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출신으로 국민의당 비례대표 서열 11번을 배당 받아 운 좋게 국회에 입성한 국민의당 장정숙의 입방아가 정치권에 또 하나의 화근을 만들었다. 이래서 정당이든, 공기관이든 사람을 뽑을 때 엄정한 검증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공개석상에서 전직 대통령 이름을 마치 제집 강아지 이름 부르듯 하는 이런 사람이 공당의 원내 대변인이라니 비감한 생각마저 든다.

남 안 듣는 곳에서는 나라님 욕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건 사석에서 개인간의 감정표현까지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배지를 가슴에 붙이고 소위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공식석상에서 롯데그룹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 3명의 이름을 일체의 호칭을 떼고 불러대며 공격성 발언을 마구 해댔다. 이렇게 되면 그 역시 그냥 ‘장정숙’으로 불러야지 의원 호칭을 붙일 필요가 하등 없겠다는 의미에서 호칭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본인이 생각 있는 사람이면 이를 충분히 받아들이리라 믿는다.

특히 장정숙의 아버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법무부 장관까지 지내고 공화당에서 국회의원을 네 번씩이나 지낸 장영순 씨다. 옛말에 하늘보고 침 뱉기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은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하늘 쳐다보고 뱉은 침은 그대로 제 얼굴로 떨어져 바로 제 낯에 침 뱉는 꼴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결국 장정숙은 자기 아버지가 하늘처럼 떠받들어 모신 분의 이름자를 무슨 역적 이름 부르듯 했으니 제 얼굴에 침 뱉은 짓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

일부 여론은 장정숙의 이번 막말 파동을 그의 오만방자함으로 해석할지 모른다. 오만방자함은 남을 업신여겨 삼가는 태도가 없이 교만하고 제멋대로인 자를 일컫는 말이다. 때문에 장정숙 막말 파문을 오만방자함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일국의 국회의원 될 최소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품격과 자질면에서 낙제점으로 드러난 인사가 국회의원으로 막대한 혈세를 축내고 있는 사실에 우리 국민이 더 이상 관대할 수가 없다. 오늘의 한국 정치판이 왜, 어떻게 해서 이 지경까지 됐는지를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저질 국회의원’ 비난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수십 년 세월에도 꿈쩍 않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사정이다.

국회가 내려놓으라는 특권은 내려놓을 생각이 죽어도 없어 보이고, 거꾸로 품격 내려놓을 생각에 젖어 있는 듯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20대 국회 꼬락서니가 초장부터 이렇지는 않을 터다. 롯데그룹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온 국민이 바라는 바다. 그런 주요 현안이 자질 없는 한 비례대표 의원에 의해 본질이 엉뚱하게 흐려진다면 그 책임이 절대 가볍지가 않다.

롯데그룹 맏딸 신영자 씨가 40억을 횡령한 혐의가 추가되고 롯데 일가에 첫 구속영장이 집행됐다. 더욱이 검찰이 롯데케미칼과 일본롯데물산의 거래내역을 확보키 위해 법무부를 통해 일본 사법기관의 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수사방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불필요한 막말 논란을 일으키는 건 엉뚱한 논쟁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단치가 않다.

속빈 국회의원의 튀는 행동과 과격한 막말로 존재감을 부각시켜 일부 유권자들을 속 시원토록 하는 저질 단막극이 통한 시대는 한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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