최근 3년동안 CF에만 출연하면서 방송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조심스레 복귀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세 배우의 달라진 모습들을 짚어봤다.

천의 얼굴 가진 연기자 ‘전도연’

90년대 트로이카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던 여배우 ‘심은하-전도연-고소영’. 이들 중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배우는 바로 전도연. 1992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해 95년 KBS ‘젊은이의 양지’, SBS ‘달팽이’ 등에 출연해 스타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전도연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영화 ‘접속’에서다. 친구의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역할로 연기파 배우 한석규와 호흡을 맞추면서 열연을 펼쳐 충무로 관계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게 만든 것.

충무로 안팎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브라운관보다는 스크린에서 더 맹활약을 펼치게 된다. 98년 박신양과 함께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여의사 역할을 맡았던 ‘약속’, 99년 시골학교에 부임해온 젊은 선생 이병헌을 짝사랑하는 순박한 시골 소녀 역을 맡았던 ‘내 마음의 풍금’, 같은해인 99년 바람난 유부녀의 베드신을 실감나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던 ‘해피앤드’, 2001년 소박한 아내 역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2002년 조폭의 정부역할을 리얼하게 표현했던 ‘피도 눈물도 없이’, 2003년 정숙한 조선여인으로 변신한 ‘스캔들’, 2004년 1인 2역의 제주도 섬처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인어공주’, 최근 개봉한 에이즈에 걸린 다방 레지역의 ‘너는 내 운명’ 등 거의 매년 영화에 출연하는 열정을 보였으며, 그가 맡은 역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전도연을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라고 부른다. 또한 최근 대통령의 딸 역할을 맡은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 방송되면서 올 가을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가히 전도연의 계절이라 불릴 만하다. 심은하와 동시에 한국의 영화계를 책임지고 있던 전도연은 심은하의 은퇴에 대해서 “아쉽고 허전하다”고 최고의 라이벌을 잃은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도발적인 섹시함 ‘고소영’

고소영은 92년 KBS ‘내일은 사랑’으로 데뷔, 드라마 MBC ‘엄마의 바다’, MBC ‘추억’의 데뷔 초에는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다가 역시 영화쪽에서도 두각을 보이게 된다. 구미호(94), 비트(97), 할렐루야(97), 연풍연가(98),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98), 키스할까요?(98), 러브(99), 공동경비구역 JSA(2000), 하루(2000), 이중간첩(2002) 등을 통해 스크린 톱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고소영은 심은하와 전도연보다 CF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로레알화장품’, ‘트롬세탁기’ ‘지오다노’ ‘맥심’ 등이 바로 고소영의 매력을 한껏 발휘했던 CF 광고들.고소영은 별명이 ‘고양이’ ‘여우’라고 불릴 정도로 세련되면서도 도발적인 섹시함이 그만의 독특한 ‘강점’으로 꼽힌다. 그리고 이런 도회적인 섹시한 매력은 대한민국 수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CF를 제외하고는 지난 2002년 이후 공식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배우중의 한 명이다. 얼마전 비와 함께 드라마 ‘못된 사랑’에 출연할 예정이었다가 무산되긴 했지만, 이러한 움직임들로 봐 조만간 다시 방송에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아름다운 ‘가정’ 원하는 ‘심은하’

연예계를 은퇴한지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톱스타의 대우를 받고 있는 심은하. 최근 한성그룹의 외아들이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과 결혼을 발표해 언론과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주인공이다. 청순 가련형으로 전형적인 한국의 단아한 미인인 심은하는 93년 ‘마지막 승부’의 다슬이 역으로 데뷔해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 데뷔 이후 7년 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면서 그만의 부드러우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연예계와 충무로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명실공히 최고의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누가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떠나는 게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는 2000년 영화 ‘인터뷰’를 끝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했는데, 당시 연예계 안팎에서는 국내 영화계가 다시는 얻을 수 없는 ‘큰 별’을 잃었다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결혼’을 통해 다시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연기자’로서의 컴백이 아니라 팬들은 무척 서운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심은하의 꿈에 박수치고 축하하는 사람들 역시 그의 팬들이라는 점에서 ‘전도연-고소영-심은하’ 모두 평생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사는 ‘스타’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