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 다가옴에 따라 대학들의 연예인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최근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며 인기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배우 문근영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대학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 웃지못할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을 유치해서 학교 이미지를 쇄신함과 동시에 톡톡히 광고효과를 누리려는 일부 대학들에 대해 국민들은 거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예인의 대학 진학 자격을 두고 또한번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은 필수코스”“가수 OO오빠가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요”, “탤런트 XXX와 같은 학교에 다녀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좋아하는 연예인이 다니는 학교를 선택할거예요” 모 대학이 예비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대답들이다.

실력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식으로 같은 레벨이라면 자신이 선호하는 연예인이 다니는 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것이다.이제는 연예인들 중 소위 ‘대학물’을 먹지 않은 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연예인은 더 이상 과거의 ‘딴따라’가 아니다. ‘가수가 춤만 잘 추고 노래나 잘 하면 되지’, ‘연기자가 연기만 잘 하면 되지, 대학은 나와서 뭐하게?’라는 식의 사고는 통하지 않는다. 대중은 ‘끼’와 ‘지성미’를 동시에 갖춘 ‘킹카’중의 ‘킹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시대적 요구 때문일까.

신세대 연예인들에게 대학은 필수코스다. 개중에는 ‘죽어라’ 공부만 한 일반인들도 들어가기 어려운 명문대를 ‘가볍게’ 들어가는 ‘엘리트’ 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에 ‘학벌’이라는 강력한 프리미엄을 붙여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표독스러운 악녀역할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김태희가 좋은 예. 여전히 그녀 앞에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꼭꼭 따라붙는다. 대중들은 그녀의 미모와 연기력보다 그녀의 학벌과 엘리트적 기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대학들의 연예인 모시기 경쟁

특히 입시철만 다가오면 불거지는 연예인 특례입학 및 대학들의 연예인 유치경쟁은 우리나라의 고질병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유명 연예인을 자기 대학으로 유치해서 톡톡히 홍보효과를 올리려는 대학들의 과잉경쟁이 일궈낸 기현상이다.지난해 아시아의 스타 보아를 끌어들이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겨웠으며 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문근영에게로 이어졌다. 모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유명 연예인이 학교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인기가 높을수록, 평소 반듯한 품행과 생활태도로 호평을 받을수록 홍보효과는 훨씬 커진다.

“XXX가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이왕이면 그 학교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스타급 연예인이 다닌다는 사실은 엄청난 광고효과를 가져다주는 셈”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예인의 입학조건이나 실력, 학업에의 충실도 등은 사실상 대학측에서 볼때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다름없다. 연예인의 입장에서도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다. 학교측의 배려를 받는 연예인은 일반 수험생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입학할 수 있다. 또 학점이수나 졸업같은 학사 관리상에서도 특혜를 받기도 한다.


“대학은 폼으로 다니나”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학 입학 자격을 놓고 몇몇 연예인은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으며, 일부는 자신의 특기 적성과는 상관없는 학부에 입학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되면 명문대 입학은 따놓은 당상인가”, “제 실력으로 그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겠나”, “기초적인 영어단어도 모르던 연예인이 대학은 잘만 들어가더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편, 일부 연예인의 대학 특례입학 의혹도 여전하다. 몇 년전 외국인 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에 진학한 모 그룹 멤버들을 두고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대학시험을 볼 자격조차 없었음에도 음악이나 외국어 같은 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해 전국의 수험생 및 학부모들에게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또 다른 문제는 일부 연예인들의 대학생활이다.

일부 연예인들에게 지성인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은 그저 그들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수단에 불과한 현실이다. 엄연히 재학중임에도 학교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은 채 연예활동에만 전념하는 일부 연예인들은 매번 네티즌들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하거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거나, 학점미달로 제적당한 연예인도 있다. 이는 연예인의 대학생활과 대학의 학사관리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오늘 학교에서 탤런트 OOO를 봤는데…’로 시작되는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들여다보면 연예인들의 불성실한 학교생활을 ‘폭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중간고사도 안치렀는데 학점은 나오더라. 연예인이 무슨 감투냐’, ‘학교에 나오지도 않는데 어떻게 졸업을 시켜주는가’라는 네티즌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입시때마다 불거지는 대학측의 연예인 모시기 경쟁은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수험생들이 코피쏟으며 공부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점 이수에 목숨을 거는 것이 대학가의 현주소다. 그러나 실력도 안되는 연예인들이 입학과 졸업을 ‘누워서 떡먹기’ 식으로 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연예인 모시기에 혈안이 된 대학들의 과도한 경쟁은 결국 대학 스스로의 명성을 낮추는 동시에 제살갉아먹기로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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