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 사건의 몸통으로 지명되며 지탄을 받았던 ‘서세원 연예계 비리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씨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서세원프로덕션의 전직원 이모씨의 진술이 지난 26일 경찰 조사 결과 ‘허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달 초 서세원씨는 일요서울과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매니저가 검찰 수사관들의 구타로 거짓자백을 했다며 이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진실 규명을 요구했으며, 하씨가 PD들에게 홍보비 80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이 ‘자신을 연예계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한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냐‘고 분노하면서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기자는 검찰을 향한 서세원씨의 격앙된 목소리와 표정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소식을 들은 직후, 서세원씨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한 심경을 들어봤다.“당연한 결과죠. 드디어 올 일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검찰이 수사를 알아서 잘 해주시겠죠.”

경리직원 ‘허위진술’로 새로운 국면

서세원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지난번 인터뷰 때와는 달리 좀더 밝고 활기차 보였다. 지난 26일 경찰의 수사 결과로 그동안 그를 짓누르고 있던 부담이 조금 덜어진 듯했다. 지난 26일 서울지방경찰청은 2002년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 서세원씨가 영화 홍보 등을 위해 방송사 PD에게 돈을 줬다고 한 서세원프로덕션의 전직원 이모씨가 허위진술을 했다고 밝히고 불구속 입건했다.

서씨는 이번 경찰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어떻게 대한민국 검사가 그런 말단 여직원의 말만 믿고 수사를 진행시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허위진술을 했던 경리직원은 서씨와 얼마나 아는 사이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제가 알기로 그 여직원은 회사에서 1주일 동안 일한 수습사원이었고, 당시 신용불량자여서 월급을 줄 통장도 만들 수가 없는 상태였죠. 사실 저는 그 여직원이 누군지도 몰라요. 회사 직원이 30여명이나 되고, 당시 영화 촬영 관계자들까지 포함해서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회사를 드나들었는데 1주일 동안 일한 여직원을 어떻게 기억하겠어요. 그 여직원 이야기도 나중에 밑에 직원을 통해서 들었어요.”그렇다면 단지 1주일 다녔다는 그 여직원은 왜 기자를 만나 허위제보를 했을까.

일각에서는 1주일 동안 일하고 해고 당한 데 대한 보복심리일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지만, 서씨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저도 그 여직원이 왜 그랬는지는 이해가 안됩니다. 게다가 그런 여직원의 말을 듣고 언론사의 기자가 기사화를 한 것, 그 기자의 말을 듣고 시민단체 대표라는 사람이 검찰에 제보를 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가죠. 또한 검찰이 그들의 말만 믿고 불과 이틀 만에 제 전매니저인 하씨를 불러 구타해 거짓자백을 받아내고, 나한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뇌물 수수혐의 약해, 탈세혐의까지

사실 서씨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 주장했는데, 검찰에서는 서씨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이미 검찰에서는 자신을 잡아들이기 위해 작정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명백히 저를 향한 표적수사였죠.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곳이 어떻게 말단 여직원의 진술만 가지고 수사를 합니까. 말이 안되죠. 저를 잡아들이기 위해서 경리직원, 신문사 기자, 시민단체 대표, 검찰이 서로 철저히 짜고 진행시킨 겁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핵심증인인 경리직원이 검찰과 경찰에서 한 진술이 다르다고 해도 검찰조사에서 이미 하씨와 관련 PD들이 서로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서 대법원의 판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씨는 “돈을 받았다는 PD가 누가 있냐”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하씨는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저희 회사에 명목상으로 ‘이사’였을 뿐, 사실상 회사에 등재된 직원도 아니었어요. 그런 하씨가 개인적으로 PD들과 친분이 있고,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까지도 문제가 되나요? 만약 PD들이 그런 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검찰 측에서 PD들을 꼼짝 못하게 할 다른 이유를 제시했겠지요.”만약 PD들에게 홍보비 800만원을 줬다고 해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까지 거액이 아닌데 왜 구속까지 됐냐는 질문에도 그는 역시 “저를 잡기 위한 계획, 표적 수사였다니까요”라며 분개했다. 서씨는 “검찰에서 뇌물 수수혐의가 너무 약하니까 내가 구속되어 있는 동안에 탈세문제까지 들춰냈다”면서 “두 개의 사건이 서로 별개인데, 왜 같이 수사가 진행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자신을 잡아들이기 위한 표적수사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씨는 “집행유예 기간이라도 방송은 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이 어느 정도 수습이 되면 밝은 모습으로 시청자들 앞에 나서고 싶다”고 밝혔다.

# “한 사람의 증언으로 섣불리 판단했겠나”

지난 2002년 서세원씨는 방송사 PD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연예계 비리사건’의 핵심으로 지명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서씨가 매니저 하씨를 시켜 PD들에게 돈을 줬다”고 일간지 기자에게 제보한 경리직원 이씨의 진술이 허위였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이번 경찰 조사 발표가 대법원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초 검찰 수사가 잘못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경찰수사 결과가 송치되는 대로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당시 검찰의 수사관계자들은 “검찰이 증거 판단없이 섣불리 한 사람의 진술만 믿고 기소를 했겠느냐”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보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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