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민주당 은평구 갑 박주민 의원 인터뷰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출산율이 감소함에 따라 우리 나라의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 들고 있다. 아이를 낳아서 보란 듯이 잘 기를 수 있다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생존에만 급급해 꿈을 이룰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3포 세대를 거쳐 5포 세대,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혼도 엄두를 못내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우리 곁에 있는 20~30대는 불안하다. 개인의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국가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줘서 아이를 끝까지 잘 길러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수 있는 사회 시스템으로 바뀌어 가야 한다. 사회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강력 범죄들은 살아 남은 것을 ‘운이 좋았다’고 여길 만큼 우리 사회는 흉흉해지고 생존의 대가를 치루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불안감으로 나타난다. 불안감은 또다시 사회 범죄를 양산해 내고 출산율 저하를 불러온다. 이러한 사회 문제, 약자가 고통받는 현상에 대해 그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바꾸어 내고자 끊임없이 바위에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더불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다. 지난 4.13 선거를 통해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박주민 의원을 만나 현 사회 시스템의 문제와 대한민국 정치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회의원이 된 소감과 국회의원이 된 계기, 국회의원으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포부 등을 말해 달라.

▲ 처음 당선 됐을 때 그런 질문을 받으면 그런 이야길 했던 것 같다. 공천이 늦게 돼서 선거 자체가 가능한 지 불가능 한 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셔서 당선이 됐다, 참 감사하다, 이렇게 말했다. 지금 와서 국회의원 당선에 대한 감상을 말해 보라고 하면 참 어깨가 무겁다, 해야 될 일은 많은데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잠도 많이 못자고 가슴이 답답하고. 진행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진전을 가져와야 되고 살면서 꼭 만들어야 한다고 필요성을 느꼈던 제도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고. 그런 고민이 크다.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서 변호사가 됐는데 학창시절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나. 계기에 대해 말해 달라.

▲ 수능을 쳤는데 성적이 남아서 법대를 갔다. 다른 이유는 없다. 생각 없이 법대를 갔기 때문에 법조인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대학을 가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 해서 여러 경험을 해봤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가 힘든 사람 옆에 있을 때 가장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정적인 계기는 있다. 대학교 4학년 때 신도림역 근처에 있는 조그만 철거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분들을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청장을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몇 시간 동안 함박눈을 맞으면서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변호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가 되면 그 분들이 구청장을 만나고자 했을 때 힘이 돼 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이다. 

- 인권변호사로 활동을 많이 하는 등 약자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활동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어린 시절부터 이런 문제를 눈여겨 보았나. 어떤 계기가 있었나.

▲ 어렸을 때부터 그런 감수성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희 부모님은 동네에서 폐지 줍는 노인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실제로 폐지를 주워서 생활을 이어간 것은 아니고 폐지 줍는 노인들을 도와주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학가서 이것저것 부딪치다 보니까 내가 사람들과 함께 있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즐거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활동은.

▲ 기억에 남는 사건이 꽤 많은데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야간집회를 과거에는 하지 못했다. 그게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때 위헌 소송을 내서 승소를 했고 지금은 야간집회를 할 수 있게 됐다. G20라는 대회 때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사람을 변호해 주기도 했고. 제주 강정마을 주민 변호, 쌍용 자동차 해고된 분들 복직시켜 드리려고 변호를 하기도 했다.

- 지역구인 은평 갑이 해결해야 할 문제와 현안, 지역구 공약과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 은평 갑 지역은 서울에 있는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구 입장에서는 발전을 원하는 분도 있지만 개발을 통해 밀려나는 분들도 있으니까 그런 것을 감안해서 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수색 역세권 개발, 수색에 있는 변전소 지중화, 경전철, GTX 등 주민들이 지난 십수년 간 요구하셨던 사업들이 있어 그것들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또 개발을 하더라도 다 쫓아내고 개발을 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의 개혁, 쇄신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속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우리나라의 정치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행해지는 행태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라면 국민이 쉽게 정치에 관여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제도가 많지 않다. 선거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제도가 없지 않느냐.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 지역 주민의 의향을 물어보고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조약 체결할 때도 외국에서는 자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영향 평가를 하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절차법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절차적인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나라 권력 기관들이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권력자의 눈치를 보고 권력자의 편에 서 있다. 권력 기관들이 국민의 편에 서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선거제도도 지금은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때문에 독일식 선거제도 도입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어떤 면에서 선거제도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인가.

▲ 예를 들어, A당과 B당이 있는데 A당이 1000만표 얻고 B당이 800만표 얻었으면 1000만 대 800만의 비율로 의석이 배분되지 않는다. 소선거구제고 승자독식제다. 때문에 사표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왜곡되고 있다고 본다.


-현재, 당면한 사회 문제나 정치 현안 각종 비리들 중에서 가장 시급히 타개해 나가고 대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그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공동체라고 부르는 것이 많이 망가졌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때 강남역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 중에서 ‘나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것이다’라는 내용이 많았다. 현재 사회라는 공동체가 여성이라는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도 안전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는 말은 공동체의 붕괴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공동체가 살아 있다면 약자를 보호하기 마련이다. 한 식구 내에서는 약자를 공격하지는 않지 않느냐. 공동체가 붕괴됐고 약자를 약자의 형태로 두고 싶어 하는 사회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구의역 사건도 마찬가지다. 공동체고 동료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쟤는 알바비만 주고 쓰면 된다, 실적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니 너는 죽든 말든 일해라’라는 암묵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 철학적 측면에서의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안전망을 강화하자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친구를 사귀어 봤겠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천편일률적인 기준이 없다. 누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장점과 단점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하나의 기준으로 줄을 세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여긴다.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들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어떤 하나의 변화가 아닌 여러 면에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빠른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변화란 무엇인가.

▲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가 인구 절벽이 왔다 한다. 출산율이 1.3명이고 30~4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 민족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다. 두 명이서 한 명을 낳는다.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 아니냐. 사람들이 어떻게 아이를 낳겠느냐.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이는 출산율이 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사회 시스템은 아이를 낳아서 보란 듯이 잘 기를 수가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불안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그런 불안감을 없앨 수 있으려면 단편적인 방안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과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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