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력 경제현장으로 끌어내는 밀알이 되겠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겸 효림그룹 회장이다.

여성기업 해외진출 지원 업무협약 체결
1억 회사를 8000억 원으로 만든 여장부

▲ <뉴시스>

한무경 회장은 지난 1월 29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8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한 회장은 선거공약으로 ‘더 큰 협회, 새로운 리더’라는 슬로건으로 대통령 직속 여성경제인 위원회 설립추진, 여성경제인 명예의 전당 및 여성경제연구소 설립, 여성기업전용 인터넷은행 설립, 여성경제인 공동브랜드 개발, 회원사 생산제품 구매를 위한 ‘서로사랑 네트워크’ 구축 등 5가지를 내걸었다.

취임사에서도 “여성이 ‘유리천장’이라 불리는 사회적 벽을 깨지 못하면 성공의 길은 요원합니다. 곧 오게 될 인구절벽 시대를 대비해 고급 여성인력들을 경제현장으로 끌어내고 여성 경제인의 성장을 돕는 데 밀알 역할을 할 겁니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성기업 수출 애로사랑
해소에 앞장

그렇다면 취임 200여일이 지난 지금의 행보는 어떨까. 그의 측근들은 “5대 공약과 12개의 실천사항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회장이 주장했던 여성기업전용 인터넷 은행 설립 계획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회장은 “선거 기간 중 여경협 산하 16개 지회를 돌아다니며 많은 얘기를 들었다”며 “당시 여성 기업인들은 자금과 판로가 기업 경영을 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 투자 등 대규모 자금을 빌리는 것은 기존 은행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단기간 필요한 자금을 빠르게 빌려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고민을 한 결과 여성기업전용 인터넷 은행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고 설립 배경을 말했다.

여성기업전용 인터넷 은행의 역할에 대해서는 “단기간에 필요한 자금을 중·저금리로 빌려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여성 기업인들이 좌절하지 않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어 “올해 정부가 인터넷 은행 선정을 2~3개 정도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경협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되 혼자 안될 경우 다른 단체와도 협조해서 설립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 회장은 16개 지회 정기 월례회의에 꾸준히 참여하여 대의원을 비롯해 일반 회원에게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여성창업보육센터도 방문해 창업 초기 여성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코트라(KOTRA)본사에서 여성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주요 내용은 ▲여성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기업 글로벌화 지원 사업’의 신규 개발 ▲KOTRA 기존 수출 마케팅 사업에 여성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 마련 ▲KOTRA 직원의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파견을 통한 수출 종합컨설팅 제공 등을 추진 한다.
향후에도 여성경제인협회와 KORTA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여성기업의 해외진출 애로를 해소하고 수출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최근의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편중된 수출구조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여성기업의 수출기업화는 각 개별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구조를 보다 탄탄하게 바꾸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우리나라 전체 여성기업 5만2000개사 중 현재 수출하고 있는 기업 수는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청과 여성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15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기업이 해외시장 개척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으로는 해외시장 정보부족(32.5%), 무역 전문 인력 부족(21.2%), 해외바이어 발굴 어려움(20.7%) 순으로 나타났다.

진정한 유리천장을
깬 집념의 여성CEO

한편 한 회장은 이화여대 문헌정보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효림정공, 효림에코플라즈마, 효림 H.F, 디젠까지 5개 계열사를 경영하고 있다. 직원 15명으로 출발한 효림그룹은 19년이 지난 현재 1500명으로 늘었고, 그룹 매출은 8000억 원을 넘어섰다.

여성사업가가 유통, 서비스업 등이 아닌 남성들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정통 제조업(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것도 이슈가 됐었다. 사실 한 회장은 대학강사이자 평범한 워킹맘이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 권유로 사업전선에 뛰어들게 됐다. 은행에 다니던 아버지가 “거래처인 쌍용중공업이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자동차사업 부문을 매각하는데 인수해서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했던 것.

심지어 당시는 외환위기가 한창 들이닥쳤을 때라 이 회사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고 한 회장은 기계에 문외한이었다. 이에 반년 동안은 엔지니어들이 말하는 내용을 몽땅 공책에 적어 공부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그림으로 그리고 색연필로 칠하면서 공부했고 자신의 전공이었던 문헌정보학의 지식을 살려 문서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해당 분야를 공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효림그룹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보다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해서 한 회장은 사업군을 다각화해 회사 규모를 키우기로 결심했고 그 결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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